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량 Jun 15. 2020

우리의 행동은 결국 메아리가 되어 돌아옵니다.

행복일까? 아닐까?

저는 산을 좋아합니다.

20대 때는 자주 산엘 갔어요. 가장 많이 간 곳은 광주 무등산이었는데요, 가장 가까운 산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마이산, 강천산, 내장산 등등…. 전라도에서 유명한 산 여기저기를 다녔습니다. 20대였기 때문에 체력이 정말 좋았었나 봐요. 그렇게 산을 오르고도 다음 날엔 가뿐하게 출근할 수 있었으니까요.


네팔에서 2년 동안 코이카 봉사단으로 일했을 때 역시 산에 오를 기회가 많았습니다. 긴 연휴 동안에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도 다녀왔고, 랑탕 트레킹도 다녀왔었어요.

어찌나 산을 잘 탔던지, 일주일 넘게 걸어도 거뜬했어요. 숨을 헐떡이면서도 일행들보다 빠르게 산을 올랐죠.

지금은 절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지금은 조금만 걸어도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아픕니다.



산 정상에 오르면 한 번씩 “야호~”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나 여기 왔다는 표시를 남겨두는 거죠. 다들 아시겠지만, 이렇게 산에서 “야호~”하고 소리를 지르면 메아리가 울리죠.

우리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메아리. 영어로는 에코라고 합니다.



에코의 유례는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에코는 숲 속의 요정이었어요. 한 가지 결점이 있었는데, 바로 말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 바람둥이 신 제우스가 숲 속의 한 요정과 사랑을 나누고 있었어요. 제우스의 아내 헤라가 현장을 잡기 위해 나타났죠. 에코는 친구가 걱정되어 헤라를 막아서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어요. 결국 제우스와 요정은 헤라의 눈을 피해 달아날 수 있었죠. 잔뜩 화가 난 헤라는 에코에게 벌을 내렸어요. 바로 남이 한 말의 끝 부분만 되풀이하게 되는 벌이었죠.



비록 신화 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메아리의 의미가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산에 올라 소리를 지르지 않더라도, 아주 가까운 곳에서 우리 행동의 메아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가끔 제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듣다 보면 깜짝 놀라곤 해요. 제가 평상시에 쓰던 말투와 어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죠.

아이들의 무의식적인 행동 속에 제 모습이 보일 때가 있어요. 특히 부정적인 행동일 때가 많습니다. 메아리가 아니라 거울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하죠. 그럴 때마다 정신을 다시 바짝 차리게 됩니다.




최근에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을 볼 때마다, 그 아이의 부모는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무런 힘도 없는 아이를 학대할 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자신들이 한 행동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 메아리가 법적인 처벌만은 아닐 것입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를 저버린 사람들의 마음이 평안 할리 없을 겁니다.  그 마음은 지옥이 아닐까요?




20년 전엔 저도 아주 팔팔했습니다. 산을 올라도

피곤한 줄 몰랐죠. 하지만 지금은 산은커녕, 평지를 조금만 걸어도 허리가 아픕니다.  시간은 붙잡을

수 없고 나이가 드는 걸 거부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결국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될 겁니다. 어른인 우리들은 힘없는 노인이 되겠죠. 그때가 되면 아이들과 우리들의 힘은 역전이 될 겁니다. 지금 이 젊음이 영원할 것처럼 산다면, 결국 우리의 행동은 메아리가 되어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을까요?



 전 항상 아이들의 20년 후를 생각합니다. 그러면 지금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도 눈감아 줄 수가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느리고 못해도, 지금 당장 구구단을 하지 못해도, 20년 후엔 이 모든 일들을 잘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아주 중요한 일처럼 보이지만, 20년 후엔 아주 사소한 일이 되고 말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어른들의 힘이 없어지면  지금 내 행동과 말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그건 바로 성인이 된 아이들이 아닐까요?


어떤 메아리를 원하시나요? 내 아이가 어떤 어른이 되길 원하시나요?


20년 후에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아이들을 떠올리며 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러면 지금 내 눈 앞의 아이들을 좀 더 넉넉하게 품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지금 우리는,

우리의 부모님에게 어떤 메아리일까요?


secret forest ©️선양


작가의 이전글 10년차 부부에게 필요한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