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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17. 2019

행복지수 1위의 나라?

행복지수 측정 방법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방글라데시라는 나라를 가난하지만 행복지수가 1위인 나라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막상 그 곳에서 그들과 함께 살아보니, 행복지수를 어떻게 측정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저개발국가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방글라데시도 빈부의 격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방글라데시의 부자들은 우리 나라 부자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부자이다. 돈 좀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중 시민권자이다. 분명 방글라데시 사람 같은데 캐나다 시민권자이거나 미국 시민권자이다. 그리고 그들은 여러 채의 집을 가지고 있다. 우리 나라의 부동산 재벌 못지않게 집을 가지고 있어서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가 있다.


방글라데시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인들이다.

정치인들 그 누구도 서민들에게 관심이 없다. 자기들의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다카에 사는 동안 방글라데시의 총리는 섹 하시나(Sheikh Hasina)였다. 그녀는 3번째 총리를 역임했었는데

얼마 전 네 번째 총리를 역임하게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방글라데시의 야당 대표 또한 여성이다. 이슬람 국가 방글라데시에서 총리도 여성, 야당 대표도 여성이다. 이들끼리 서로 싸우고 있다.

작년 봄, 야당 대표 ‘칼라다 지아(Khaleda Zia)가 감옥에 가는 일이 있었다. 죄목은 “횡령”이었다. 겨울,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는데 누가 봐도 황당한 일이었다. 횡령은 방글라데시에서 비일비재한 일이기 때문이다. 횡령을 안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남성 중심의 이슬람 국가에서 두 정치적 대표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조금 아리러니 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정권이 바뀌게 되면 총리의 가족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을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상대편이 바로 총살을 시켜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총리는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공무원들도 다들 자기 배 불리기에만 관심이 있다. 특히 행정처리를 원만히 하기 위해서는 항상 뒷돈을 줘야 한다. 이 뒷돈을 좋은 말로 ‘복시시’라고 한다.

방글라데시의 복시시 문화는 서양의 팁문화와 비슷하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모든 사람들이 복시시를 달라고 한다. 생전 안면도 없는 사람들이 명절이라고 복시시를 달라고 한다.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면서 분명히 배달비를 냈는데도 배달 온 사람은 복시시를 달라고 한다. 처음에 이러한 문화를 모르는 사람들은 매우 황당해하기도 한다.



다카에는 부자인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서민들이다.


특히 릭샤왈라(릭샤를 끄는 사람들)들은 하루 종일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릭샤를 몰고 돈을 번다. 그런데 대부분 릭샤의 소유주는 따로 있다. 릭샤꾼들은 하루 종일 릭샤를 운전하고 번 돈 중에 300다카 정도를 릭샤 소유주에게 줘야 한다. 릭샤는 가까운 거리를 걸어가지 않고 편하게 타고 갈 수 있는 운송 수단이다. 나도 릭샤를 타고 다니는 것을 꽤나 좋아했다. 가까운 거리는 단 돈 십 다카(한화로 백오십원)면 갈 수 있었다. 그들의 지친 표정과 땀방울을 보면 릭샤비로 실랑이했던 나의 모습이 매우 미안해지곤 했다.

방글라데시. 다카. 릭샤왈라/by sonya



다카는 최근에 새로운 건물들을 많이 짓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좋은 기계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직접 손으로 해야 한다. 방글라데시에는 자갈이 없다. 그래서 자갈을 만들어야 한다. 먼저 붉은 진흙으로 네모 모양의 벽돌을 만든다. 그 다음 그 벽돌을 망치로 깨뜨려 부순다. 그걸로 자갈을 대신하는 것이다. 네팔에 돌 깨는 아이들이 있다면 다카에는 벽돌 깨는 아이들이 있다. 공사장 곳곳에 붉은 벽돌을 깨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다.


다카에는 잘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서민들의 모습이 극렬하게 나뉘어 진다.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은 항상 행복해 보인다. 방글라데시 안에서는 돈 쓸 곳이 없어 꼭 해외여행을 가서 돈을 쓰고 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의 모습은 땀과 고달픔으로 얼룩져 있다.

서민들 보다 더 아래의 사람들은 구걸을 하러 다닌다. 가끔 차를 타고 가다 기찻길 앞에서 신호대기를 해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때는 어디있다 나타났는지 구걸을 하는 아이, 아줌마, 장애인 아저씨들이 갑자기 몰려온다. 처음엔 불쌍한 마음에 한, 두푼 주었다. 그런데 한명에게 돈을 주면 멀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좀비처럼  몰려들어 자동차 창문에 딱 붙어 구걸을 하는 모습을 보고 기겁을 했다. 불쌍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그 뒤로는 함부로 창문을 내리지 못했다.


시내로 나가면 한 손에 스티커를 들고 팔러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 8,9살쯤 되 보이는 아이들이 길이 막혀 서 있는 차량들을 돌아다니며 스티커를 파는 것이다. 나는 그 아이들의 스티커를 종종 사주었다. 스티커를 팔아 남는 돈이 그 아이에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지만, 돈 생각 없이 천진난만하게 웃고 노는 우리 아이들과 너무나도 대조가 되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많은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해외에 한번도 가보지 못했기에 다른 나라가 얼마나 좋은 지 알지 못한다. 그저 하루 하루 힘겹게 사는 것이 자신들의 삶이라 생각하며 순응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삶을 계속 유지하며 살 뿐, 아무리 공부하고 노력해도 삶을 바꾸기가 힘들다. 그저 부모님의 삶을 그대로 이어 받아 되물림을 한다.


그들에게 행복지수를 어떻게 물었는지 모르겠다. 누구에게 물어본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측정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방글라데시. 다카. 릭샤왈라 by so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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