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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Sep 28. 2020

행복이란 뭘까요?

에필로그

결혼을 결심할 때 우리는 행복을 꿈꿉니다. 새로운 직장에 들어갈 때도 그렇죠. 행복을 찾아 이민을 가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고요. 행복하기 위해 집을 사고 차를 삽니다. 또 행복을 위해 이혼을 결심하고, 행복을 위해 퇴사를 합니다. 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사람들이죠. 그런데, 행복이 뭘까요? 당신은 행복한가요?


우린 항상 우리가 가지지 않은 것을 볼 때 부러움이라는 마음이 빼꼼히 고개를 듭니다. 며칠 전, 한인교회에서 청년 2명을 만났어요. 한 명은 28살로 이곳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21살로 이곳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있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입에선 반사적으로 이런 말이 나왔어요.

“와~ 좋겠다~”

뭐가 부러웠을까요? 그들의 나이? 아니면, 그 어린 나이에 인도에 와서 자기의 삶을 사는 모습? 둘 다 인 것 같아요. 제가 20대일 때는 매우 수동적으로 살았거든요. 사회에서 정해 놓은 20대가 가야 할 길, 30대가 가야 할 길을 착실하게 갔어요. 그래서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부럽더군요.

저희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도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한국이 아닌 곳에서 살고 있어서 부럽다 또 다른 하나는, 한국이 아닌 곳에서 살아서 정착도 못하고 어쩌나, 하는 것입니다. 모든 선택에는 두 가지의 시선이 있게 마련인 것 같아요. 저희는 행복을 위해 한국을 떠나 사는 삶을 선택했죠. 그렇다면 우리 가족은 행복할까요?

며칠 전, 남편이 또 출장을 갔습니다. 유독 큰아이가 아빠를 보고 싶어 하더군요. 10살 아들아이는 어렸을 때 아빠와의 애착이 좋지 않았어요. 지안이가 백일 즈음에 아빠가 방글라데시로 떠났고, 10개월이 될 때까지 엄마가 세상의 전부였거든요. 나중에 아빠를 만났지만, 아이는 아빠에게 잘 가지 않았어요. 그 어린 시절을 아이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애착에는 꽤 오랜시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랬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아빠를 좋아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아빠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요.

아이가 아빠를 무척이나 보고 싶어 한다는 말을 했더니 남편이 그러더군요.

“난 행복한 사람인가? 아들이 이렇게 아빠를 보고 싶어 해 주니까.”

남편의 말을 듣고 전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행복의 역치가 낮은 사람은 쉽게 행복을 느끼는구나. 아주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죠. 그게 바로 제 남편처럼 느껴졌어요.

  며칠 전, 아인잠님의 책 “내 인생에서 남편은 빼겠습니다.”라는 책을 이북으로 사서 읽었어요. 읽은 내내 마음이 많이 불편했어요. 그분의 힘듦과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졌기도 했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 때문이었어요. 저도 결혼하고 9년 동안 살면서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었어요. 싸우기도 했고 꼴도보기 싫을 때도 있었죠. 하지만 금세 화해를 하고 다시 화기애애하게 살아가거든요. 전 모든 부부가 그럴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른 부부의 불편한 진실을 커튼 사이로 훔쳐보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요, 그런 불편함 뒤로 안도감이 드는 거예요. 그건 도대체 무슨 감정일까요?


어둠이 없이는 빛의 존재를 깨닫지 못한다. 인생이라고 다를 리 없다. 행복은 여간해서는 그 상태를 알아차릴 수 없지만 불행을 배우는 순간, 불행과 다른 행복의 존재를 상상하게 된다. - 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전 그분의 삶을 통해 제 행복을 알게 되었어요. 내가 직접 어둠에 머물진 않았지만, 다른 사람의 어둠을 본 순간 내 행복을 알아차렸어요.

“우린 이만하면 행복한 거 같아.”

요즘 남편과 제가 하는 말들입니다. 저흰 집이 없어요. 좋은 차가 없고요, 한국엔 1년에 한 번 갑니다. 즐길거리도 놀거리도 먹을거리도 없는 곳에서 살아요. 하지만 저흰 행복합니다. 행복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바라볼 때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될 때 느끼는 것이죠.

“소은이는 언제 행복해?”

“음..... 아빠랑 싸우기 놀이할 때, 엄마랑 책 놀이할 때, 유튜브 볼 때.”

아이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합니다. 저도 아이처럼 그렇게 일상 속에서 작은 것을 하면서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어요.

누군가는 당신의 삶을 부러워할 수도 있어요. 당신은 눈치채지 못한 행복이 다른 사람의 눈엔 보일 수도 있어요. 다른 사람의 눈동자에 비친 당신의 행복이 보이시나요? 오늘 당신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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