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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Nov 30. 2019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

지식과 경험

내 경우만 하더라도 서른 이전에 생각다운 생각을 못했다. 일방적으로 주입된 것을 내 생각이라고 믿었다. 사람은 몸과 생각이 전부인데, 내가 없이 살아온 것이다. 지금도 과연 내 생각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글을 써야 한다.
- 강원국의 글쓰기-


요즘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 여러 책을 읽고, 기사를 읽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지식은 점점 쌓여가는 반면, 내 진짜 생각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이것이 내 생각인지, 아니면 책에서 읽은 지식인지, 다른 사람이 써 놓은 칼럼을 읽고 내 의견이라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진짜 내 생각, 내 의견이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전 어려서부터 “비판 없이 수용”하는  사람이었어요.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은 나쁜 마음이라 생각했고,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라고 여겼습니다.  회의나 토론하는 것도 끔찍하게 싫어해서, 토론 시간만 되면  딴짓을 일삼았습니다. 옆 친구의 머리를 따준다던지, 그림을 그리며 장난을 쳤습니다.


토론을 싫어하고  비판 없이 수용하는 성격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도움이 됐을지 모르겠지만, 글과의 관계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비판적 사고를 하지 않으니, 칼럼을 읽어도 논쟁의 어느 부분을 동의하는지, 아니면 반대하는지 말하기가 힘듭니다. 생각은 멈추었고, 내 의견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요?


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기본적으로 학교 다닐 때 배운 것이다. 주입식으로 외웠다. 그것을 꺼내 쓰는 글쓰기가 있을 수 있다. 만든 생각이 아니고 기억해낸 생각일 뿐이다.
-강원국의 글쓰기-


며칠 전, 아이의 교실에서 약간의 논쟁이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진화론과 창조론에 관한 것인데요. 이렇게 말하면 꽤나 거창하게 들리지만, 논쟁의 내용은  매우 단순합니다.

"사람은 처음에 원숭이었고, 원숭이가 진화해서 지금의 사람이 되었다."

"하나님이 사람을 만들 때 원숭이로 만들었고 진화한 것이다."

"원숭이는 원숭이고, 사람은 사람이다. 하나님이 처음부터 사람을 만들었다."


반 아이들과 선생님은 대부분 진화론의 편에 서서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 아이, 지안이는 창조론에 서서 반론을 했다고 해요. 지금 제 아이의 세계관은 기독교적 세계관이거든요. 태어나기 전, 엄마 뱃속에서부터 교회를 다녔고, 지금까지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있으니. 아이는 모든

현상과 세계를 기독교적으로 생각합니다.


지안이의 말을 들은 짝꿍이 지안이를 놀렸다고 해요. 진화론도 모르는 아기( baby)라고 했다는군요. 그런데 제 아이가 좀 소심하긴 하지만, 자존감이 높은 편입니다. 짝꿍의 말에 이렇게 말했대요.

“학교 옆에 뛰어다니는 원숭이는 그럼 뭐야? 그것도 모르는 네가 아기(baby)다.”

결국, 이 논쟁은 웃음으로 끝났다고 합니다.




이 아이들의 세계관은 부모로부터 들었거나 책에서 읽어서 얻은 지식일 것입니다. 그 지식이 곧 본인의 생각이 되었을 것이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게 되는 것이죠. 제 아이 또한 부모의 입과 성경, 교회에서 배운 내용들이 지식이 되었고 아이의 생각으로 굳어졌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그게 진실이라고 믿고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는 과학 교과서에 창조론은 거의 없었습니다. 창조는 믿음이지 과학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진화론을 배우고,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인 등을 외웠었지요. 그렇게 배운 지식이 우리의 생각이 되었고, 진실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이런 증명된 과학적 지식을 배우고도 저는 왜 교회를 다니고, 성경을 읽으며, 창조를 믿을까요?

기독교가 개독교라고 욕을 먹고, 세상의 본은 되지 못할지언정 끊임없이 불법을 저지르고, 여기저기서 손가락질을 받는 요즘도 여전히 교회를 다니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은 과학이었지만,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은 신앙이었습니다.




지식이 나만의 지혜가 되려면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경험이 없는 지식은 그냥, 내가 배워서 암기한 내용 아닐까요?



내 아이는 그저 엄마가 알려준 성격적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이제 좀 더 크면 부딪힐 거예요. 그래서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알고 있는 것은 엄마가 알려준 것이지, 네 생각이 아니야. 네가 경험해보지 않는 것은 진실이 아니야. 그러니 네가 직접 경험해 보렴. 그게 꼭 필요해.”




곧 저의 첫 책이 출간됩니다.

처음 글을 쓰고 투고를 하고 계약을 할 때, 전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의 경험을 읽고, 인터넷에 떠도는 글들을 주어 들으며 지식을 만들었습니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더라. 투고는 어떻게 하고, 계획서는 어떻게 쓰라더라. 계약서는 이렇게 쓰고, 퇴고는 어떻게 한다더라. 큰 출판사는 어떻고, 작은 출판사는 어떻다더라.....


다른 사람들의 경험은 저에게 지식이었어요. 전 경험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직접 경험을 해보니, 다른 분들의 경험이 꼭 내 경우와 같진 않았습니다. 그건 단순한 지식이었지, 지혜가 아니었어요.


지식은 남이 깨우친 것이고, 지성은 내가 깨우친 것이며, 지혜은 경험이 깨우친 것이다.
- 강원국의 글쓰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죠.

백번 듣는 것보다 한번 경험해 보는 게 낫다는 말입니다.

글을 쓰고 계시다면, 투고를 고민하고 계시다면, 고민만 하지 마시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그 경험이 있을 때, 지식이 내 것이 되더군요.


내 생각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쓰고 말하는 것밖에 없다. 내 말과 글이 내 생각이고, 곧 나다. 나는 글을 쓰면서 이것이 정말 내 생각인지 확인해 본다.
- 강원국의 글쓰기-

요즘 “강원국의 글쓰기”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고민하던 부분을 작가님도 똑같이 고민했다는 것이 위로가 되기도 했어요.


어떤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요?

결국, 이것을 알기 위해서 오늘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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