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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Dec 13. 2020

책을 많이 읽으면 글을 잘 쓰게 될까?

글로모인사이


“책은 얼마나 많이 읽으세요? 주로 어떤 책을 읽으세요? 일주일에 몇 권정도?”


가끔 책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상대방은 내가 책을 많이 읽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질문을 한다. 하지만 난 그의 기대와는 다른 대답을 한다.


“사실, 책을 많이 읽진 않아요. 일주일에… 겨우 한 권? 이주에 한 권 읽을 때도 있고 한 달에 한 권 읽을 때도 있어요. 주로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읽고, 소설과 에세이를 주로 읽어요.”



우리는 독서에 대한 효과를 기대한다.

어렸을 적부터 책을 많이 읽은 아이는 자랑거리가 되고, 십 대가 되어서도 책을 꾸준히 읽는 아이는 특별한 아이라는 시선을 받는다.

그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지만,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라는 것쯤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 중 수업시간에도 책을 내려놓지 않고 읽는 아이가 있었다. 수학 시간에도, 과학시간에도 그 친구는 책을 읽었다.

책 종류도 다양했다. 어떤 날엔 소설을, 어떤 날엔 만화책을, 또 어떤 날엔 과학 서적을 읽었다.

그 친구의 내신 성적은 별로였지만, 모의고사만 봤다 하면 상의권이었다. 마지막 수능점수도 꽤 잘 나왔다.

그 아이에게 비결을 물어보니, 책에서 읽은 내용이 시험에 많이 나온다고 했다. 가끔은 과학, 수학 문제도 책 내용을 떠올려 푼다고 했다.

그 친구의 말을 듣고 나도 책을 더 많이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 집에는 실용서나 자연과학책은 하나도 없고 소설책만 가득 있었다.

제인 에어, 테스, 두 도시 이야기, 1984, 위대한 개츠비, 분노의 포도,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채털리 부인의 사랑…. 농도 진한 사랑과 배신 이야기를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당연히 모의고사도 수능도 잘 보지 못했고, 상상력만 더해졌다. 




지금은 하루에 한 시간 정도 책을 읽는다.

책을 많이 읽진 않지만, 날마다 조금씩, 꾸준히 읽는다.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은 글 쓰는데 할애한다.  


목적에 따라 책을 읽는 방법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SNS에 올리기 위한 경우라면, 책 표지를 예쁘게 찍고, 좋은 문장을 발췌하며 읽을 것이다. 재미를 위해 읽는다면 시간과 공간의 부담 없이 읽을 것이고, 하루에 한 권 읽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빠른 속도로 읽어 나갈 것이다. 자기 계발을 위해 읽는다면 자신의 삶에 적용하며 읽을 것이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는다. 읽을 때마다 인용할 만한  문장이 있는지 고민한다. 내가 쓰고 있는 글과 결이 비슷한 문장이 있으면 밑줄을 긋고 꼭 필사를 해둔다. 그리고 내 글에 인용을 한다.



글을 쓸 때 인용문을 삽입하면 좀 더 설득력 있는 글이 된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다른 작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뒷받침이 되어주고, 내 글에 대한 근거가 돼준다. 무엇보다 글의 분량을 확보할 수 있다.


나는 글을 쓸 때마다 책을 쓴다고 생각하며 쓴다.

브런치에, 인스타에, 각종 SNS에 올린 글이지만, 언젠가는 이 문장들이 책으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한 꼭지 분량의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주술 호응이 맞는지, 불필요한 조사와 전치사는 없는지, 중복된 단어는 없는지, 

“나”를 너무 많이 쓰진 않았는지 확인한다. 



책은 많이 읽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는다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그건 다이어트하는 방법은 많이 알지만, 정작 살은 빠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좋은 글을 쓰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많이 읽으라고 했지만,
많은 양의 책을 읽기보다 
많은 시간 동안 읽으라는 뜻이다.

가능하면 좋은 책을 정독하자.
-퇴근길 인문학, 나를 찾아가는 글쓰기,
/최옥정-
“글쓰기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나 역시 좋은 글을 쓰고 싶다.

그래서 매일 글을 쓰고, 매일 책을 읽고 하루 종일 글감을 생각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분명 어제보다 오늘 쓴 문장이, 오늘보다 내일 쓸 문장이 좀 더 좋을 거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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