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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Aug 28. 2020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_ Paradox

선을 긋다. 마음을 잇다.


한 번씩 인도에서 지내는 것이 어떠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공식적으로는 코로나 확진자 세계 3위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세계 1위일 거라는 말이 돌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신문을 보니, 뉴델리에서 항체검사를 했는데 이미 30% 정도가 항체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미 자신도 모르게 바이러스가 들어왔다 나간 모양이다. 이 정도면 집단 면역이 형성된다고들 하던데, 기대와는 다르게 여전히 확진자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 뉴스에 인도에 대한 소식이 나왔나 보다. 웬만해서는 먼저 연락하지 않는 부모님께서 연락을 먼저 주셨다. 인도에 확진자가 너무 많다고 뉴스에 나와 걱정이 된다고 하셨다.  영상 통화를 하며 걱정하지 말라고, 잘 지낸다고 안심을 시켜 드렸다.

또 한 친구는 정말 괜찮냐며, 한국에 들어와야 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았다. 너무 힘들어 보인다고 했다.

사실, 인도의 한 중심에 살고 있지만, 두렵다거나 걱정된다거나 몹시 불안하다거나 불행하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않고 지낸다. 집에서 지내는 일이 당연히 답답하고 어렵지만,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범주의 것은 신에게 맡기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방구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 요리를 하고, 아이들 공부를 봐주고, 함께 책을 읽고, 놀고, 자고 하는 아주 사소한 일들이다. 나는 이런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


며칠 전, 큰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지안아, 넌 행복하니?”

“음… 그런 것 같은데.”

“왜 행복하다고 생각해? 우린 한국에도 못 가고, 한국 음식도 못 먹고, 친구도 못 만나고, 온종일 집에만 있는데, 넌 행복하니?”

“그렇긴 한데, 난 엄마랑 아빠랑 같이 있으니까 행복해. 가끔 옥상 가는 것도 좋고, 게임하는 것도 좋고, 아빠랑 놀 때도 좋고, 엄마가 안아주면 행복해.”

아이의 말을 듣고 행복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우리의 환경이 힘들어 보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오손도손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을.





처음 젠탱글의 패턴을 접했을 때, 매우 복잡하고 어려워 보였던 패턴은 바로 Paradox라는 패턴이었다. 눈으로 보기엔 매우 복잡해 보이고, 어려워 보이고, 현란해 보였다. 도대체 어떻게 그려야 저 무늬가 나올까?

Paradox



한참을 바라보았다. 복잡한 패턴을 바라보다, 이건 도저히 못 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 이 패턴을 알려주는 영상을 하나 보게 되었다. 그저 펜으로 죽, 죽, 죽 줄만 그었더니, 말도 안 되는 무늬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 뒤로 Paradox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패턴이 되었다.



Paradoxd의 영문 뜻은 “역설”이다.

역설법이란, 표면적으로는 모순되거나 부조리한 것 같지만, 그 표면적인 진술 너머에서 진실을 드러내는 방법을 말한다. 즉,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말과 상통한다.



행복의 의미가 꼭 Paradox 같다는 생각을 했다.


눈에는 행복해 보이지만, 정작 자신은 불행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모든 환경이 불행하다고 말해주지만, 정작 우리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그게 쉬운지, 어려운지, 행복한지, 불행한지 모르는 일이다.



행복은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무언가가 아니라, 창문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그러니, 다른 이가 행복한지 아닌지 눈으로만 보고 판단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저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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