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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Nov 01. 2019

시골에서 젊은 사람이란?

젊은 사람에 대한 기준 _ 엄마의 어록

전라남도 고흥군은 초 고령화 군이다. 몇 년 후면 고흥군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젊은 사람이 없고, 인구 유입이 없는 마을이다.


우리 마을에는 다른 시골마을과 마찬가지로 젊은 사람들은 진작에 고향을 떠났고, 노인들만 남아 살고 있다. 그래도 15채 정도의 집이 남아 있고, 사람들이 살고 있다. 최근에는 귀농하여 새집을 지은 곳도 두 집이 있다.

 

“귀농해서 지원금 받고 살다가 적응 못 하고 다 돌아가버려. 여서 어찌 적응하것어. 아는 사람 없으믄 견디기 힘들지. 우리 동네에 온 사람들도 동네 사람들하고 잘 안 만나드만.”


엄마는 우리 마을로 귀농한 사람들을 보며 귀농의 한계점을 말해 주셨다.

“니들은 애들 다 키워놓고 오던지....”


웃으면서 한 말이지만, 왠지 진심같이 느껴진다.

엄마는 오랜 세월의 농사 일로 척추협착증이 심하게 왔고, 다리가 많이 아프시다. 가까이 사는 자식은 없고 모두 서울에 살고 있으니.... 더욱이 난 인도에 살고 있으니...

은근히 자식 하나쯤은 가까에 살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부모님은 일흔이 넘으셨음에도 우리 마을에서는 젊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동네 궂은일을 맡아하고, 동네 대소사를 챙긴다. 우리 동네 역시 초고령 사회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약 10년 전부터 교회를 나가고 계신다. 평생 교회도 모르던 양반이 갑자기 교회에 다니게 된 대는 나름의 특별한 사건이 있었지만, 여기서는 생략.


올해 엄마는 시골교회 권사님이 되셨다.

교회 역시 초고령화 이기에 젊은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교회에서도 엄마가 젊은 축에 속했다.






“지난번에 교회에서 야외예배를 갔거든. 근디 젊은 사람들이 몇 명 있어서 일을 영 잘 도와주드라.”

“그래? 젊은 사람들이 들어왔어? 잘 됐네.”

“잉, 일을 영 잘해. 젊어서 드런가벼.”


난, 삼사십 대 정도의 젊은 사람을 상상했다. 그 젊은 사람이 노인들 틈에 끼어서 고생하겠구나 했다.

“그 젊은 사람은 나이가 몇 인대?”

“잉... 인자 환갑 넘었다든가?? 육십몇 이라던 디...”

“헐....... 진.... 짜 젊.... 다.....”




우리에겐 환갑이 노인으로 느껴지지만, 시골에서 환갑은 젊은 사람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죠.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자가용을 운전해서 여기저기 다니는 엄마, 색소폰을 불고 매주 요가를 하러 다니는 아빠는,

분명 젊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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