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의 겨울, 생강차로 전하는 한 움큼의 용기

뉴델리에서 전하는 겨울 편지

by 선량

해가 지면 춥고, 해가 뜨면 따뜻한 계절이 되었습니다. 대리석 바닥이 차가워 수면 양말을 꺼내 신고, 밤이 되면 뚝 떨어지는 기온 때문에 전기장판을 침대에 깔았습니다. 뉴델리에 겨울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겨울은 코로나 때문인지 더 일찍 시작된 기분입니다. 움츠러드는 가슴과 자유롭지 못한 행동반경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작년에 비해 좋은 점이 있다면, 미세먼지가 덜하다는 것입니다. 뉴델리의 공기오염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겨울이 되면 더욱 심해지죠. 그런데 이번에는 맑은 날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뉴델리에서는 매일 신규 확진자가 5천 명 이상씩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큰 동요 없이 일상을 살아갑니다.

3월부터 온라인 수업을 하던 학교는 11월에 재오픈을 했습니다. 인도 학교 중에 유일하게 오픈한 학교인 것 같아요.

아이들은 아침에 학교 갔다가 점심때 돌아옵니다. 유치원생 같은 스케줄이지만, 그것조차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할 때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거든요.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별다른 문제없이 학교생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학생들이 학교에 오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 인도로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도 있고, 어린 아이나 연로한 조부모님과 함께 사는 가족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학생들을 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힘든 건 선생님들인 것 같아요.



어제는 마트에서 생강을 사 왔습니다. 아침이면 차가운 공기 때문에 목이 칼칼하다는 가족들을 위해 생강청을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인도의 생강은 한국 생강과 똑같이 생겼어요. 하지만 그 향이 좀 더 강합니다.


껍질을 깨끗이 벗겨 얇게 썰어서 설탕에 재어 두었습니다. 굵은 인도 설탕을 넣었더니, 잘 녹지 않네요.


하루가 지나고서야 설탕은 녹고 생강즙이 많이 생겼습니다.



따뜻한 물에 생강청 한 스푼을 넣고 생강차를 만들었습니다. 쌉쌀 달 큰 한 차를 마시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따뜻한 기운으로 뒤덮였습니다. 이 겨울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추위도 코로나도 미세먼지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같은 동네 사는 친구를 위해 작은 유리병에 생강청을 나누어 담았습니다. 같은 뉴델리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지긴 하지만, 내가 느낀 그 따뜻함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아주 작은 것이 주는 만족감은 용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그 용기 덕분에 힘들 것 같은 하루를 살아냅니다.

하루는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은 한 달이 됩니다.

그렇게 작은 용기들이 모여 한

해를 살아갈 수 있습니다.



당신의 생강차는 무엇인가요?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주고 자신감을 챙겨줄,

거기에 용기를 더해 줄 그 무언가가

당신에게도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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