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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Dec 29. 2018

남들은 모르는, 나만 아는 곳

뭄바이의 숨은 장소 찾기

뭄바이에 집을 두고 사는 사람은 확실히 잠시 왔다 가는 여행객과는 다르다. 난 아직도 뭄바이에서 가장 유명한 타지마할 호텔도, 빅토리아 기차역도 가보지 못했다. 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장소인데도 이상하게 가게 되지가 않는다. 무한도전에 나왔던 빨래터도  차로 항상 다니는 길 옆에 있다고 하는데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요즘은 그곳이 관광코스가 되어 들어가려면 어마어마한 입장료를 내야 한다고 하니, 아마도 끝까지 가보지 못할 것 같다.

대신, 꼭 가야 할 곳은 아니지만 알아 두면 좋은 장소들을 찾아다닌다.


몇 달 전, 베트남 친구가 알려준 서점이 있었다. 아이들 영어 책을 사고 싶었던 터라 구글로 검색을 해보니 마침 거리가 가까웠다. 택시를 타고 그 서점으로 가보았다.

처음 가보는 길은 나도 잘 모르기 때문에 택시 기사에게는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기가 힘들다. 나도 구글맵에 의지해 말해 주곤 하는데 가끔 이 구글맵이 황당스러울 때가 있다. 전혀 다른 장소이거나, 예전에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진 장소인 경우도 꽤 있다.

이 서점의 위치도 약간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 일단 지도가 가리키는 장소에 용감하게 내렸다. 하지만 서점같이 생긴 건물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찾아보아도 서점이라는 표시판은 아무 데도 없었다. 이럴 때는 용감하게 사람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특히 근처 건물의 경비원에게 물어보면 가장 잘 대답해준다.

그 경비 아저씨는 손가락으로 한 건물의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안으로 쭉 들어가 봐. 그러면 찾을 수 있을 거야.

저 안쪽으로 들어가는 그 길은 여전히 서점으로 가는 길 같지 않았다. 인도 현지인들이나 아는 그런 골목 같았다. 저길 정말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잠시 고민을 했다. 나도 모르는 용기라는 친구가 불쑥 올라와 어서 가자고 재촉을 했다.


건물 안쪽으로 100미터쯤 들어가니 창고 같은 문 옆에 힌디어로 뭔가 써져있다.

나비 모양이 있는 것을 보니, 저기가 서점인가 보다. 서점 이름이 바로 “butterfly bookstore”였다.

butterfly books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와~ 창고 같은 그곳에 책이 한가득 있어다. 몇몇 인도 아줌마들이 책을 열심히 고르고 있었다.

난 그 사람들이 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나도 똑같은 방법으로 책을 골랐다.

바닥에 놓여있는 바구니를 끌고 가서 맘에 드는 책을 고르기만 하면 되었다.

페이퍼 영어 원서 책 중에 꽤 좋은 책들이 다양하게 있었다. 이 책 중에 좀 유명한 책이나 하드 책은 가격이 조금 비싸다.


이 서점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책을 저울로 재서 팔기 때문이다. 1킬로에 300루피(약 4500원), 비싼 건 1킬로에 500루피이다. 한국 백화점에서 세일 상품 옷을 고르는 기분이었다.

저울로 무게를 재서 가격을 매긴다.

영어 원서로 된 좋은 책을 발견할 때마다 내 마음은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그 유명한 앤서니 브라운의 영어 책을 발견했을 때는 급기야 그 파도가 넘쳐 버렸다.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거의 40권이나 되는 책을 겨우 37,000원에 구입을 했다. 영어책을 읽어주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마음 한껏 뿌듯하다.




새로운 나라의 적응 유무를 알려면 나만 아는 장소가 몇개나 있는지 헤아려보면 된다 .


난 이제 한 곳 생겼으니 한 꼭지 만큼 적응 한 것 같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만 가득한 이곳에서 내 삶에 필요한 정보들을 채워 나가는 것이 목표가 되었다.

난 뭄바이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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