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량 Feb 21. 2020

나는 왜 브런치 북이 불편할까?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입니다만.


매일 들어와 글을 쓰고, 다른 분들의 글을 읽고, 내 글에 달린 댓글을 읽기도 하고, 다른 작가님들의 글에 댓글도 달면서 작가가 되었다가 뒤돌아 서서  독자가 되기도 하는 이곳.

나는 2년 차 브런치 중독자이다.


나는 브런치를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로 등록해 놓고 주 2회 좋은 글을 배달받는다. 내 글도 딱 한번 카카오톡으로 배달되는 영광을 누렸는데 덕분에 높은 조회수와 구독자수를 갱신할 수 있었다.

가끔 내가 구독하고 있는 작가님이나 특별히 애정 하는 작가님의 글이 배달될 때는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기도 한다. 그리고 이미 읽은 글이긴 하지만, 조회수를 한 명 더 올려주기 위해 클릭을 하고 글을 한번 더 읽는다.


그런데 이번 주 월요일에 배달된 브런치 글은 왠지 좀 낯설게 느껴졌다. 그 전처럼 한 편의 글이 아니었다. 클릭해서 들어가니 여러 편의 글이 묵여 있는 브런치 북이었다. 순간 당황했다가 조용히 창을 닫고 나왔다.



얼마 전부터 브런치에서 밀고 있는 브런치 북. 정말 좋은 기획임에 틀림이 없다. 작가가 스스로 기획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써서 완료할 수 있는 한 권의 책 같은 브런치 북.  출판사에서 관심 있는 주제나 작가를 찾기 매우 유용할 듯하다.


그런데, 왜 나는 그게 좀 불편할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난 제7회 브런치 북 대상에 당선된 분들의 글들을 아직도 읽어보지 못했다. 절대 부러워서 그런 건 아니다. 대상 탈만한 글이니까 탔겠지.

몇 번이나 그분들의 브런치 북에 들어가 읽어보려 노력했지만 잘 읽히지가 않았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난 내가 구독하고 있는 분들의 글은 대부분 들어가서 읽어보는 편이다. 한편씩 올라오는 글은 부담이 없고 읽기가 쉽기 때문이다. 좋아요도 누르고 댓글도 달고 그렇게 소통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분명, 브런치 북은 잘 기획된 프로그램이고 브런치에서 밀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이 불편함, 나만 느끼는 것일까?



난 해외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이북으로 사서 읽는다. 핸드폰으로 책을 읽는 것이 쉽진 않지만, 이렇게라도 읽고 싶어 밑줄을 그어가며 읽는다. 그래서 내 아이들은 내가 핸드폰을 들고 있으면 책을 보고 있다고 자동으로 생각한다.

이런 습관이 있는 내가 유독 브런치 북을 읽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내가 쓴 브런치 북도 분명 읽히지 않을 것 같은데.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한 가지 떠오르는 건, 바로 유료와 무료라는 차이이다.


이북은 내가 읽고 싶어서 돈을 주고 산 책이다. 그 돈이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읽는다. 밑줄 기능을 사용하고, 필사를 하면서 읽는다.

하지만 브런치 북은 다르다. 비용이 전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정말 흥미로운 글이 아니면 꼭 읽어야 할 의무감이 없다.

평소에 포털 사이트의 짧은 기사, 블로그의 짧은 포스팅, 브런치의 한 편의 글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나에게 하나의 주제에 맞게 여러 편의 글이 있는 브런치가 불편하게 느껴진 것 같기도 하다.



출판사에서 브런치 북을 얼마나 눈여겨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호시탐탐 좋은 글과 작가를 찾고 있을지도. 분명 브런치 북은 그런 출판사에게 좋은 기획이고 작가에게도 좋은 기회이다.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선 조금 불편하다.



며칠 전, 내 브런치 계정에 남아있던 브런치 북 몇 개를 삭제했다. 내 방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주제로 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잠시 브런치 북을 만들까? 생각했다가 그러지 않기로 했다.  그냥 예전처럼 글을 다 쓰고, 출간 기획서를 만들어서 투고를 하려고 생각 중이다.

브런치 북이 분명 누군가에게는 매우 편리한 방법이겠지만 난 과거의 방법이 더 좋다. 얼리 어댑터는 평생 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 있을, 제8회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응모하기 위해 열심히 브런치 북을 만들게 될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9. 인문학책은 읽지도못하고인터넷 뉴스만 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