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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Dec 27. 2018

뭄바이의 바다, 하늘 그리고 노을

날마다 아라비아해와 인사하는 집

뭄바이에서 살고있는 집은 창 밖으로 바다가 바로 보이는 곳이다. 바로 아라비아해 이다. 조용한 새벽이면 파도소리를 바로 옆에서 들을 수가 있다. 매일 저녁 멋진 노을을 감상할 수가 있다.


처음 이 집을 보았을 때 너무나 깜짝 놀랐다.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곳, 회사 주택지원범위 안에 해당되는 곳, 그리고 퍼니쳐가 없는 곳을 찾다보니 결국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이 당첨 되었다.

남편이 미리 구해놓은 이 집에 처음 왔을 때, 20년도 더 돼 보이는 외관에 한번 놀랐다. 그리고 현지식 화장실 구조에 한번 더 놀랬다. 과연 이 집에서 살 수 있을지....... 매일 밤, 우울해 지곤 했다.

방글라데시에서 보낸 짐을 3개월 만에 받고 일주일동안 정리를 했다. 낯선 이 집에 익숙한 내 살림살이가 가득 들어 차니 이제야 적응이 되는 듯 했다.

방글라데시에서 6년을 살면서 살림살이가 참 많아졌다. 큰 집에 살다가 작은 집으로 이사오니,

'내 살림이 이렇게 많았나?'싶었다.


우리가 사는 이 아파트에는 현지인들이 살고 있다. 외국인은 우리들 뿐이다. 이 동네는 폴리스 캠프가 있는 곳으로 주로 현지 경찰들, 공무원들이 살고 있다. 우리 빌딩 1층은 상공회의소이다. 이런 공무원들이 사는 동네에 외국인이 들어와 산다는 것이 이 사람들에겐 나름 신선한 충격이었나 보다. 아침에 아이들 학교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보면 등이 왠지 따갑다. 사람들의 눈빛을 느끼곤 한다.

이제 이곳에 산지 5개월이 되니, 매일 보는 사람들과 눈인사도 하고, 작은 가게 아저씨와 아는척도 하는 사이가 되었다.


한국사람을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큰 빌딩의 아파트에서 산다. 그런 아파트에는 각종 편리한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수영장, 헬스장, 놀이터, 운동장 등 참 편리하다. 하지만 그건 그 아파트 내에서만 편리하다. 그 아파트 밖을 나서는 순간 수많은 차량과 지저분한 거리, 시끄러운 소음으로 가득찬다.

우리 아파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냥 건물 하나 달랑, 작은 아파트 현관이 전부다. 하지만 우리는 날마다 바다를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선셋은 힘들었던 나의 하루, 우울했던 나의 하루를 위로해 주곤 한다.

항상 같은 위치의 모습이지만 날마다 조금씩 다른 저녁 노을은 나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준다.



우리는 자주 집 밖으로 나가 동네 산책을 한다.

산책하는 길 사이 사이에 아이들이 정답게 재잘거리며 놀다가 우리 곁으로 와 "헬로" 하고 뛰어간다.





가끔 늦은 오후에는 썰물이 되어 물이 빠진 바닷 바위로 걸어 들어가 아이들과 조개와 예쁜 조약돌을 줍는다. 그곳에 외국인은 우리들 뿐이다.


분명, 우리의 하루는 다른 외국인의 삶과 다르다.

하지만, 난 이런 하루가 좋다. 날마다 아라비아해와 인사하고,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멍때릴 수 있는 이 집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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