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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un 01. 2020

언제까지 아마추어로만 살 순 없어서.

행복일까? 아닐까?


기획  출판 한번, 독립출판 한번. 이렇게 책 두권을 출간 했습니다. 책을 두 권이나 만들었으니, 이제 전 프로 작가가 된 걸까요?

아니요. 전 여전히 아마추어 작가일 뿐입니다.



글을 쓸 때 마다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의미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죠.

글을 쓸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어려워요.


모를 때는 그냥 막 썼어요. 의미같은 건 생각하지도 않았고요. 내 손이 가는데로, 의식의 흐름에 따라 썼어요. 그래도 글이 되긴 하더군요.


지금은요, 생각을 너무 많이 합니다. 이런 글을 써도 될지,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할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있는지....

그래서 더 어려워졌어요.


그래도 계속 쓰려고 해요. 쓰지 않으면 딱히 할 일이 없기도 하고요, 이렇게 매일 쓰다보면 어떤 기회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실날같은 희망으로 씁니다. 기회가 오지 않는다면, 또 내가 직접 글을 역어서 책 만들죠 뭐.


글쓰기 프로들은 이런 생각 하지 않을까요?

자기의 글에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칠까요?


전 아직 아닌 것 같아서 여전히 글 공부를 합니다. 이 경험들이 날 배신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요즘은 그림도 그리고 있어요.

손놓고 있었던 그림을 다시 그리다보니 재미있어서 매일 그립니다.

그림도  여전히 아마추어 수준이에요.

다른 작가들의 책을 읽으며 필사를 하듯, 다른 사람이 올려놓은 그림을 보며 따라 그립니다.

필사한 글이 내 글이 아니듯, 따라 그린 그림도 내 그림이 아니죠.

그래서 전 여전히 아마추어 글쟁이, 그림쟁이 입니다.



지금당장 글과 그림으로 먹고살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해요. 벌지는 못하고 오히려 쓰고 있어요. 책 사느라 돈 쓰고, 종이와 펜 사느라 돈 쓰고.....


글쓰기 강의와 그림 수업을 듣지 않았으니 이 정도의 투자는 껌값이긴 하겠네요.


투자한 만큼 수입이 있어야 성공인데 아직, 투자대비 상환율은 미비합니다.

이런 저를 남편은 잘도 참고 기다려주내요.


지금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지만, 여전히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이유는, 언제까지나 아마추어로 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전 항상 아마추어 인생이었던 것 같아요. 프로가 될 정도로 파고든 적도 없고,  10년 넘게 한 가지 일을 해본 적도 없죠.

이번엔 저도 아마추어 딱지좀 때보고 싶어요.


5년정도 꾸준히 하면 될까요? 아니면 10년?

글도 그림도 이제 겨우 3년 했으니,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까요?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남편과 대화할 시간이 많아졌어요. 저희는 한국으로 언제 돌아가야 할지, 가면 어디로 가야할 지 고민하며 대화합니다.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도시가 아닌 시골로 가자고 마음을 맞추었어요.

인도에서도 살았는데 시골가서 못 살까? 싶기도 하고요. 복잡한 도시가 싫기도 해요.

그럼, 시골가서 뭘 하고 살아야 할까요?


“시골 사람들하고 글쓰기 하면 어떨까? 노년의 삶을 써 보는거야. 엄마가 다니는 주부대학에 글쓰기 강좌를 여는거야. 아니면 초등 그림 수업은 어떨까? 자기는 영어를 가르치면 되겠네.”


10년 넘게 홀로 영어공부를 한 남편은 지금, 프로가 다 되었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없어요. 물어보면 다 알아요. 유학 한번 안 갔다 온 사람이 말이죠. 전공도 영어와 전혀 관련없는 사람이에요.

이 사람을 보면서 10년 정도 한 우물을 파야 프로가 되는건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아마추어 딱지를 때고싶어요.

글쓰기도 그림도 자격증이 있는 분야가 아니니,  꾸준히 하다보면 경험과 시간이 증명해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 마당 있는 집 살고 싶어. 3층 집 지어 줘. 1층엔 주방겸 다이닝룸. 2층엔 큰 창문이 달린 거실과 방 하나, 3층엔 아이들 방. 다락방 하나 더 할까?”

“어머님 댁 옆에 하자니까.”

“거긴 싫은데....”

“집 지을려면 비싸.”

“서울 전세값보단 싸겠지.”

“그렇긴 하지.”

“가서 뭐 먹고 살지.”

“아버님한테 유자농사 배우지 뭐....”

“할 수 있을까?”

“글쎄........”


언제 올지 모르는 미래를 상상하며, 프로가 되기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처음 내가 나무를 치료하는 일을 시작했을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가 바보 같다는 말이다. 돈이  되는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며 비아냥대는 사람도 여럿이었다. 하지만 그때 나는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일이   자신을 말해 주며, 내가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가  인생을 대변해 준다고. 그런 마음으로 살다 보니 비록 남들 눈에 바보처럼 보였을지언정  마음은 풍족했다.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우종영, 한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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