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이주 사소한 습관
엄마는 왜 맨날 소은이를 보고 자?
어제저녁이었어요. 갑자기 큰아이 지안이가 저렇게 물어보더군요. 음.......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그런 습관이 있었던 것뿐이었죠. 아이는 그런 엄마에게 의문을 제기했어요. 그러게요. 왜 매일 난 소은일 보고 잠을 청할까요?
매일 밤, 우리들의 잠자리 의식이 있습니다. 저녁 8시 즈음되면 이부자리를 폅니다. 침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바닥에 이부자리를 펴요. 침대가 작아서 다 같이 눕기 힘들거든요.
지안이는 오른쪽에, 소은이는 왼쪽에 누워요. 전 아이들 가운데 누워서 책을 읽어줍니다. 긴 책, 짧은 책...... 이렇게 읽어주다가 30분이 넘어가면 이제 잘 시간이 됩니다.
“이제 자자.”
라고 말하면 소은이는 쪼르르 아빠한테 가기도 하고, 둘이서 장난을 치기도 해요. 전 아랑곳없이 누워서 잠을 청해요. 아니, 자는 척해요. 아이들이 잠들면 다시 일어나기도 하고, 그렇게 아침까지 긴긴밤 잠을 자기도 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정말 제가 왼쪽으로 누워서 자는 거예요. 똑바로 천장을 보고 누우면 뭔가 답답하고, 오른쪽으로 누우면 뭔가 불편하더군요. 그래서 매번 제 왼쪽에 누워있는 소은이를 보고 자게 된 것이죠. 지안이는 그게 조금 서운했나 봐요. 그래서 어제는 제 나름대로 생각해서 그 이유를 말해 주었어요.
“심장이 왼쪽에 있잖아. 엄마는 이상하게 심장이 아래쪽으로 가도록 눕는데 편하더라. 넌 어때?”
“나도 그러는 것 같아. 그래서 엄마 쪽을 보고 자게 돼.”
“그렇지? 그게 더 편하다니까.”
이렇게 말은 했지만, 근거는 없었습니다. 그저 오래된 습관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궁금해졌어요. 이것도 특별한 근거가 있지 않을까???
와~ 있네요, 있어!!!!!
왼쪽으로 누워서 자야 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었어요. 거 참, 신기합니다. ㅎㅎㅎ
제 사소한 습관을 한번 짚어보자면요,
뭔가 챙길 땐 꼭 홀수로 챙겨요. 3개, 5개. 이렇게요. 과일을 살 때도 홀수로, 친구에게 과일을 줄 때도 홀 수로,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허락할 때도 홀수로.
이것도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발톱 깎을 때는 꼭 왼쪽 발부터 깎아요. 귀를 후빌 때는 오른쪽부터 후비고요.
화장할 때는 오른쪽 눈썹부터 그려요. 옷을 갈아 입을 때는 윗옷부터 벗고 입어요.
설거지할 때는 컵부터 씻고요, 숟가락, 젓가락을 맨 나중에 씻어요.
신발을 신을 땐 오른쪽부터 신고요, 화장실 갈 땐 꼭 핸드폰을 들고 갑니다.(이건 좋지 않은 습관이죠.)
새로운 책을 읽을 때는 책의 날개부터 읽어보는 습관이 있어요. 작가 소개글, 출판사, 작가의 이력 같은 것을 본 다음 책장을 넘겨요. 뒤쪽에 추천글이 있으면 꼭 읽어봅니다.
그림을 그릴 때는 책상을 정리하는 습관이 있고, 글을 쓸 때는 잘 정리하지 않아요.
이외에도 제가 알지 못하는 수만 가지 습관이 있겠죠. 이 습관들이 모여서 제가 된 것이겠죠.
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습관이 되기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반복되었을까요? 내가 가장 편하기 때문에, 내 몸과 마음에 가장 알맞기 때문에 습관으로 굳어졌을 거예요.
올 초에 전 미라클 모닝 습관을 만드느라 몇 달 고생을 했어요. 그런데 못하겠더라고요. 너무 피곤하고, 짜증이 늘어서 나에겐 맞지 않는 옷 같았어요. 그래서 포기했어요.
지금은 아침 6시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고 있어요. 일어나서 멍하니 앉아있기도 하고, 명상을 하기도 하고, 기도를 하기도 하고, 글의 소재를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20분에서 30분 정도 생각하다가 몸을 움직여 아침 준비를 해요.
미라클 모닝은 아니지만, 제 몸과 마음에 딱 맞는 시간이라서요.
사소한 행동이 습관이 되는 것은, 우리 몸이 그걸 좋아하기 때문이죠.
글쓰기도 마찬가지 같아요.
어느새 소재가 떨어져서 뭘 쓰지.... 싶지만, 글쓰기가 즐거워서 컴퓨터를 켜고, 브런치에 들어오고, 글을 쓰고 있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모여서 내가 되는 것인 것 같아요.
아주 사소한 작은 습관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습관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