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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ul 13. 2020

길을 잃었을 때

바람이 머물다간 자리에서


길을 걷다 한 번씩 길을 잃어버린다.


어디로 가야 할지,

잘 가고 있는 건지,

지금 나는 어디에 서 있는 건지,


그건 마치

꼭 해야 할 일은 없지만,

끝내지 않은 숙제가 남아있는 것처럼


무거운 몸뚱이를 움직일 때마다

구석의 먼지가 일어나는 것과 같다.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했다. 놀고만 싶은 아이에게 산수 문제집을 내밀었다. 아이는 불평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목표물을 감지한 잔소리가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결국, “밥 안 줄 거야.” 한마디에

아이는 백기를 들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엄마 노릇에 벌써 지쳐버렸나?


뒤돌아서서 내가 걸어온 길을 바라본다.

내가 써 온 문장을 따라가 본다  

똑같은 감정은 하나도 없지만,

비슷했던 감정의 발자국은 남아있어서

나침반이 되어 방향을 알려주었다.


과거의 글이 현재의 나에게 힘내라며 말을 건넨다.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나를 위해

글 속의 길을 찾는다.


내  글의 첫 독자인 나를 위해.



drawing by good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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