아들에게 한방 먹었어요.

14. 엄마도 깨뜨렸잖아!!!

by 선량

아이들은 학교에서 집에 오면 옷 갈아입고, 씻고 자연스럽게 태블릿을 집어 듭니다. 거의 습관이 되었어요. 집에 늦게 오거나(6시 전후), 둘이 싸워서 태블릿 금지 명령이 떨어졌거나 할 때 빼고는 거의 날마다 봅니다.

한 번은 유튜브로 이상한 채널을 봤나 봐요.

“엄마 **년이 뭐야?”

순간 제 귀를 의심했어요.

제 아이들은 프랑스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한국의 욕을 거의 모릅니다. 가장 심한 욕이 “너 나빠” 이 정도였거든요.

왜 유튜브는 아무 영상이나 다 올릴 수 있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본 그 영상을 모두 신고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영상 일주일 금지를 시켰어요. 잘못한 것을 아니까 별다른 말은 안 하더군요. 그 뒤론 영상 보는 것을 조심히 보긴 합니다.



저희 집에는 티브이가 없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태블릿과 핸드폰이 거의 티브이입니다.

한 녀석이 태블릿으로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 다른 녀석은 엄마의 구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봅니다. 다음 날엔 서로 바꿔서 보고, 그다음 날엔

또 바꿔서 보고 있어요.


지안이가 주로 보는 채널은 게임 채널이에요. 도티, 꾹 티브이 뭐 이런 거 좋아해요. 소은이는 호빵 병원이나 꾸러기 천사들, 이런 걸 좋아해요.

하루에 보는 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예요.



며칠 전, 또 두 아이가 영상을 보았어요. 전 그때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죠.

나중에 남편이 퇴근해서 오더니 태블릿을 집어 들었습니다. 남편은 집 짓는 게임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이거 누가 그랬어?”

남편한테 가서 보니, 태블릿 한쪽 귀퉁이가 깨져있는 거예요.

“아빠, 내가 살짝 떨어뜨렸는데 그렇게 돼버린 거야.”

한쪽이 깨진 태블릿

범인은 바로 지안이었습니다. 전 아무것도 몰랐어요. 아이가 말을 안 했거든요. 그게 너무 괘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깨졌으면 엄마한테 솔직하게 말을 하던지, 조심히 가지고 놀던지 해야지 이게 뭐야. 지난번엔 아빠 헤드폰도 고장내고. 뭐야 이게.”

남편은 화난 목소리로 아이를 야단쳤어요.

“앞으로 태블릿 금지, 유튜브 금지야.”

결국, 화가 난 전 이렇게 엄포를 내렸습니다.


아이는 조금 억울한 표정이었어요.

“조금 깨진 건데 뭐가 문제야?”

“저게 조금 깨진 거야? 그리고 엄마한테 말도 안 한 건 거짓말한 거지.”

“그건, 엄마한테 말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내가 못한 건데. 거짓말한 게 아니라.”

아이는 여전히 억울한 표정이었어요. 진짜 조금 깨졌다고 생각을 했나 봐요. 그리고 정말 숨기려고 한 게 아니라, 아예 생각을 못했나 봐요.

어찌 되었던, 태블릿이 깨졌으니 금지시켰어요.



다음 날이었어요.

아침부터 늦장 부리고 있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했어요. 아이는 그래도 여전히 늦장을 부렸지요.

“넌, 엄마 말도 안 든고, 태블릿도 깨 먹고.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야?”

지나간 일을 또 들춘 건 분명 제 잘못이었어요.

“엄마도 깨 먹은 거 있잖아.”

“엄마가 뭘 깨 먹어? 나 그런 거 없는데?”

“있어.”

“뭔데? 그게 뭔데?”

“내 마음”

“.......”


할 말을 잃었습니다. 남편은 옆에 있다가 빵~ 터졌어요.

그리고 아이가 상처 받았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태블릿은 여전히 금지 상태입니다.

이제 저도 잔소리 좀 주려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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