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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16. 2019

미니멀 과 맥시멀, 그 중간 어디쯤

의도하지 않은 미니멀 또는 맥시멀 라이프

방글라데시에서 뭄바이로 이사 오면서 많은 물건을 버리고 오고 싶었다. 언젠가는 쓰겠지, 하며 꼭꼭 쳐박아 둔 물건이 한, 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남편은 버리지 못하게 했다.

언젠가는 쓸모가 있을거라고.....


뭄바이의 집은 다카의 집에 비해 매우 작은 편이다. 방 3개, 넓은 거실과 넓은 주방의 숨은 공간에 차곡 차곡 쌓여있던 물건들은, 방 2개, 좁은 거실과 좁은 부엌으로 이사오니 바로 민낯을 들어냈다.

국제이사/20피트 컨테이너에 꽉 들어찬 살림살이


국제이사를 하다가 한쪽 다리가 빠져버린 식탁을 버리고, 아이들과 책놀이 수업을 하던 앉은뱅이 태이블을 식탁겸, 공부용 책상겸, 놀이용 테이블겸 사용한다. 그래도 여전히 집은 정리가 되지 않는다.

식탁겸 공부책상

일단 아이들의 책이 여기 저기 널브러져 있다. 밤마다 책을 읽어주고 바로 바로 정리하지 않는 게으른 엄마 때문에 아이들의 방에는 몇 주씩 읽고 그대로 둔 책들이 쌓여있다. 이 책들 중에는 2012년, 처음 해외생활을 시작하면서 한국에서 가져온 책도 있고, 치타공에 살 때,  한국으로 귀국하는 언니들이 준 책들도 있고, 다카에 살 때 받은 책들, 한국에서 틈틈히 가져온 책들도 있다. 한국 책을 구할 수가 없는 환경에 살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책들을 충분히 읽고 활용해야한다. 그래서, 오래된 책들을 쉽게 정리하지 못한다. 책 욕심이 강한 아이들 때문에 쉽게

정리하지 못하기도 한다. 가끔,

“엄마, 그 책 어디있어?”

라고 물어보면 기억을 더듬어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는 책을 찾아주어야 한다.

널브러져 있는 채들



다카에 살면서 한번씩 사람들을 초대해 밥을 먹고, 아이들 생일때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그때 필요한 것은 충분한 그릇과 컵.

그래서 집에는 각종 그릇과 컵도 넘쳐난다. 언젠가는 또 쓸수 있기 때문에, 다카의 추억이 담겨 있기 때문에 버리지 못하고 있다.

가득찬 그릇과 컵



그 외에 다카에서 사용하던 모기장, 아이들 장난감, 여기 저기서 준 아이들 옷들도 가득하다. 아이들 장난감은 한번씩 몰래 버리지만 어느새 금새 불어나 있다. 매 주 하나씩 사먹는 킨더조이 안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장난감이 나온다. 그 작은 장난감들이 쌓여 아이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될 때, 몰래 쓰레기통에 버린다.



냉동고 안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한국 식품들이 쌓여 있다. 여기서 구하기 힘든 김, 멸치, 미역, 다시마는 물론이고 엄마가 직접 만든 고춧가루와 찹쌀 가루, 들깨가루가 꽁꽁 얼어있다. 매일 먹는 것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식품이기에 절대 버릴 수 없다.


이렇게 우리의 삶은 미니멀 라이프와 거리가 멀다.

오히려 맥시멀 라이프가 더 어울릴 것 같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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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하루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면
맥시멀과 거리가 멀다.


일년 내내 더운 이곳에서는 일년 내내 반팔을 입는다. 그래서 일년 내내 옷을 살 일이 없다. 옷이 찢어지고 구멍이 나야만 버리고 새 옷을 산다. 일년에 한번, 한국에 갔을 때 사온 옷으로 일년을 버티기도 한다. 옷 뿐만이 아니신발, 속옷, 양말도 사지 않는다. 모두 한국에 갈 때 사온 것들로 버틴다.

사계절이 뚜렸해 매 번 새 옷을 사야하는 한국과는 다른 삶이다.

한국에서는 매 계절마다 옷을 사 입었지만
매 번 입을 옷이 없었다.

비싼 패딩도, 겨울 코트도, 등산복도 필요가 없다.

커가는 아이들을 위해 6개월 만에 근처 세일매장에

가서 옷을 몇벌 사오긴 했다.




인도는 힌두교의 나라이기에 소고기를 먹을 수 없다. 가끔 고기가 먹고 싶으면 코리안 샵에서 벨기에산 삼겹살을 주문해 먹는다. 코리안 샵은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면 매주 화요일에 배달을 해준다. 먹을게 없으면  근처에 가서 삼겹살을 사다가 구어 먹었던 한국과는 다른 삶을 살고있다. 여기서는 삼겹살이 먹고 싶어도 화요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콩나물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녹두를 사다 싹을 키워 숙주나물을 만들어 먹는다.  (다카에서는 두부도 직접 만들어 먹는 주부들이 있었다.)



치킨이 먹고 싶으면 닭을 사다가 직접 튀겨서 먹는다.

엄마표 간장치킨

돈까스가 먹고 싶으면 닭가슴살을 사다가 치킨가스를 만들어 먹는다.

친정엄마 김장김치가 먹고 싶지만, 먹을 수 없으니 배추 두포기를 겨우 사다가 겉절이를 만들어 먹는다.(마트에는 배추 두 포기가 전부이다.)


이건, 미니멀 일까, 맥시멀 일까?



뭄바이는 세계적으로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하다. 해외에는 전세가 없다. 전부 월세이다. 작은 우리집이 한달 월세가 백만원이 넘는다. 다른 외국인들은 300,500만원이 넘어가는 집에 살기도 한다. 대부분 회사 지원범위에서 집을 구한다. 우리도 회사 지원 범위에 맞게 집을 구했다. 그래서 매 달 월세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삶에 가장 중요한 “의, 식, 주”에 있어서는 미니멀 라이프를 살고 있다.



우리 가족은 이렇게 해외에서 사는 동안에는 맥시멀과 미니멀 사이를 오가며 살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나도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를 살아보고 싶다.

지금은 단지,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살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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