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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12. 2019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님

모든 우연은 오늘을 위한 필연

날씨가 너무나도 좋은 5월이었다. 주말에 남편이 내려와 차를 타고 여기저기 놀러 다녔다. 마침 어린이날이 끼어 있어서 남편은 여유롭게 쉬다 갈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어린이날 선물도 사주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근처 바닷가에 가서 여유롭게 놀았다. 완벽한 주말이었다.

남편은 어린이 날이었던 월요일에 서울로 올라 갈 계획이었다.


그날 새벽, 안산에 사시는 형님한테서 연락이 왔다.

“아버님이 돌아가셨어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새벽에 갑자기 안 좋아 지셔서 큰 병원으로 옮겼는데 갑자기…….”

아버님은 계속 항암 치료를 받고 있었다. 어느정도 차도가 있었고 방사선 치료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어머님의 오랜 부재로 아버님은 홀로 어린 두 아들을 키웠다. 그 두 아들들이 이렇게 커서 둘 다 결혼을 해 잘 살고 있었다. 이제 편하게 여생을 즐기기만 하면 되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병에 걸린 것이다. 난 그동안 해외에 있다는 핑계와 두 어린 아이들이 있다는 핑계로 자주 뵙지를 못했다. 마지막으로 뵌 것이 2월 설날 때였다.

아버님은 진주에서 계속 치료를 하다가 최근에 형님네 집 가까운 요양병원으로 옮겼었다. 아무래도 자식이 가까운 곳에서 돌봐 드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했었다. 우리가 해외에 있는 동안 형님네가 참 고생을 많이 했다. 아주버님은 효자였다. 아픈 아버님을 정말 잘 돌봐 주었다. 그런 형님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다.


우리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넋을 잃고 말았다. 짐을 꾸려서 남편의 고향, 통영으로 향했다. 그 때 친정 엄마가 타고 다니던 차는 소형 프라이드였다. 우리가 결혼 하면서 샀던 첫 차다. 우리가 방글라데시로 떠나면서 엄마에게 반값에 넘기고 갔던 차였다. 그 차가 있어서 참 감사했다. 그 때 깨달았다.


모든 일이 우연인 것 같지만, 지나고 나면 우연이 아닌 일이 없다는 것을…….




엄마에게 넘긴 이 차가 있어서 지금 바로 통영으로 갈 수 있어서 너무나도 다행이었다.

남편 고향, 통영에서 아버님 장례식을 치렀다. 아버님은 평소에 교회를 다니지 않았다. 젊은 시절에 다니다가 함께 다니던 친한 친구한테 배신을 당한 후 교회를 끊었다고 했다.

아버님이 형님네 근처 병원에 계실 때 남편이 몇 번 찾아갔었는데, 마지막으로 찾아간 그 날, 아버님을 위해 기도를 해주었다고 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죄송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한편으론 감사하기도 했다. 만약에 우리가 계속 방글라데시에 있었다면, 한국에 오는 데만 하루가 걸렸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한국에 있을 때 하늘나라에 가서 함께 장례를 준비하고, 치를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감사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장례식장에서 잘 지내 주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서도 잘 놀았다. 밤에는 장례식장 안쪽 작은 방에서 대충 이불을 깔고 잠을 잤다. 불편한 그 방에서 가지고 온 책을 읽어 주면 아이들은 잘 잠들었다.

마지막 날, 화장터에 가서 화장을 시키고 아버님의 재를 유골함에 넣어 보관을 했다.


우리는 그렇게 아버님을 떠나보냈다.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기쁜 마음으로 만나 뵐 수 있기를 바래 본다. 그 전에 아이들을 잘 키우고, 남편과 잘 살아서 아버님께 자랑하고 싶다. 이렇게 잘 지내고, 아이들 잘 키우며 살았다고, 걱정 마시라고, 이제 편히 쉬시라고…….





며칠 전 지안이가 양치질을 하다 말고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엄마, 우리가 아직 어린데 엄마가 죽으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돼?”

“뭐라고?”

“그러니까, 우리가 아직 어른이 아니고, 엄마가 할머니가 아닌데 엄마가 죽으면 나랑 소은이는 어떻게 해야 되냐고.”

“그러면 지안이랑 소은이랑 아빠랑 같이 잘 살면 되지. 엄마는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되고.”

“하늘나라에서 다 만날 수 있는 거야? 할아버지도?”

“그렇겠지? 그런데 갑자기 그게 왜 궁금해?”

“아니, 그냥.”

갑자기 아이의 눈이 빨개지면서 눈물이 고였다.

“갑자기 엄마가 죽는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슬퍼져”

나는 아이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엄마 엄청 건강해. 엄마 엄청 오래 살 거야. 지안이 결혼하고 아기 낳는 거 다 보고 갈 거야. 걱정하지 마”


엄마를 향한 아이의 무한한 사랑을 느꼈다. 엄마가 일찍 하늘나라로 갈까 봐 걱정하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아이의 괜한 걱정이다. 지금 난 너무 건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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