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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un 06. 2020

스쳐 지나가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행복일까? 아닐까?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한 지, 3개월이 넘었습니다. 전국 봉쇄령은 풀렸지만, 신규 확진자가 고공행진 중이라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려워 여전히 집안에 머물고 있습니다.


뭔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 자유롭지 못한 일상 때문에 우울해지곤 해요. 한국에도 못 가고, 엄마도 못 만나고, 가족들도 못 만난다는 것이 이렇게 슬픈 일인지 그 전엔 몰랐습니다.

갈 수 있지만, 안 가는 것과 가고 싶지만 못 가는 것이 하늘과 땅만큼 다른 것이었네요.  

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죠.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똑같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신기한 일이 하나 있어요. 몸은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지만, 온라인 속의 “선량”은 매우 자유로운 상태라는 것입니다.


부크크로 독립 출간을 한 것도 그렇고, 전자책을 만든 것도 그렇고. 누군가를 직접 만나서 한 일이 아니었어요. 모든 것은 온라인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코로나로 아무 곳도 가지 못하게 되었을 때, 방구석에서 쓰고 만든 책입니다. 저는 이곳, 뉴델리에 있는데 책은 한국에서 만들어 한국 온라인 서점에서 팔리고 있어요. 그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가끔, 사람들의 입을 통해 또는 글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되는 정보가 있어요. 그 정보를 듣고 나와는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잊어버리죠.

그런데 전 요즘, 그런 스쳐 지나가는 말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그냥 휙 지나가버리는 한 줌 바람일 수도 있지만, 더운 여름날 불어오는 한 줌 바람이 내 땀을 식혀줄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부크크로 종이책을 만든 후, 전자책을 무료로 만들 수 있는 유페이퍼라는 곳을 알게 된 것이 그것이었습니다. 당신도 골방에서 혼자 쓰나요? 책의 표지를 만들어 주신 루시아 님의 입을 통해 그곳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그 말을 무시하고 부크크에서 전자책을 만들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유페이퍼로 만든 것이 저에게 큰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기능들이 있거든요. 그중 가장 좋은 기능이 바로, 선물하기입니다. 내 전자책을 누군가에게 선물할 수 있어요. 정말 신기하죠.



저는 매우 소심한 사람이기도 하고, 내성적인 사람이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은 성격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내면엔 아직도 이런 부분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우연한 기회로 강의를 하고, 글 멘토 일을 하게 되었을 때, 걱정이 정말 많았어요. 과연 할 수 있을까?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었죠. 그런데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어요.  


생각해 보니, 이런 기회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반화되면서 오프라인 모임이 사라지고 온라인 모임으로 전환되는 과도기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덕분에 뉴델리에 사는 제가 온라인으로 2시간 동안 강의를 할 수 있었고요, 지금은  꿈을 찾는 엄마들을 위해 글 코칭을 온라인으로 해주고 있습니다.



또 한 번의 새로운 기회는 브런치 작가님이시자, 인스타그램 친구인 Mee님을 통해서였어요.

제 그림을 본 작가님이 온라인으로 그림을 팔 수 있는 사이트를 알려 주셨죠. 사실, 그런 게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 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그분이 알려준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해외 사이트였어요. 내 그림 파일을 올려놓으면 그걸 보고 파일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었죠. 하지만 저에겐 너무 복잡했어요. 미국 계정이 있어야 했고, 그게 아니면 페이팔 계정이 필요했죠. 페이팔을 만들려고 보니, 인도에 있어서 인도 계정이 또 필요한 거예요. 한국 통장으로 연동하고 싶어도 안 되더라고요. 암튼,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었어요.

포기할까? 하던 찰나에, 한국에 비슷한 사이트가 있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바로 marpple 샵인데요, 자신이 디자인한 그림을 여러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나는 디자인만 하고,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일은 마플 샵에서 다 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대량 생산이 아니라 주문이 들어오면 만드는, 일명 pod 상품이었죠. 인플루언서들이 주로 이곳을 이용해 굿즈를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전, 인플루언서는 아니지만, 한번 해보고 싶어 판매자 신청을 했습니다.

안되면 말지 뭐, 이런 생각이었는데 며칠 후, 판매자 승인이 난 거예요. 정말 신기했어요. 제 손으로 뭔가 했다는 그런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컴퓨터에 있던 제 그림으로 몇 가지 상품을 만들어 올렸습니다.

물론 전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디자인 전공자도 아니고, 포토샵을 할 줄도 몰라서 아주 어설프죠. 그럼에도 내가 몰랐던 분야의 일을 해보는 것, 스쳐 지나가는 기회를 잡고 도전해 보는 일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이것들이 팔리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비용은 전혀 들지 않았고, 이런 경험을 해봤다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어제는 또 다른 결의 경험을 한 날입니다.

이건, 브런치를 통해 제안이 들어온 일인데요, 바로 일대일 비대면 멘토가 되는 일이었어요. 윌슨이라는 곳에서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고민상담이 들어오면 그 고민에 가장 적합한 답변자를 찾아 메칭을 해주는 곳이래요. 처음 들었어요. 이런 일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저에게 제안이 온 것도 정말 신기했죠.

전 한참 망설였어요. 가슴이 두근거렸죠.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또, 스쳐 지나가는 이 기회를 잡아보고 싶었습니다. 잘 못하더라도 경험은 남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수락을 하고 정보를 입력 후, 시간을 서로 맞추고 한 시간 동안 채팅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정말 신기했어요. 전혀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며 위로하고, 공감해주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가능하다니요. 그 대화가 상대방에게 어떤 위로가 되었을지 잘 모르겠지만, 저에겐 아주 큰 경험이었습니다.






한 번씩 아무런 이유 없이 심장이 쏴한 느낌이 들었었어요.  그런지 꽤 되었는데요, 가슴이 살짝 울렁이면서 조여지는 이런 느낌이에요. 남편은 그 증상이 심해지면 공황장애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전 이런 느낌이 생기면 이렇게 생각을 했었습니다.

“아,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려나보다. 좋은 일이 생기려나? 혹시 좋은 사람을 만나려나?”

진짜 웃기죠. 전 그 느낌을 부정적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생각해 버렸던 것입니다.



성격에 맞지 않는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려요. 가슴이 쏴~ 해지면서 울렁거리기도 하고요, 심장이 움츠러드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그냥 이 기회를 모른 척해버릴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지금 이 일들을 하지 않는다면, 분명 후회할 거라는 생각도 들죠. 결국, 나중에 후회하기 싫어서  새로운 기회를 잡고 해보고 있습니다.


기회는 바람처럼 빨라서 그게 기회였는지 눈치채기도 전에 달아나 버린대요. 좀 기다렸다 다시 해 봐야지, 하면 기회의 뒤통수엔 잡을 게 없어 후회만 남는다고 해요.

그래서 스쳐 지나가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이런저런 일을 경험해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몸이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온라인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온라인 속의 “선량”은 인도에 묵여 있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기회가 바람처럼 불어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부디, 지나가는 기회를 놓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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