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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ul 12. 2020

저는 기회 경험주의자입니다.

인문학은 모르지만, 행복하고 싶어서

인생을 사는 동안 우리에게는 몇 번의 기회가 올까요?  혹자의 말에 의하면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던데, 정말 그럴까요?


사실 기회가 왔을 때는 그게 기회였는지조차 모르고 지나쳐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그게 좋은 기회였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죠. 그리고 후회를 합니다. ‘아! 그때 그걸 했어야 했는데. 그때 거기를 갔어야 했는데….’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때 이것 대신 저걸 선택했어야 했는데, 그때 그걸 배워 뒀어야 했는데, 그때 거길 갔어야 했는데……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과연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에게도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던 것 같아요. 몇 번의 기회들은 눈치채기도 전에 휙 지나가 버렸고, 또 몇 번의 기회들은 놓치기가 싫어 꽉 붙잡았습니다. 후회가 되는 일도 있었고, 보람을 느낀 일도 있었어요.


그렇다면 지금 저는 행복할까요?



기회주의자라는 말은 대부분 좋지 않게 사용됩니다. 뜻을 찾아보니,

확고한 주관이나 원칙이 없이 그때그때의 상황이나 세력에 따라 이로운 쪽을 따라 행동하는 사람을 기회주의자라고 한대요.


처세술에 능한 사람, 눈치를 빠르게 살펴서 자신에게 무엇이 이득인지 알고 행동하는 사람, 좀 더 힘이 있는 사람에게 붙는 사람. 이런 사람들을 보고 기회주의자라고 하죠.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정말 나쁜 것일까요?

얍삽함으로 무장하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 기회를 좇아 달려가는 사람이라면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그 기회를 캐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조금은 결이 다른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요즘, 저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브런치만 열심히 했었어요. 다른 sns도 하긴 했지만, 열심히 하진 않았죠.

두 번째 책을 독립 출간하고나서부터 sns를 더 열심히 하기 시작했어요. 출판사도 없고, 해외에 살고 있으니, 홍보도 마케팅도 모두 온라인으로 해야 했습니다.

내성적인 제가 sns에서는 엄청 적극적으로 책을 홍보하며 뛰어다녔습니다. 한 사람에게라도 내 책을 알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했고, 책을 알릴 기회를 잡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저런 sns를 하다 보니까, 어떤 sns가 더 홍보가 잘 되는지, 반응이  더 좋은지 알겠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반응이 좋은 것에 신경이 더 쓰이게 되고, 로그인을 더 하게 되더군요.

네. 저는 기회주의자입니다.



그동안 저에겐 몇 번의 특별한 기회가 있었어요.

코붱님의 유튜브에 책과 글이 소개되기도 했고요, 온라인으로 두 시간 동안 글쓰기 강의도 할 수 있었어요. 모르는 사람과 카톡으로 상담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이 모든 일들이 내가 알고 있는 범위의 일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우리가 안다고 말할 수 있는 범주의 것은, 학교에서 배웠거나 직접 경험을 해봤거나, 책에서 읽었거나, 영상으로 봤거나 하는 것들이죠.

직접 경험과 간접경험이 내 안에 들어와 나만의 언어로 다시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무언가에 대해 안다고 말합니다.


저는 글을 써봤기 때문에 글쓰기에 대해 알고요, 책을 만들어 봤기 때문에 책에 대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읽어보지 않은 수많은 자기 개발서 책들은 잘 모릅니다.

저는 인도에 살기 때문에 인도를 좀 알아요, 하지만, 타지마할이나 갠지스강은 안 가봐서 모릅니다.


저는 더 많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더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 자신이 아는 것을 쓰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는 것 말이에요. 이번에는 제가 속속들이 아는 것에 대해 쓰고 있어요….(중략) 매일 일어나는 작은 일에 대해 쓰고  있어요. 이제부터는 사실주의자가 되려고 해요. 낭만주의는 버렸어요.”
“어떤 것을 간절히 원하고 노력을 계속하면 결국에는 그것을 이룰 수 있게 돼요.”


이 글은 키다리 아저씨라는 책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고아원에서 자란 주디는 글을 잘 쓰는 아이였어요. 어느 날 스미스 씨라는 후원자가 주디의 능력을 알아보고  대학에 보내줍니다. 그리고  주디에게 매 달 편지를 쓰라고 하죠. 스미스 씨가 누군지 모르는 주디는 그 사람이 키가 크다는 것을 알고는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르기 시작해요.

주디는 자신을 도와주는 키다리 아저씨를 위해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하루라도 빨리 정식 작가가 되려고 글을 씁니다. 글을 써서 출판사에 투고를 했지만, 번번이 낙방하고 말았어요.

결국 주디는 자신이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바로, 자신이 가장 싫어했던 곳이지만,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곳 바로 고아원에 대한 글이었지요.

그 글로 주디는 결국, 책을 출간하게 되고 작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다양한 글을 쓰고 싶었어요. 감성 충만한 글도 쓰고 싶었고, 인문학적인 고민이 가득 담긴 글도 쓰고 싶었습니다. 인도 이야기, 아이들의 이야기도 쓰고 싶었어요. 하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아 매번 멈추고 말았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어요. 브런치 작가 말고 진짜 출간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잘못된 마음이 아닙니다. 그건 글 쓰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욕구라고 생각해요.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글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바로 내가 경험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일이죠.



저는 요즘 매일 그림을 그립니다.

매일 그림을 그리면 진짜 잘 그리게 되는지 궁금했거든요.

그리고 그림을 배워보지 않은 사람이 노력만으로도 그림책을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조금씩 좋아지긴 하지만, 이 실력으로 그림책을 만들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저에게 바람처럼 다가 올 기회를 잡기 위해 경험을 해보고 있어요.

지금은 그림에 대한 기술이 부족해서 누군가에게 말하고 가르쳐주기가 어렵습니다.


누군가에게 그림에 대해 말할 수 있고, 가르쳐줄 수 있을 때까지 계속 그림을 그리겠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지만, 하루하루 그림을 그리는 그 시간은 분명 행복합니다.



아저씨, 제가 행복의 비밀을 찾아냈어요. 그건 지금  순간을 살아가는 거예요. 과거에 대해 후회하거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순간을 가장 즐겁게 사는 거예요. 
저는 위대한 작가가 되지 못할지라도 길에 앉아 작은 행복을 하나하나 쌓아 나갈 거예요.
-키다리 아저씨,  웹스— 




경험을 통해 나에게 다가오는 기회를 알아보고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일상을 경험하며 행복하고 싶습니다. 

저는 기회 경험주의자입니다.


drawing by good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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