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량 Jun 15. 2020

적당한 나르시시즘이 필요합니다.

행복일까? 아닐까?


지난번 글에 언급한 메아리가 된 에코가 사랑했던 사람이 한 명 있었어요. 바로 나르키소스인데요, 영어로는 나르시스라고 합니다. 우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사랑에 빠져서 결국 죽게 되는데요. 바로 여기서 나르시시즘이라는 말이 유례 되었다고 해요.

출처 :  다음백과

사실, 나르시시즘이라는 말은 약간 부정적으로 사용되곤 하는데요. 자기 자신을 너무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즉, 엄청 잘난 척하는 사람들을 표현하는 말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요즘엔 적당한 나르시시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어렸을 적부터 자존감이 매우 낮았어요. 외모, 성격, 공부 모두 자신이 없었죠.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었고 좋아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냥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학교에 다녔어요. 가기 싫어도 가야 하니까 학교에 갔고, 공부를 해야 하니까 했을 뿐이었어요. 적성과는 상관없이 취직이 잘 된다고 하니까 대학에 갔고요, 직업을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39년을 살다가 마흔이 되어서야 자존감을 찾을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고, 서툴렀지만 한 걸음 내딛었어요. 그 한걸음 덕분에 열등감에 사로잡혀있던 과거의 모습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여전히 겸손을 가장한 자기부정이 남아있긴 해요. 이미 가지고 태어난 성향의 틀을 깨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성향의 범위 안에서 환경의 영향으로 조금 더 적극적이거나 조금 더 소극적인 성격의 사람이 된다고 해요. 저는 내향인의 성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환경과 노력으로 조금은 적극적인 내향인이 된 것 같습니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여러 가지 분야의 글이 담겨 있습니다. 그중에  “내 마음 나도 몰라” 파트를 쓴 전미경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의 글에 의하면, 자존감은 사회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특히 부모, 교사, 친구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요. 한마디로, 학창 시절에 자존감의 높낮이가 형성되는 것이죠.


제 아이들은 아직 어립니다. 그래서인지 자존감이 좀 높은 편이에요. 특히 8살, 둘째 딸아이는 자신이 엄청 예쁘다고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그 나이 때 아이들 대부분이 그렇겠죠.

그렇게 자존감이 높던 아이들이 조금씩 자신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갖게 되고 미의 기준을 세우고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때가 사춘기인 것 같아요. 그때가 되면 외모를 가꾸고 화장을 하기 시작하니까요.

제 아이들은 아직 사춘기가 아니기 때문에 그 시기가 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주위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화장 때문에 많이 싸운다고 하더라고요.

이 시기에 아이들의  자존감을 지키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하려면 어렸을 적부터 많이 인정해주고 사랑해 주어야 할 것 같아요.  좀 어렵긴 하겠네요. 지금도 잔소리를 멈추기 힘들거든요.


전 요즘 화장도 안 하고, 염색도 안 하고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긴 하지만, 스스로 나르시시즘에 빠져보자고 생각했어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자기 자신의 결과물에 대한 나르시시즘이 없으면 마음이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내 글이 계속 부족해 보이고, 부끄럽게 느껴져요. 서툰 내 그림이 창피하고, 어디 내놓기 힘들어집니다. 사람들의 좋은 말이 모두 거짓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자존감 낮은 제 모습이 자꾸 튀어나오는 거죠.


그래서 결심했어요. 나 자신과 내 결과물을 사랑하자고요. 힘들지만 노력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만들어 놓은 성 안에서만 지내면 아무런 발전이 없을 테니까요.

그랬더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어요. 칭찬은 감사히 받고, 비판은 겸허히 수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바로, 자존감이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자존감은 ‘자기 개념에 기초한 자기 가치에 대한 평가’라는 지식적 측면과 ‘자기에 대한 태도에 기초한 감정’이라는 감정적 측면이 모두 내포된 단어다. 일단 자존감이 높으면 행복하다는 데에 이견은 없다.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신체상, 자아상, 공감능력, 리더십, 성취도가 높다. 의사소통 능력과 융통성, 문제 해결 능력도 우수하다. 무엇보다 대인관계에서도 당당하며 늘 인생의 주연으로 살면서 행복을 느낀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 전환-



성향은 바꿀 수 없지만, 노력하면 성격을 바꿀 수 있다고 해요. 자존감 역시 노력하면 높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적당한 나르시시즘을 갖고 살기로 했습니다.


지금, 우리 젊은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바로 이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만의 성




작가의 이전글 우리의 행동은 결국 메아리가 되어 돌아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