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행동은 결국 메아리가 되어 돌아옵니다.

행복일까? 아닐까?

by 선량

저는 산을 좋아합니다.

20대 때는 자주 산엘 갔어요. 가장 많이 간 곳은 광주 무등산이었는데요, 가장 가까운 산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마이산, 강천산, 내장산 등등…. 전라도에서 유명한 산 여기저기를 다녔습니다. 20대였기 때문에 체력이 정말 좋았었나 봐요. 그렇게 산을 오르고도 다음 날엔 가뿐하게 출근할 수 있었으니까요.


네팔에서 2년 동안 코이카 봉사단으로 일했을 때 역시 산에 오를 기회가 많았습니다. 긴 연휴 동안에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도 다녀왔고, 랑탕 트레킹도 다녀왔었어요.

어찌나 산을 잘 탔던지, 일주일 넘게 걸어도 거뜬했어요. 숨을 헐떡이면서도 일행들보다 빠르게 산을 올랐죠.

지금은 절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지금은 조금만 걸어도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아픕니다.



산 정상에 오르면 한 번씩 “야호~”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나 여기 왔다는 표시를 남겨두는 거죠. 다들 아시겠지만, 이렇게 산에서 “야호~”하고 소리를 지르면 메아리가 울리죠.

우리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메아리. 영어로는 에코라고 합니다.



에코의 유례는 바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에코는 숲 속의 요정이었어요. 한 가지 결점이 있었는데, 바로 말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 바람둥이 신 제우스가 숲 속의 한 요정과 사랑을 나누고 있었어요. 제우스의 아내 헤라가 현장을 잡기 위해 나타났죠. 에코는 친구가 걱정되어 헤라를 막아서서 수다를 떨기 시작했어요. 결국 제우스와 요정은 헤라의 눈을 피해 달아날 수 있었죠. 잔뜩 화가 난 헤라는 에코에게 벌을 내렸어요. 바로 남이 한 말의 끝 부분만 되풀이하게 되는 벌이었죠.



비록 신화 속 이야기이긴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메아리의 의미가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산에 올라 소리를 지르지 않더라도, 아주 가까운 곳에서 우리 행동의 메아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가끔 제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듣다 보면 깜짝 놀라곤 해요. 제가 평상시에 쓰던 말투와 어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죠.

아이들의 무의식적인 행동 속에 제 모습이 보일 때가 있어요. 특히 부정적인 행동일 때가 많습니다. 메아리가 아니라 거울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하죠. 그럴 때마다 정신을 다시 바짝 차리게 됩니다.




최근에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을 볼 때마다, 그 아이의 부모는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무런 힘도 없는 아이를 학대할 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자신들이 한 행동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 메아리가 법적인 처벌만은 아닐 것입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를 저버린 사람들의 마음이 평안 할리 없을 겁니다. 그 마음은 지옥이 아닐까요?




20년 전엔 저도 아주 팔팔했습니다. 산을 올라도

피곤한 줄 몰랐죠. 하지만 지금은 산은커녕, 평지를 조금만 걸어도 허리가 아픕니다. 시간은 붙잡을

수 없고 나이가 드는 걸 거부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은 결국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될 겁니다. 어른인 우리들은 힘없는 노인이 되겠죠. 그때가 되면 아이들과 우리들의 힘은 역전이 될 겁니다. 지금 이 젊음이 영원할 것처럼 산다면, 결국 우리의 행동은 메아리가 되어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을까요?



전 항상 아이들의 20년 후를 생각합니다. 그러면 지금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도 눈감아 줄 수가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느리고 못해도, 지금 당장 구구단을 하지 못해도, 20년 후엔 이 모든 일들을 잘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아주 중요한 일처럼 보이지만, 20년 후엔 아주 사소한 일이 되고 말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어른들의 힘이 없어지면 지금 내 행동과 말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그건 바로 성인이 된 아이들이 아닐까요?


어떤 메아리를 원하시나요? 내 아이가 어떤 어른이 되길 원하시나요?


20년 후에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아이들을 떠올리며 살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러면 지금 내 눈 앞의 아이들을 좀 더 넉넉하게 품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지금 우리는,

우리의 부모님에게 어떤 메아리일까요?


secret forest ©️선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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