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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던 밤에

에세이

by 선량

늦은 저녁을 먹었다. 주방을 정리하고 나오니 아이들은 거실에서 놀고 있고, 홍 군은 베란에서 기타를 치고 있었다.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베란다로 나갔다.


뜨거웠던 낮시간의 열기가 아직 남아있었다. 다음 날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때문인지 습한 공기가 묵직했다. 그가 기타를 잠시 내려놓고 내가 앉을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난 자기가 혼자 있으면 조용히 혼자 있게 내버려 두는데. 자기도 그게 좋지않아?”

“음.... 그런데 너무 날 내버려 두더라.”

“그래? 난 자기 배려한다고 그런건데?”

“아니야. 나한테 너무 무신경해 요즘.”

“난 혼자 조용히 있는게 좋거든. 그래서 자기도 그걸 좋아할 줄 알았지. 난 누가 날 아무도 찾지 않을 때, 신경 쓰지 않을 때가 정말 좋아. 요즘은 특히 더 그래. 진짜 혼자 있고 싶어. 그래서 그런건데....”

“난 아니야. 같이 이야기 하고 싶고, 신경좀 써 줬으면 해.”

“흠.....”


배려한다고 한 행동이 오히려 그를 서운하게 만들었다. 나에게 좋은 게 상대방에게도 좋으란 법은 없다는 것을 알지만 매번 까먹는다. 모든 생각의 중심축은 내 감정이기에 그의 감정까지 파장을 넓히지 못했다.


물끄러미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보였다. 하늘에 별이 있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데, 그 당연한 일이 왜 이렇게 새삼스러운건지.


“애들아~~ 하늘에 별이 보이네. 이게 얼마만에 보는 별이야. 세상에나 이렇게 별이 많이 보이다니. 요즘 공기가 깨끗해지긴 했나보다.”


아이들이 쪼르르 베란다로 튀어나와 하늘을 쳐다보았다. 마치 네 마리의 미어캣처럼 우리는 한참 동안 하늘 한번 보고, 서로를 한번 보고 또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별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는데,

밤 하늘 한번 올려다 보지 못하고, 별빛 한번 보지 못하고 지내왔던 시간들이 못내 아쉽다.


그와 산 지 10년째.

반짝이는 서로의 별빛에 반해 사랑을 했던 우리가

지금은 너무 가까이에 있기에 그 빛을 못 보고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별처럼 항상 반짝일것 같지만, 언젠가는 사라지는 별 처럼, 그도 나도 이 세상에서 사라질테지.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는 나지막한 소리로 조곤조곤 이야기를 했다.

별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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