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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프랑스학교에서의 에피소드

14. 몇 가지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by 선량

며칠 뒤면, 아이들이 새로운 학교, 델리 프랑스 학교에 입학한 지 딱 한 달이 됩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었는데요, 하나하나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나 왕따인가?

델리 프랑스 국제학교( Lycée Français International de Delhi)는 학생이 꽤 많습니다. 한 반에 약 20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반 아이가 누구인지, 그 엄마가 누구인지 아직도 잘 모릅니다. 학교 오고 갈 때 자주 보는 사람들과 눈인사, 가벼운 고개 까딱 정도는 하는데 비쥬 비쥬(볼뽀뽀) 할 만한 사람은 아직 없어요. 그래서 아이들 반 미팅이 있을 때 친해지려고 했었죠.

그런데.....

일본 엄마 하야꼬가 저를 보더니 반 미팅을 했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나마 인사하고 이름 아는 사람이 하야꼬예요.)

그래서 아직 미팅을 안 했다고 하니, 어제 했다는 거예요. 헐...... 이럴 수가......

바로 소은이 선생님께 가서 말했어요.

“난 아무 연락 못 받았어요. 메일도 안 왔다고요.”

그래서 다음 날, 선생님과 일대일로 미팅을 했네요. 그리고 바로 학교 오피스에 찾아가서 제 메일 주소가 정확한지 한번 더 확인했어요.

나.... 왕따인가????

한참 마음이 안 좋았어요. 그럴 수 있는 일인데, 첫 미팅을 놓친 게 마음에 계속 걸렸어요. 아는 엄마도 없고.....

다행히도, 소은이랑 친한 친구의 엄마랑 연락처 주고받고, 반 그룹채팅방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흠..... 이렇게 알아가는 거겠죠?


친구의 생일 파티

지안이의 친구 생일이 있었어요. 지안이의 성격이 많이 소심하고 소극적이어서 친구들 생일파티에 절대 혼자 가지 않아요. 엄마가 있어야 꼭 갔었어요. 이번에도 그래야 하나 했죠. 그런데 제가 너무 가기 싫은 거예요. 그래서 아이를 설득했어요. 엄마들은 다들 안 온다고요. 실내놀이터에서 하는 생일파티에는 맛있는 것도 많고 재미있을 거라고요.

지안이도 용기 내어 혼자 생일파티에 갔어요.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스스로 이겨내길 바랬어요.

왠 걸요. 너무 재미있었대요. 거기서 반 친구들과 더 친해지고, 생일의 주인공이었던 아빌과도 친해졌대요. 소심하기만 하던 아이가 어느새 이렇게 컸어요.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베스트 프렌드의 슬픈 생일 파티

지안이는 여러 번 베스트 프렌드가 바뀌었어요. 그러다 정말 마음에 잘 맞는 친구와 친해졌답니다. 바로 와씸이라는 친구인데요, 같이 축구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고 그림도 그려서 주고, 비행기도 접어서 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이 놓였어요. 많은 친구들 중에 마음에 맞는 친구 딱 한 명만 있으면 학교 생활이 덜 힘들 테니까요.

그런데, 다른 엄마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와씸이 곧 떠난다고요. 그 아이의 아빠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하늘나라로 갔다는 거예요. 그래서 와씸 엄마 대신 와씸의 생일 파티 겸 송별회를 다른 엄마가 준비하고 있는데, 지안이를 꼭 초대하고 싶다고 했대요.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죠?

그래서 저도 동참해서 와씸의 생일파티 겸 송별회에 참석하기로 했어요. 엄마들끼리 돈도 조금씩 모았어요. 너무 슬픈 생일 파티가 될 것 같아요. 와씸 엄마의 마음은 어떨지 상상도 못 하겠어요. 생과사는 우리가 결정하는 일이 아니지만, 그리고 언젠간 우리도 모두 이 세상을 떠나겠지만, 남겨진 아이와 엄마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만, 저라면 다시는 인도에 오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너무 슬픕니다.


영어가 힘들어!

하교 시간이었어요. 소은이의 영어 선생님이 저를 따로 부르셨어요. 소은이는 7살이지만 이번에 초등학생이 되었거든요. 그래서 과학 시간이 있어요. 그 시간에는 영어와 프랑스 어반으로 나누어서 수업을 하는데, 소은이는 영어반이에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soeun said, I’m so tired your English class. so, Do you want to change french class?”

뜨악했습니다.

세상에.... 선생님한테 대 놓고 이렇게 말하다니요. 진짜 대단한 아이예요.

아마도 선생님은 소은이의 말을 이렇게 이해했나 봐요.

“싫증 나다. 지겹다....”

tired of의 뜻이 바로 지겹다, 싫증 나다. 이런 뜻이거든요. 그래서 전 이렇게 말했어요.

“No, no. she is just tired. she went to bed so late yesterday.”

그래서 계속 영어 수업을 듣기로 했어요.

그런데..... 소은이는 정말 영어 수업이 싫다고 하네요. 아마도 선생님이 맞게 이해하고 내 생각이 틀렸나 봐요. 소은이는 영어보다 프렌치가 더 좋대요.... 어떡하죠???? ㅜㅜ


내가 지켜줄게!

학교에는 정~ 말 많은 국저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어요. 그중에 메이저는 당연히 프랑스 아이들이죠. 그런데 스페인 아이들도 꽤 많아서 그 무리가 형성되곤 합니다. 또 흑인도 많아서 그렇게 또 무리가 형성되고요.

한국 아이는 우리 두 아이만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국 사람처럼 생긴 중학생 남자아이가 한 명 보였어요. 그런데 전 중국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한국 아이가 다닌다는 말을 못 들었거든요.

그런데 지난주에 그 아이가 다가오더니,

“where are you from?”

하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코리아라고 했죠. 그랬더니, “안녕하세요.” 하는 거예요.

너무 놀랬어요. 상상도 못 했거든요.

이 학교 다닌 지 1년 되었고 중 3이라고 하네요. 순간 얼마나 든든하던지요. 같은 나라 형이 있다는 게 너무 기쁘고 안심이 되었어요.

며칠 뒤에 지안이가 학교에서 그 형을 만났대요.

“엄마, 그 형이 날 지켜주겠대.”

“뭐? 너를 지켜주겠다고?”

“응, 힘든 거 있으면 지켜주겠대.”

저랑 남편은 한 번에 빵 터졌어요.

어벤저스보다 더 든든한 한국 형이 생겨서 정말 다행이죠?



[지안이와 소은이는 다카 프랑스 학교, 뭄바이 프랑스 학교를 거쳐, 현재 델리 프랑스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영어도 프렌치도 못하던 아이들과 엄마가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성장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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