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를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제 구독자분들은 이미 다들 아시겠지만, 전 인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뭄바이에서 1년을 살았고 뉴델리에 산지 8개월이 다 되어갑니다.
예전 제 글에 이런 댓글이 하나 달렸었어요.
“근데 왜 거기서 살아요?”
인도에서 살고 있는 이유는 남편이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한국을 떠나 해외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된 이유는 한국보다 넓은 세계에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경쟁 사회가 싫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택했던 곳이 방글라데시였어요.
방글라데시에서 6년을 살았습니다. 처음엔 많이 힘들었지만 잘 적응해서 살았어요. IS가 기승을 부려 여기저기서 테러가 났을 때도 지금처럼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 콕 쳐 밖혀 살았습니다. 마트에 갈 때마다 너무 무서워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장을 봤었어요. 하지만 방글라데시를 떠나지 못했어요. 생계가 달린 문제였고 언젠간 좋아지겠지.... 불안하면서도 막연하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곧 사태가 진정되었죠.
그 후 인도로 발령이 나서 오게 된 것입니다.
해외에 살고 있는 전 세계의 교민들이 한국에 가고 싶어 한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전세기를보내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인도도 예외는 아닙니다. 주인도 대한민국 대사관에서도 귀국을 원하는 교민 수요조사를 했습니다. 곧 전세기를 띄울 거라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인도는 2월 말부터 한국인 입국을 금지시켰고 3월엔 모든 여객기의 운항을 전면 금지시켰습니다. 그래서 다들 발이 묶여버렸습니다.
점차 확진자 수가 늘고 있는 반면 인도의 의료시설은 한없이 부족하기에 모든 외국인들은 긴장을 하고 있습니다. 한번 터지면 중국보다 더 크게 터질 거라는 것을요. 특히 인도 남부지역에 확진자수가 크게 늘면서 교민들이 귀국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여러 관령 기사를 보다가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한국이 싫어서 떠난 사람들, 검은 머리 외국인, 이중 국적자들, 들어와서 무료로 검사받으려는 사람들.
정말 그럴까요?
2020년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글로벌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라고 해서 한국에서만 일 하는 게 아닙니다. 저희 회사 역시 전 세계에 법인이 있습니다. 그 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 중에는 저희처럼 원해서 온 사람도 있지만 회사에서 가라고 해서 온 사람들도 많습니다.
특히 인도, 방글라데시는 선호 국가가 아닙니다. 다들 더 좋은 나라로 가고 싶어 하죠.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배우는 이유가 뭔가요? 영어 유치원을 보내고, 원어민 선생님을 선호하는
이유가 단지 영어 점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아닐 것입니다. 글로벌 세대에 맞게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 위한 것 아닐까요?
해외에서 공부를 잘해 인정받는 한국인, 좋은 대학에 간 한국인, 할리우드에서 인정받는 한국인에 대해서는 다들 자랑스러워합니다. 좋은 일일 땐 손가락질하지 않죠.
그런데 한국이 싫어서 해외에 나가 누리면서 살다가 힘들다고 들어오냐는 비난은 조금 마음이 아픕니다.
입국한 후 자가격리를 하지 않고 돌아다니는 상식도 없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단지 해외에 거주한다고 해서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선거철이면 꼭 재외국민 투표를 하고, 한국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을 보며 국민청원에 동의를 하고,
세월호 때는 함께 울었던 국민입니다.
그래서 저희 가족도 들어오느냐고요?
아닙니다. 저희는 이곳에 남기로 했습니다.
남편은 재택근무 후 더 바빠졌습니다.
아이들은 날마다 학교 과제와 화상수업으로 정신이 없습니다.
이런 생계와 일상을 포기하고 한국행을 택하기란
많이 힘듭니다. 최대한 내 집에서 지내며 안전하게 지내보려 합니다.
비단 저희뿐 아니라 이곳에 살고 있는 많은 가정들이 남기를 선택했습니다. 가족이 함께 있으니까요.
델리에 사는 한인들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도우며 살고 있습니다.
어느 한 한인마트에서는 마트에 가지 못하는 한인 가정들을 위해 직접 발 벗고 뛰고 있습니다.
직접 야채와 과일, 계란 고기 등을 공수 해 한인 가정에 배달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 일을 위해 로컬 시장에 직접 가서 공수하고, 막아버린 도로를 다니기 위해 경찰서에서 패스를 받아왔다고 합니다. 2주 전에 사다 놓은 음식이 조금씩 떨어져 가고 있었는데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어느 한 베이커리에서도 빵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그곳도 한인이 운영하는 곳인데 빵 만들 재료가 부족해 델리 여기저기를 다니며 공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분들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국민인 한국 사람들을 위해 발 벗고 뛰고 있는 것입니다.
인도 전 지역 셧다운이 길어지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먹을 것도 없고 잠잘 곳도 없어 수만 명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마스크도 쓰지 않았습니다. 굶어 죽게 생겼는데 바이러스가 무슨 소용일까요?
한인들은 이들을 위해 조금씩 모금을 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마트와 베이커리에서는 한인들 뿐 아니라 인도의 노동자들을 위해 음식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50루피를 더 내면 이들을 위해 식빵 하나를 기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인도에서 살고 있는 우리 한인들의 모습입니다.
이곳에 남기로 한 우리들에게 이런 스토리가 있듯이 한국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역시 그들 나름의 스토리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모든 사람들이 다 그들 같을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주세요. 조금만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세요.
어디서든 지혜롭게 처신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자가격리를 무시하며 돌아다니진 않겠죠.
앞으로 얼마나 더 바이러스가 퍼질지 예상할 수 없습니다. 안전하고 건강하고 지혜롭게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루빨리 바이러스가 사라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