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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14. 2020

내 마음의 그릇

모래시계

뉴델리의 여행자 거리인 빠하르 간지에서 모래시계를 하나 샀다. 진한 황금색과 갈색이 어우러진 앤틱 디자인에 보라색 모래가 담겨 있다.


모래시계를 꼭 사고 싶었던 이유는, 친구 집에 갔을 때 친구가  뜨거운 물에 차를 우려내는 시간을 모래시계로 측정하는 것을 봤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이 꽤 인상 깊었다. 좀 있어 보였다고나 할까? 이상하게도 모래시계에 맞춰 우려낸 그 차가 왠지 더 깊은 맛을 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모습을 보기 전까지 나에게 ‘차를 우려내는 최적의 시간’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었다. 티백을 건져내는 시간은 투명했던 물이 약간 혼탁해질 때까지였다.

차가 가장 맛있게 우려 지는 시간이 2분 정도라고 한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중력에 의해 위에서 아래로 다 떨어지는 시간이다.



모래시계에 담긴 모래는 더 이상 모래가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시계라고 부른다. 공사장에 있는 모래는 여러 가지 물질과 섞여 시멘트가 되고, 모래 안에 석영이라는 물질이 뜨거운 불과 만나면 유리가 된다.

모래가 미술가의 손과 만나면 모래 예술(sand art)이 되기도 하고, 아이들과 만나면 모래 놀이가 된다. 모래가 어떤 그릇에 담기는지, 어떤 사람과 만나는지에 따라 그 가치와 용도가 달라진다.


사람은 어떨까? 사람의 마음이 어떤 그릇에 담기는지,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와 용도도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내 글은 어떤 그릇에 담겨있을까?


나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나 역시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에게 응원의 글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나 역시 뜨거운 응원으로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 대화는 좋은 관계를 만들고, 좋은 글은 좋은 생각을 낳는다. 좋은 댓글은 감사를 낳고, 감사의 마음은 기쁨이 된다.


 난 내 글이 따뜻한 마음 그릇에 담겼으면 좋겠다.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해졌으면 한다.



2분 동안 차를 우려서 맛있게 마시려고 샀던 모래시계는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고 말았다. 역시, 모든 물건의 가치는 누구의 손에 들어가느냐에 달린 것 같다.


글을 쓰는 나에게 들어온 모래시계는 글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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