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오늘이 참 좋아요.
“너무 추워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
인도 직원도 너무 춥데.
남편은 지난 주말에 한국으로 출장을 갔습니다. 하필 한파가 시작된 바로 그날 말이죠. 함께 간 직원은 한국이 이렇게 추울지 상상도 못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얇은 잠바 하나 걸치고 갔더랬죠. 그런데 눈까지 내렸다고 하니, 얼마나 추웠을까요?
이곳 뉴델리에는 봄이 완연해졌어요. 따뜻한 햇빛이 창가로 스며들고 있죠. 인도의 겨울이 끝난 것이 반갑기도 하고, 이제 곧 무더위가 시작될 것 같아 걱정도 되는군요.
오늘은 학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창밖을 바라보며 왠지 모를 평안함을 느꼈습니다. 인도의 거리를
보며 평안함을 느꼈다니, 조금 우습죠?
어느 집 지붕에 원숭이 가족이 나란히 앉아 있었어요. 마치 참새가 전깃줄에 앉아있는 것처럼 말이죠. 이제 길에서 원숭이를 봐도 전혀 당황하지 않은 제 모습이 좀 웃겼어요. 이게 아주 당연한 일상이 되었으니까요.
지난주에는 길에서 신발 수선 아저씨를 만났어요. 길에 돗자리 하나 깔아놓고 신발이나 우산을 수선해주는 사람이죠.
마침 아이의 신발이 찢어져 새로 사야 하나?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아저씨를 보니 올타꾸나 싶었습니다. 아이가 신고 있던 신발을 벗겨 아저씨에게 내밀었어요.
바늘로 꼬매고 본드로 단단히 붙여주었습니다. 금액은 단돈 20루피(약 300원). 1년은 거뜬히 더 신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은 지난번에 사 두었던 헤나로 타투를 해보았습니다.
내 손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인데요. 하다 보니 중독이 되어 계속하게 됩니다. (헤나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은 절대 하시면 안 됩니다.)
전 다른 한국 사람들이 잘하지 않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설렙니다. 바로 헤나처럼요. 내가 특별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식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명한 한국 식당에 가는 것보다 허름한 현지 식당에 가서 현지 음식을 먹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그건 아마도 제가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뭔가 특별한 경험은 나만의 글감이 되니까요. 그래서 일부러 더 경험해 보고 싶고, 찾아가 보고 싶고 그런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경험으로 글을 쓰고, 글 쓰기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말 일석이조네요.
추운 겨울도, 따뜻한 봄도, 곧 찾아올 뜨거운 여름도 특별한 이유는 제가 쓰는 사람이라서 이겠죠.
그렇기에 조금 불편한 인도의 삶도 싫지가 않습니다.
따뜻한 봄이 찾아온 뉴델리도 참 좋습니다.
한국에도 어서 따뜻한 봄이 찾아와 추운 겨울을 밀어낼 수 있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