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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Apr 21. 2020

별이 빛나던 밤에

에세이

늦은 저녁을 먹었다. 주방을 정리하고 나오니 아이들은 거실에서 놀고 있고, 홍 군은 베란에서 기타를 치고 있었다.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베란다로 나갔다.


뜨거웠던 낮시간의  열기가 아직 남아있었다. 다음 날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때문인지 습한 공기가 묵직했다. 그가 기타를 잠시 내려놓고 내가 앉을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자기가 혼자 있으면 조용히 혼자 있게 내버려 두는데. 자기도 그게 좋지않아?”

음.... 그런데 너무  내버려 두더라.” 

그래?  자기 배려한다고 그런건데?”

아니야. 나한테 너무 무신경해 요즘.”

 혼자 조용히 있는게 좋거든. 그래서 자기도 그걸 좋아할  알았지.  누가  아무도 찾지 않을 때, 신경 쓰지 않을 때가 정말 좋아. 요즘은 특히  그래. 진짜 혼자 있고 싶어. 그래서 그런건데....”

 아니야. 같이 이야기 하고 싶고, 신경좀  줬으면 해.” 

흠.....”


배려한다고  행동이 오히려 그를 서운하게 만들었다. 나에게 좋은  상대방에게도 좋으란 법은 없다는 것을 알지만 매번 까먹는다. 모든 생각의 중심축은  감정이기에 그의 감정까지 파장을 넓히지 못했다. 


물끄러미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보였다.  하늘에 별이 있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데,  당연한 일이  이렇게 새삼스러운건지. 


애들아~~ 하늘에 별이 보이네. 이게 얼마만에 보는 별이야. 세상에나  이렇게 별이 많이 보이다니. 요즘 공기가 깨끗해지긴 했나보다.” 


아이들이 쪼르르 베란다로 튀어나와 하늘을 쳐다보았다. 마치  마리의 미어캣처럼 우리는 한참 동안 하늘 한번 보고, 서로를 한번 보고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별은 항상  자리에 있었는데, 

 하늘 한번 올려다 보지 못하고, 별빛 한번 보지 못하고 지내왔던 시간들이 못내 아쉽다. 


그와   10년째. 

반짝이는 서로의 별빛에 반해 사랑을 했던 우리가 

지금은 너무 가까이에 있기에  빛을  보고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별처럼 항상 반짝일것 같지만, 언젠가는 사라지는  처럼, 그도 나도  세상에서 사라질테지.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는 나지막한 소리로 조곤조곤 이야기를 했다.

별은 여전히  자리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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