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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13. 2020

책을 출간한다는 것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새로운 원고를 쓰기 시작한 시점은, 첫 책을 출간한 지 정확히 일주일 만이었다. 이 때라면 출간의 기쁨을 가득 누리고 있어야 할 시기인데, 난 그러지 못했다. 물론 기쁨도 있었지만, 두려움이 더 컸다. 무엇에 대한 두려움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두려움이라고나 할까.


아는 분이 이런 말을 했다. 뭐가 두려운지도 모르는데 심장이 두근거리고, 너무 무섭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고. 두려움의 대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신체가 반응을 한다고. 그분의 말을 들으며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공황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내 두려움을 뭐라고 설명하기가 어렵다.



두 번째 책을 위해 글을 쓰고 있긴 하지만, 사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자신은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첫 원고를 투고하고, 기다리고, 계약서를 작성한 모든 과정은 멋 모르고 했던 일이었다. 그냥 무작정 나도 출간을 하고 싶고, 진짜 작가가 되고 싶다는 그 마음 하나로 버텼다.

그런데 지금은 그 과정을 너무 알아버려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또 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난 매우 내성적인 사람이라 먼저 말을 걸고, 먼저 손을 내미는 일이 엄청나게 힘들다. 누군가가 먼저 말을 걸어준다면 앞뒤 안 보고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내가 여러 출판사에 투고를 한 행동은, 내 본연의 성향을 깨고 나오는 일련의 탈피였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었고, 꼭 해야 하는 일도 아니었는데, 왜 그렇게까지 스트레스받아가며 원고를 쓰고 투고를 했던 것일까?


처음 글을 쓰기 전에는, 한 편의 원고만 다 쓰면 될 줄 알았다. 투고를 할 때는 출판사만 만나면 될 줄 알았다. 그리고 계약만 하면 다 될 줄 알았다. 퇴고만 끝내면, 탈고만 하면, 책이 출간만 되면 다 될 줄 알았다.  스스로 만족하며 풍성한 삶을 살아낼 줄 알았다.



출간 작가가 되긴 했지만, 난 여전히 글을 잘 쓰는 법 따위는 모른다. 아니, 내가 글을 잘 쓰는지조차 모르겠다. 남들처럼 책을 많이 읽는 편도 아니고, 글쓰기 특강을 열심히 듣는 것도 아니고, 글쓰기 모임을 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에게 내 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듣지도 못한다. 글쓰기 모임에 대한 갈망은 있지만 그 또한 선뜻 다가가지 못하겠다. 지금 내

위치가 딱 거기까지이다.


난 지금 누구와도 계약을 하지 않은 채, 다시 원고를 쓰고 있다. 누군가가 다가와 손 내밀어 주기를 기다리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새로운 원고를 완성하려고 한다. 그리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과연 될까? 싶지만, 못할 건 또 뭐야?라는 마음으로 인내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책을 출간하고 가장 겁이 났던 , 가족과 친한 사람들의 반응이었던 것 같다. 나를 너무나  아는 사람들, 나와 함께 같은 곳에서 살았던 사람들.

 사람들이  책을 읽고 혹시나 손가락질 하진 않을까? 등을 돌려버리는 것은 아닐까?


오늘 방글라데시에서 정말 좋아했던 언니에게서 카톡이 왔다. 언니의 카톡을 받고, 두려웠던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고, 다시 글을 써야  이유가 분명해졌다.



 글이 누군가의 마음속에 깊이 들어가 든든한 힘이 되어주었다면, 힘들었던  길을 주저하지 않고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한 권의 책을 출간하는 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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