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을 준비하는 일은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가끔 뭘 해야 할지 도저히 생각이 안 날 때가 있어요. 그럴 땐 배달앱을 열고 띡띡띡 눌러 피자나 치킨, 탕수육과 짜장면을 시켜먹고 싶죠.
인도에도 배달앱이 있어요. 다른 분들은 그걸 사용해서 자주 배달을 시켜먹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희는 몇 번의 메뉴 선정 실패로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음식과 식당에 대한 후기를 꼼꼼히 읽어보고 시켰는데도 매번 실패를 했어요. 인도 사람들의 입맛과 한국 사람의 입맛은 많이 다르더군요.
저녁밥을 하기 싫을 때, 뭘 해야 할지 모를 때 가장 만만한 게 라면입니다.
한국이라면 다양한 종류의 라면이 있겠지만, 인도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라면은 농심과 오뚜기 제품이에요. 그 라면들도 베지테리언과 할랄 식품으로 재생산된 것들이죠. 그러니 한국에서 먹어본 맛과는 조금 다른 맛이 납니다. 그래도 여기서 라면을 사서 먹을 수 있는 게 어디냐 생각하고 있어요.
라면이 집에서 떨어지면 마음이 왠지 불안해집니다. 자주 먹는 편은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의지를 하고 있어요.
요즘은 “라면 먹고 갈래?”가 썸을 끝내고 연애 단계로 넘어가는 멘트가 되었죠. 왜 그런지는 당사자들만 알겠지만.......
그런데 전 남편에게 대놓고 “라면 먹자.”라고 말하기가 조금 머뭇거려져요.
이상하게도 밥 대신 라면을 주면 주부로써의 직무유기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만약 남편이 이 글을 보면, 뻥치고 있네~”라고 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마음은 진심이라는 점.)
전 그래서 다른 방법을 사용합니다. 남편 입에서 “라면”이라는 말이 나오게 하는 건데요. 남편이 퇴근하기 전에 전화를 해서 물어보는 거예요.
“오늘 저녁 뭐 먹을까?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니. 뭐 할만한 거 있어?”
“아니. 없어.”
“그냥 라면이나 먹을까?”
“진심이야?”
“응.”
“알겠어!!!! ㅎㅎㅎㅎㅎㅎ”
아마 남편은 알고 있는 거겠죠? 제가 저 질문을 하는 이유를요. 제 의도를 파악하고 “라면 먹자”라고 먼저 말해주는 남편이 참 고마워요.
며칠 뒤면 한국에 휴가를 갑니다. 아이들은 한국 과자 먹을 생각에 들떠있고요, 남편은 돼지갈비 먹을 생각에 들떠있습니다. 전, 해물탕이랑 순댓국이 정말 먹고 싶네요. 한국에서 지내는 2주 동안 라면은 절대 먹지 않을 거예요. 라면 말고도 먹을게 널린 게 한국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