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량 Jan 16. 2020

15. 새로운 시작

[소설] 셀 게스트 하우스의 비밀


설화의 귀가 먹먹해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침을 삼키며  다리에 힘을 주었다. 비행기가 하강을 시작한 것이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손을 곱게 모아 가슴에 올렸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손가락 사이로 전해져 왔다. 설화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숨을 크게 들이쉴 때마다  손이 들썩거렸다.


설화는 잠깐의 두려움을 잊기 위해 어제 일을 떠올려 보았다.

마담 크리스나는 인도 카레가루를 담아 주며 환하게 웃었다. 설화의 손을 한참 잡고 놓지 않자 마야가 눈치를 주며 사진을   내밀었다.

설화의 아빠와 마야의 아빠, 그리고 다른  분이 어깨동무를 하고 해맑게 웃고 있었다.


“사진을 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언제든지 다시 오세요. 삶이 지치고 힘들 때, 훌쩍 떠나고 싶을 때, 그리고 카레가 먹고 싶을 때.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마야의 말에 설화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곳에 과연 다시 올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마리와 존은 3 뒤에 호찌민으로 떠난다고 했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확신도 없이 베트남으로 떠난다는 마리를 설화는 이해할  없었지만, 앞뒤 보지 않고 마음 가는 데로 움직이는 그녀가 조금은 부러웠다. 마리는 설화를 포옹하며 말했다.

“셀, 아니 쏠.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꼭 찾길 바라. 일이든 사람이든, 그 무엇이든.”

“마리, 넌 행복하니? 그러니까, 아무런 걱정이 없느냔 말이야.”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이지. 하지만 후회하고 싶진 않아. 이미 여러  후회하며 살았거든. 그래서 지금의  선택이 옳은 일인지  모르겠지만, 후회하진 않을 거야. 그게 행복 아니겠니?”

설화는 마리의 말을 조금은   같았다.



강철은 공항까지 설화를 배웅해 주며 말했다.

“연락처 좀 줄 수 있어요? 언제 또 볼지 모르겠지만. 제가 언제 돌아갈지 잘 모르겠거든요.”

“아, 네. 그럼요. 한국 오시면 연락 주세요. 그리고 고마웠어요.”

아니에요. 제가 고마웠어요.”

설화는 강철의 휴대폰에 자신의 번호를 찍어 주었다. 휴대폰 배터리가 겨우 15% 남아있음을 빨간색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설화와 강철은 서로 악수를 했다. 설화는 뭔가   말이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기약 없는 약속은 상처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가방을 끌고 공항 안으로 들어가는 설화의 뒷모습을 강철은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는 뒤돌아보지 않는 설화의 뒷모습을 보며 처음 그녀를 봤던 때를 떠올렸다. 뭔가 초조해 보였던 그녀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설화는 지금까지의 일이 꿈처럼 느껴졌다. 번잡하고 어지러운 인도가 아닌, 깨끗하고 정갈한 공항의 모습에   없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여러 나라에서 돌아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설화는 휴대폰을 들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엄마? 나야.”

“어, 왔구나. 별 일 없었어?”

“응. 엄만 어디야?”

“응. 조금 있다 나갈 거야. 넌? 집에 언제 도착해?”

“공항버스 타고 가면, 1시간 이상 걸릴 거야.”

“아, 그래? 그럼 엄마 나간 후에나 오겠네. 많이 피곤하겠다. 엄마가 김치찌개 해 놨으니까 와서 먹고 좀 쉬고 있어.”

“응. 알겠어.”

 

설화는 엄마가 만든 김치찌개를 떠올리자 입안 가득 침이 고였다. 갑자기 배고픔이 밀려왔다.  동안 한국 음식을 먹지 못했기에 엄마 음식에 대한 그리움은 매우 커져있었다.


집으로 가는 공항버스가 도착했다. 설화는 짐을 싫고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았다.

“안녕하세요.”버스기사 아저씨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설화는 왠지 마음이 기뻐 함께 인사를 했다.

안내방송이 들려왔다. 한국말이 들리니 마음이 더욱 편안해졌다. 버스  티브이에서는 여러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좌석에 앉아 광고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버스가 달리기 시작했다.  밖으로 바다가 보이고,  다리가 보였다. 모든 것이 설화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인도로 떠나기  복잡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삶에 대한 의문만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다른 비밀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걱정이 되었다. 마야가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젊었던 아빠의 모습을  눈에 담고 싶었다.

그리고 아빠 옆에 있는  사람.  사람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겨우 비밀의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으니, 찬란한 햇살을 맞이하여 모든 안개를 사라지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설화는 여행을 떠나기 직전과 돌아온 직후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내 마음의 그릇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