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때가 아닌가 보오!
글쓰기 모임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한국에서야 워낙 그런 모임이 많으니까 마음만 먹으면 되는 일이지만, 해외에 살고 있는 나에겐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여러 작가님들의 글쓰기 특강도 들어보고 싶고, 북 콘서트에도 가보고 싶고, 정기적인 글쓰기 모임도 해보고 싶고.
온라인 모임을 하면 되지 않냐고 하겠지만 그것도 해보니 한계가 있었다. 함께 책을 읽고 나누어야 하는 게 부담이 되었다. 한국에서처럼 쉽게 책을 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여기서 모임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델리에 살고 있는 교민이 꽤 많다. 그들 중 절반은 나 같은 주부들일 것이다. 이들의 취미 생활은 골프, 그림, 요가, 쇼핑 등등 일 텐데. 나처럼 책 읽고 글을 써보고 싶은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한번 해봐?
아니야, 그냥 조용히 살아.
아니지, 한번 사는 인생. 열심히 살아 봐야지.
하지만 좀 두려운데...
내가 뭘 많이 아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경험은 있잖아?
유경험자로써 조언을 해주거나 같이 글을 쓰며 생각을 나눌 수는 있잖아?
하지만.....’
끝도 없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남편에게 물어보았다.
“여기서 글쓰기 모임을 해볼까?”
남편은 항상 이런 질문엔 긍정적이다. 내가 뭐라도 하는 걸 좋아하니까!!
거의 대부분의 삶을 팀원으로 살았지, 모임의 리더가 돼 본 적이 별로 없다. 물론 교회에서는 소소하게 리더 역할을 해보기도 했지만, 종교적 리더와 일반적 리더는 약간의 차이가 있으니까.
과연 내가 사람을 모집하고 모임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다.
언제부턴가 무모함이 생겼다. 하긴, 어떻게 글을 쓰는지도 모르면서 글을 썼고, 어떻게 책을 내는지도 모르면서 책을 출간했으니까.
길가에 보이는 미용실에 그냥 들어가 사진을 보여 주며 머리를 짧게 잘라 달라 했으니까. 무모함은 용기고, 용기는 나를 성장시키니까.
인도 교민 밴드에 들어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 밴드 멤버는 약 이천 명이었다. 글쓰기에 대한 장점을 쓰고, 모임에 대한 대략적인 개요를 쓰고, 모집 인원과 방법 등을 썼다.
나에 대한 소개를 해야 할 것 같아 간략하게 소개를 할까 하다가 왠지 부끄러웠다. 그래서 내 블로그와 브런치 링크를 올렸다. 그것만 보면 나에 대해 대충 파악할 수 있을 테니까.
글쓰기 모임 모집 글을 다 쓰고, 다시 한번 퇴고를 하며 어색한 부분을 다듬었다. 글쓰기 모임인데, 내가 쓴 글이 별로거나 맞춤법이 틀리면 낭패일 테니.
그렇게 20분 동안 글을 쓰고 다듬어 글을 올렸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최소 3명만 있으면 모임을 해보자 생각했다. 아무도 관심 없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생각했다. 난 용기를 냈고, 행동했으니 안되더라도 후회는 없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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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후 다시 밴드에 들어가려는데....... 없다. 밴드가 사라졌다. 아무리 찾아도 교민 밴드가 보이지 않는다. 실수로 탈퇴 버튼을 눌렀나? 하지만 그럴 리가...
순간 , 반짝하며 무언가가 떠올랐다.
왜?????
내가 뭘 잘못했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모임이 유료도 아니었고, 글이 음란하지도 않았고, 홍보용 글도 아니었는데?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손이 떨렸다. 어떻게 하지.
그전에 밴드 운영자와 나누었던 채팅이 생각났다. 채팅창을 열어 물어보았다. 순수한 글쓰기 모임인데 왜 강퇴를 당했는지 모르겠다고.
그분의 대답은, “규정 위반”이었다.
밴드에 개인 블로그 링크를 올리면 안 된다. 규정이기 때문에 예외사항 없이 강퇴라고 했다. 내가 쓴 글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단다....
글쓰기 모임을 하려던 사람이 그룹의 공지사항이나 규정도 꼼꼼하게 읽지 않았다니, 한심하다. 다시 그 밴드에 가입하려면 새로운 계정이나 폰 번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열심히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무모함과 용기도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을 때 봐줄 만한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최초의 델리 글쓰기 모임을 하고 싶었고, 그게 나의 커리어가 될 것 같았고, 준비하다 보면 나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가입을 해서 다시 공지를 올리던지 밴드가 아닌 내 블로그에 공지를 올려도 되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스톱의 신호를 무시하면서까지 일을 진행시킬 배짱은 아직 없다.
리디북스에 들어가 글쓰기 관련 책 2권을 샀다. 좀 더 공부하고, 좀 더 글을 쓴 후에 다시 도전해보겠다. 아니면 그냥 조용히 지금처럼 지내야 할지도...
부족한 글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남편도 모르는 이 흑역사를 영원히 비밀로 간직할까 했다가, 혹시나 모를 저 같은 분을 위해 용기 내어 고백해보았습니다.
너무 창피했지만, 글로 쓰고 나니 이 또한 삶의 교훈이 되었어요.
모임의 규정과 규칙과 공지사항은 꼼꼼히 잘 읽고 숙지해야 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