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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Nov 17. 2020

작가란 뭘까...

에세이를 씁시다.

 어느 날 SNS에서 글을 하나 읽었다.


“저는 작가가 아닙니다. 저는 책을 한 권도 출간하지 않았습니다. 저를 작가라고 불러주셔서 고맙긴 하지만, 저를 작가라고 부르지 말아 주세요. 진짜 작가님들에게 미안해집니다.”


SNS에서 만나는 관계가 대부분 그렇듯, 글을 쓴 사람의 진짜 이름이나 직업, 얼굴은 전혀 몰랐다. 궁금증이 일어서 그의 프로필까지 들어가 보게 되었고, 그가 주로 올리는 글이 무엇인지 읽어보기까지 했다. 그는 매일 글을 써서 올리고 있었다. 이렇게 부지런히 글을 쓰고 있지만, 작가라고 불리는 건 싫다는 그를 보며, 과연 작가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강영숙 작가님의 소설 “라이팅 클럽”에는 김 작가가 나온다. 김 작가는 이름도 생소한 어떤 에세이 잡지에 글을 보내 산문 하나를 발표한 경력이 다이다. 미세한 경력으로 글쓰기 교실을 열고 스스로를 작가라고 소개했다. 그녀를 만나는 모든 사람이 그녀를  김 작가라고 부르게 되었다.

소설 속의 김 작가는 먹고살기 위해 자신의 경력을 부풀렸고, 분식집이나 국밥집 대신 글쓰기 교실을 열었다. 그런 그녀가 밉지 않은 이유는 자신을 작가라 명명한 후, 진짜 작가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매일 원고지에 글을 쓰고, 좁은 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어느 문학잡지의 신인 작품 공모에 글을 보내 신인상을 타기도 했다. 원고료나 상금은커녕 오히려 에세이가 실린 잡지를 몇십 부 구입해 주어야 했지만.




처음 브런치 작가가 되었을 때, 나 역시 작가라는 명칭이 매우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글 쓰는 방법도 모르고, 책 한 권도 출간해 보지 못한 내가 무슨 작가라고.


내 글을 정성스레 읽고 댓글을 달아주는 구독자들이 “작가님”이라고 나를 부를 때마다 배꼽 주위가 간지러웠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지만, 아직 작가가 아니에요.”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 마음은 온전한 바람으로 돌아왔다. 저들이 불러주는 “작가”라는 명칭에 꼭 맞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


이제는 책 두 권을 출간한 작가가 되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해주는 멘토가 되었지만, 여전히 작가라는 타이틀은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지곤 한다. 나에겐 아직 헐렁한 옷이라고나 할까. 그 옷에 맞는 몸을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근육을  만들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당당히 작가라고 나를 소개한다. 내 마음이 아직 간지럽긴 하지만, 내 책을 구입해 정성스럽게 읽고, 너무 공감되었다며 메시지를 보내주는 독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열심히 글공부를 하고 매일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글을 시작한 누군가에게도 말하고 싶다.

 글을 썼고, 글을 읽은 독자가 있고, 글에 감동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당신이 바로 작가라고

. 작가에 대한 정체성은 타인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고 있는 나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책을 출간해야만 작가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브런치에, 인스타 그램에, 네이버 블로그에, 그리고 자신의 컴퓨터에 꾸준히 쓰고 있는 바로 당신이 작가가 아닐까.

 작가라는 옷을 입고, 그 옷에 딱 맡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이 글은 마미킹 출판살롱 2기 공동 저서, 에필로그에 수록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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