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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14. 2019

인도 아미를 만났다.

마흔 아줌마의 방탄 입덕 스토리

그들을 알게 된 것은 1년 전,
방글라데시 다카에 살 때였다.


무료한 하루를 보낼 때 가장 즐거움이 된 것은 유투브였다. 유투브로 세월호의 아픔을 보았다. 촛불집회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을 유투브 영상을 보며 응원을 보냈다. 김연아의 아름다운 빙판위의 모습도, 우리나라 축구 선수들의 월드컵 경기 모습도, 새로운 대통령 후보들의 연설 모습도 유투브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유투브는 해외에 사는 나같은 사람들에겐 정말 고마운 채널이다.
유투브로 영어공부도 하고, 개그프로도 보던  난, 어느날 부터 아이돌 관련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즐겁게 본 프로그램은 트와이스를 뽑던 “식스틴”이라는 영상과 IOI를 뽑던 프로듀스 101  이었다.  곧 40이 되어가는 아줌마가 10대 아이들의 꿈을향해 노력하는 모습, 눈물과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가슴 설레고, 기뻐하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아이돌에 입문하게 되어 아이유 노래를 즐겨듣고, 악뮤의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다. 당시 남자 아이돌 그룹 중에는 유일하게 위너를 좋아하고 있었는데, 앨범이 자주 나오지 않아 새로운 노래를 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아주 우연히, 외국사람들이 한국 아이돌의 뮤비를 보고 리뷰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바로 방탄 소년단의 DNA
뮤비였다.



DNA영상을 찾아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mic drop뮤비를 보고 너무 멋있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뭐하는 애들이지?’
그때부터 난 틈만나면 방탄 이름을 검색하게 되었다.
그들의 성장스토리를 보면서 그들의 노력에 감동을 했다. 어른인 나도 저렇게 살아내지 못했는데, 존경스러움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들의 겸손함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퍼포먼스의 섬세함과 표정,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온 몸으로 느껴졌다.


이렇게 삼십대 후반에  
입덕을 하게 되었다.




이곳, 뭄바이에 와서 외로울때 마다 bts영상을 보았다. 옛날 영상부터 최근 영상까지, 외국인들의 다양한 리뷰를 보며 영어 쉐도잉도 해보고, 미국 토크쇼 “엘렌쇼”를 보며 흐뭇해 하기도 했다.



몇달 전 남편이 인도 사람들과 일하고 있을 때였다.
“나랑 사진 한장 찍어줄 수 있나요?”
고객 중에 한명이 대뜸 남편과 함께 사진찍기를 청했다.
“찍을 수는 있는데 왜 그러시죠?”
“우리 딸이 bts팬인데 한국사람을 만나면 사진을 찍어 오라고 해서요.”
“전 bts가 아닌데요. 죄송해요.”
“괜찮아요. 같은 한국사람이면 상관없습니다.”
남편은 BTS 제 8의 멤버가 되어 해맑게 웃으며 인도 고객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인터넷 그 어딘가에 남편의 사진이 떠돌아 다닐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두아이와 함께 아파트 앞마당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15살쯤 되 보이는 소녀가 쭈삣쭈삣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안녕. 난 옆 건물에 사는 에세스비라고해. 너희들과 친구가 되고싶어서 왔어. 저쪽에 우리 엄마도 있어.”
“아, 그래? 난 이건물에 살아.
“혹시 가끔 심심하면 불러줘.”
“그래. 고마워. 우린 한국사람이야.”
그 말에 그 소녀는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코리안이라고? 왠지 그럴것 같았어. 난 코리아를 너무 좋아해. 혹시 좋아하는 케이팝 그룹이 있니?”
“응. 난 bts 팬이야
그 말에 그 소녀는 숨이 넘어갈 듯 한번 더 소리를 질렀다.
“난 인디아 아미야. 너무 반가워  난 그들을 사랑해.일곱 멤버 모두를 사랑해.”
우리는 반가운 마음에 서로 손을 꼭 잡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옆 건물에 나랑 비슷한 소녀가 산다고 하니 몹시도 반가웠다. 집에있는 bts 사진을 한장 선물로 줘야겠다.



오늘 아침, 우버 택시를 타고 교회에 가는 길이었다. 택시기사가 갑자기 라디오를 틀었다. 그 라디오에서 인도 노래가 흘러나왔다.

“어느나라 사람이에요?”
그의 질문에 코리안이라 대답했다. 그러면 당연히 따라오는 질문,
“north korea or  south korea?”
당연히 south라고 대답을 해주었다. 라디오에서는 알 수 없는 인도말의 노래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에게 한국 노래가 있어요. 틀어 줄게요.”
갑자기 기사 아저씨는 라디오를 끄고 어느 노래를 틀었다.



익숙한 휫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이네 중저음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첫눈에 널 알아보게 됬어.
서롤 불러 왔던 것 처럼.......
.......DNA.....




인도 택시 안에서 그들의 노래를 들었다.


이렇게 또 마흔 살 아줌마는 뭄바이에서 덕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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