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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Sep 01. 2020

그림자가 있어야 완성된다. _ CUBIN

선을 긋다, 마음을 잇다.


삶을 살다 보면 항상 햇살처럼 기쁜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어두운 그림자만 존재하는 것도 아님을 알게 된다. 이런 삶의 명암은 누가 가르쳐 줘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저절로 느끼게 되는데, 이것을 또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하며 지혜롭게 넘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명암의 간극이 너무 커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앉아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나에게 가장 어두운 날들이 언제였나...생각해보니 청소년 시절과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방글라데시에 살던 때였던 것 같다.

청소년기에는 돈이 없어서 힘들었다. 하지만 언니들과 가족이 있었기에 힘들어도 힘들 줄 모르고 당연하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큰 고민 없이 삶에 순응하며 살았다고나 할까?


두 번째 힘들었던 때는, 방글라데시에서 지내던 시절, IS 테러가 심해지던 때였다. 아이들은 어렸고, 할 수 있는 것은 없어서 지금처럼 집에서만 지내던 시절이었다.

외국인이었기에 테러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보다 훨씬 공포스러웠다. 감사하게도 우리에게는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고, 시간이 흘러 지금처럼 몹시 잘 지내고 있다.



삶의 그림자는 그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돈이 없어 힘든 시절을 보냈지만, 가족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테러의 공포로 무서웠지만, 덕분에 삶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처럼 말이다.



패턴 중에도 이런 패턴이 있다. 열심히 선을 죽죽 그었지만, 그림자가 없으면 완성이 되지 않는 CUBIN 패턴도 그중 하나이다.


CUBIN

이 패턴은 선의 간격을 일정하게 그어야 예쁜 모습이 나온다. 그걸 몰라 대충 선을 그어 모양을 흉내 내니, 결과물이 매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선을 긋는 연습을 여러 번 한 후에야 비로소 일정한 모양을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연필을 들고 그림자를 그려줘야 입체적인 패턴이 완성된다.



CUBIN 패턴 그리는 법




선과 삶은 참 많이 닮았다.

빛과 그림자가 함께 어우러져야 입체적인 그림이 되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행복과 슬픔이 적절히 섞여 있어야 더욱 성숙한 모습이 되니 말이다.

용기를 내어 한 발자국만 옆으로 비키면, 그림자를 피할 수 있기도 하고, 뜨거운 햇빛에 눈이 부실 때는 일부러 그림자를 찾아 들어가는 것 까지.


우리에게 빛과 그림자를 선물해준 신은, 우리의 삶도 그러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세계 모든 사람이 힘든 그림자 속에 머물고 있는 지금, 우리의 인내와 성숙한 자세가 모여 한 발자국 빛으로 향할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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