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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11. 2019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일에 대해

눈으로만 봐서는 모르는 일

한국에서 살고 있는 가족들, 친구들은 가끔 날 부러워한다.


와! 부럽다. 제일 럭셔리하게 살고 있네.


며칠 전 영화관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왔다는 나의 카톡에 나의 언니들은 부러움의 말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난 많이 씁쓸했다.



그녀들은  모른다.
내가 결혼한 2011년 이후, 영화를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을.......
허니문으로 생긴 큰 아이가 100일이 되던 때, 남편이 방글라데시 치타공으로 떠났다.
나 홀로 아이를 8개월동안 키우면서 참 많이도 울었다.
큰아이 10개월에 나도 남편을 따라 치타공이라는 낯선 도시로 갔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말도 통하지 않는 그곳에서 하루 하루 어떻게 살았는지 그녀들은 모른다.
남편 없이 둘째를 한국에서 낳고, 이틀만에 퇴원해 큰언니집의 작은 방에서 몸조리도 못한 채 두 아이를 돌봐야 했다.

90일 된 아이를 데리고 다시 치타공으로 갔다.
아이들이 아파도 갈만한 병원이 없어 몇날 몇일 마음 조리며 약을 먹이고 지켜봐야 했던 걸 모른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해 외국인 엄마들 사이에서 꿔다 놓은 빚자루 마냥 서 있어야 했던 것도 모른다.
민망함과 창피함과 자괴감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고 거의 1년은 하루종일 영어 공부만 했다는 사실을, 알까?


외로움에 날마다 서러워 꺼억 꺼억 울었던 것도 모를 것이다......




방글라데시에 살 때 작은 언니가 말했다.
“왜 그러고 사니? 그냥 한국와서 평범하게 살아. 안힘들어? 난 너 처럼 못 살겠다.”


그 말을 옆에서 듣던 남편은 나에게 화를 냈다. 도대체 처형한테 뭐라고 말했길래 저런 말을 듣게 하냐고......다 자기 때문에 방글라데시에 살게 된 것인데, 저 말은 본인을 비난하는 말이라고......
무던히도 많이 싸웠다.


그 시간들을 견디고 견뎌낸 내 자신이 요즘은 많이 대견하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 말의 주인을 닮았다.

마흔이 되고 보니, 내 입에서 무슨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지 고심하게 된다. 그래서 말이 점점 줄어들고, 말 한마디에도 신중해 짐을 느낀다.

더욱이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더욱 말을 아끼게 된다.


sns에 올라오는 글로만 봐서는 절대 그 사람의 상태를 알 수 없다. 마음은 지옥이지만, 글은 행복하게 쓸 수 있다.

여기 저기 여행 다니는 친구의 모습이 한없이 부럽지만, 그속에는 정작 생활에 필요한 돈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남들이 내 속 생활을 모르 듯, 나도 그들의 속에 것을 모른다. 그러니 판단하지도, 부러워하지도 말자고 다짐해본다.



내 아이에게 해 주듯, 그저 공감의 말 한마디,

“그랬구나!”

이것으로 충분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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