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저희 부부는 부부싸움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에요. 크게 싸울 일이 없기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거든요. 물론 저도 남편도 서로 속상할 때가 있지만 모른 척 넘어가기도 합니다.
해외에서 사는데 부부싸움을 하면 풀 곳도 없거니와 집을 나가도 갈 곳도 없어요. 그래서 최대한 싸우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이렇게 노력을 해도 한 번씩 싸우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남자와 여자니까요. 아무리 함께 오래 살았다 하더라도 서로 너무 다른 뇌구조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더욱이 30년 가까이 서로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았으니. 싸움은 그렇다 하더라도 의견 충돌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죠.
부부싸움. 얼마나 자주 하시나요?
가끔 다른 부부는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화해하는지 궁금해지곤 합니다. 저희는 먼저 잘못한 사람이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 싸움이 끝납니다. 누가 잘못했는지 스스로 인정하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겠네요.
최근에도 아주 사소한 문제로 조금 다투었어요. 아니, 다투었다기 보다도 남편의 말에 제가 화가 나서 꽥~ 소리를 지르고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습니다. 자연히 남편은 거실에 잠자리를 깔았고, 눈치 빠른 딸내미는 아빠 옆으로 가서 온갖 아양을 떨더니 둘이서 자더군요. (아유~ 얄미워~~)
예전 같았으면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을텐대 이제는 그러기가 싫더군요. 별거 아닌 일이었지만 자존심이 상했고, 내 의견과 생각을 무시하는 말투에 짜증이 났거든요. 옛날 같으면 하루 동안 말을 섞지 않으면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을텐대, 지금은 내공이 쌓였는지 (혹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틀 동안 말을 섞지 않아도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아.... 이렇게 부부가 멀어지게 되는구나. 싶었습니다.
싸우고 나면 온갖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 남자는 왜 나랑 결혼을 했을까부터,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 까지.
부부 사이가 그런 것 같아요. 한없이 가깝지만 또 한 없이 먼 사이.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했던가요? 전 “가위로 종이 자르기” 같아요. 한번 잘린 종이를 붙이기 위해 테이프를 붙이면 흔적이 남습니다. 또 자르고 붙이고 또 자르고 붙이고. 흔적은 계속 남겠죠. 그 흔적의 좋은 결말은 교훈이 될 테고 나쁜 결말은 상처가 되겠네요.
그와 말을 섞지 않은 지 3일째 저녁.
남편이 퇴근해서 집에 왔습니다. 전 주방으로 가서 저녁을 준비했어요. (싸워도 밥은 줘야죠.)
한참 가스레인지에 음식을 올리고 조리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두 아이를 불렀습니다. 그러더니 절 부르는 것입니다. 거실에 온 가족을 부르더니 남편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안, 소은. 며칠 전에 엄마랑 아빠가 싸웠거든. 그래서 엄마가 화가 났어. 잘 봐. 사과는 이렇게 하는 거야.”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날 쳐다보며 남편은 말했습니다.
“말 함부로 해서 미안해!”
순간 울컥했습니다. 내가 왜 이 남자랑 결혼해서 이러고 살고 있나, 도대체 난 뭔가? 하며 고민했던 요 며칠 동안의 서러움이 확~ 사라졌어요.
이번 부부싸움도 다행히 상처가 아닌 교훈으로 흔적을 남겼습니다.
당분간은 싸울 일이 없기를 바라봅니다.
당신의 특별한 화해의 기술이 있나요?
저희는 잘못한 사람이 먼저 사과하기입니다.
(남편은 억울하다고 할 수 있는, 전지적 작가 시점의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