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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Dec 28. 2018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뭄바이에서의 첫 크리스마스

지금 뭄바이는 1년 중 가장 추운 계절이다. 평균 온도 25도, 약간 쌀랑한 새벽의 기온이 20도이다. 한 낮에는 30도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더위를 많이 타는 큰아이는 집에만 오면 에어컨을 튼다.

옷장 속의 두꺼운 겨울옷들이 눈에 밟힌다. 언젠가는 필요하겠지....... 하는 생각에 몇 년 전에 산 겨올 옷들을 버리지 못하고 여지껏 가지고 있다.

아이들 내복은 입어보지도 못하고 작아져 버렸다. 아마 이번 겨울에도 겨울 옷 한번 꺼내보지 못하고 지나갈 것 같다.


하지만 뭄바이에도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여기 저기에서 산타할아버지가 선물꾸러미를 들고 나타났다  쇼핑몰에서는 크리스마스 세일이 한창이다. 길거리에는 산타 모자와 루돌프 사슴 머리띠를 팔고 있다.


이미 산타할아버지의 실체를 알아버린 8살, 6살 우리집 두 어린이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달라며 잔뜩 벼르고 있었다. 예수님 생일인데 왜 너희들에게 선물을 사줘야 하느냐는 변명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동심을 뻬앗은 값으로 지갑에 있는 돈을 해아리며 얼마짜리 장난감을 사 줄 수 있는지 빠르게 계산을 해야 한다.

 

성탄트리도 없고, 화이트 크리스마스도 아니지만 우리도 크리스마스를 준비해 보았다.

길에서 주운 나뭇가지와 클레이로 루돌프를 만들었다. 쿠션의 솜도 조금 빼서 눈송이도 표현해 보았다. 나중에 이 나뭇가지에 개미가 꼬여 루돌프에게 개미약을 뿌려야만 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 물씬 풍기는 그림도 그려 한쪽 벽에 걸어 두었다. 3주 쉬었다 다시 그리는 그림이라 그런지 손이 떨렸다. 나의 떨림이 고스란히 그림에 나타난 듯 하다.


아이들과 크리스마스 관련 책을 읽은 후, 쓰지않은 천과 쿠션 솜으로 산타할아버지를 만들었다.

바느질이 좀 힘들어, 괜히 시작했다는 후회를 가득 늘어놓았다.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직접 만든 카드도 선물해 보았다. 크리스마스 카드는 고등학교 이후 정말 오랜만에 만들어 보았다.



드디어 크리스마스 당일,

우리는 유명한 쇼핑몰로 출동을 했다. 거기엔 유명한 장난감 가게가 있다. 이미 그곳은 아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도 큰아이가 원했던 레고가 20% 세일 중이었다.

장난감을 손에 쥐고 잔뜩 기분이 좋아진 두 아이를 데리고 피자를 먹으러 갔다. 크리스마스라서 마음이 한껏 여유로워진 남편은 피자 한판을 더 주문해 주었고, 다음날 아침으로 피자를 먹었다  



우리들의 크리스마스는 이렇게 끝이 났다.

이제 무더운 연말을 기대해 봐야겠다.


눈이 보고싶다는 아이들에게,

"눈이 오면 얼마나 추운데. 추워서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해."

또 동심을 깨는 소리를 하고말았다.

큰아이 4살, 둘째아이 2살때 마지막으로 한국의 추위와 눈을 경험했다. 아이들은 한국의 겨울이 얼마나 추운지, 눈이 오면 어떤 느낌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사진으로, 영상으로 보는 것이 전부이다.

언젠가는 만나게 될 한국의 겨울과 눈,

그 추위를 만나면 두 아이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부터 몹시 궁금해 진다.

우리는 오늘도 여름같은 겨울, 뭄바이에서 하루하루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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