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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un 14. 2020

10년차 부부에게 필요한 것.

행복일까? 아닐까?

 며칠 무기력증이 찾아왔습니다.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어요. 4개월 동안 외출을 거의 하지 못했고, 쇼핑도 못했고, 카페에도 가지 못했고, 혼자만의 시간도 갖지 못했으니, 무기력해지는  당연한 일이겠죠.


하지만 그런 어려움은 견딜만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sns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냈거든요. 다른 사람들의 글에 공감받았고,  글에 공감받은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무기력은 예고도 없이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남편과 둘이서 대화하는 중이었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그가  말을 했습니다.



자긴  이해하지 못해. 그게 얼마나 힘든지 상상도 못 할 거야. 자기가 겪는  어떤 것보다 훨씬 힘든 감정이야. 이해받지 못했을  많이 서운했어.”


 말을 들은 후, 갑자기 온몸의 기운이 쭈욱 빠져버렸습니다. 의욕이 사라져 버렸어요. 


남편에겐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남편이 힘들어할   묵묵히 일상을 살아갔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아이들을 챙기고  스스로를 챙겼어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남편이 힘들다고 해서 나까지 힘들어하면 그가

무너질  같았습니다.

가끔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그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는  그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그가 힘들어하는 감정과  불안이 무엇인지

이해할  없었습니다.  알지 못했어요. 경험해보지 않았으니까요. 


남편이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외로움이라는 시간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불안과 외로움 중에 어느 것이  강력한 감정일까요? 

누가 봐도 불안의 강도가  강해 보입니다.


하지만 저에겐 외로움의 감정이 가장 힘듭니다. 외로움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고  없이 바닥으로

내려가게 만들거든요. 삶의 목적을 잃어버리게 하기도 하거든요. 



사실, 감정이라는  비교할  없는 분야죠. 느끼는 사람과 환경에 따라 감정의 깊이가 다르니까요. 파고드는 정도에 따라 얼마나 힘든지도 달라질 테니까요. 


그래서 남편의 말이 몹시도 서운했습니다.

당신이 불안을 겪을   외로움과 싸우고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했어요. 내가 그의 불안을 모르듯,  역시  외로움을 모를 테니까요. 

외로움_ drawing by 선량



서로의 모든 것이 이해가 되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결혼을 하죠. 하지만 결혼해서 살아보면 이해할  없는 것들 투성입니다.  사람이 연애하던  사람이 맞나 싶고, 사랑이라는 감정은 익숙함 속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남는  서운함  뿐이죠. 

우리는  그럴 거라 생각했지만 마찬가지입니다. 부부이기 이전에 너무나도 다른 남자와 여자이니까요.



갑자기 찾아온 무기력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첫째 아이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거든요.


요즘 아빠가 엄마한테 신경을  쓰는  같아. 예전엔 내가 잠들면 엄마랑 아빠가 서로 대화하던데, 요즘도 해?”

“아니... 네가 아빠한테 말 좀  줄래? 엄마 신경 좀  달라고.”

엄마가 직접 말하면 되지. 신경 좀 써달라고 말해.”

그럴까??”

나이가 들면 서로 신경을  쓰게 되나 봐. 할머니 할아버지도 그러던데.”

헐.... 그래?”

엄마, 아빠도 예전엔 서로 신경 썼잖아.”

“지안아 너는 결혼하고 나이가 들어도  아내에게  신경 많이  줘야 해.”

응, 그럴게.” 



아이의 말에 웃음이 났어요. 

아이가 말한 서로에게 신경 쓴다.”  말이 오래된 부부의 사랑처럼 느껴졌습니다. 


“나한테 신경 좀 써.”

남편도 어이가 없는지 웃고 말았습니다.




이해는 안 되더라도 공감은 해보려고 해요. 극진한 대접은  해주겠지만, 신경은  보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물고 참지 않을래요. 그게 서로에게 최선이라 생각했는데, 가장  좋은 방법 같아요. 상대방에게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으면 절대   없는 일이죠. 


이렇게 하다 보면 서로의 감정이 이해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며칠 동안의 무기력증이 사라졌으니, 정말 다행이죠. 


“신경 좀  줘.” 

이제   말을 입에 달고 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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