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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26. 2019

메흐씨(merci), 토미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는 것은 축복이다.



토미 선생님의 첫 인상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아이들은 프랑스  학교에 어느정도 적응을 했고, 두 달간의 긴 여름방학을 보냈다. 프랑스학교는 대부분 9월초에 새학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토미 선생님의 첫 인상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청바지에 쪼리를 신고 교실 앞에 서서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몸집도 작고 빼빼 마른 외모는 약간 방글라데시 사람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햇살처럼 밝았다.


지안이의 첫 담임 선생님이었던 도로테는 예쁜 여자 선생님이었는데, 조금은 엄격 했다. 도로테 선생님과 6개월을 함께하면서 많이 힘들어 했었다.

그래서 두 달간의 여름방학동안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기를 기도했다.

 


지안이는 새롭게 시작된 학교 일과로 다시 힘들어 했다. 새로운 남자 선생님에게 적응해야했다.  시간이 좀  걸리는 아이였기 때문에 기다려 주는것 말고는 해줄수 있는게 없었다. 아침마다 내 다리를 붙들고 서있고, 교실에 들어가기를 싫어했다. 그런 아이를 그냥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한껏 시킨십을 해주었다. 그리고 미리 토미선생님께 양해를 구했다.

"지안이는 많이 예민한 아이입니다.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이해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이의 예민함을 말한것 뿐인데 아이에 대해 말해주어 고맙다는 답변을 듣고 어리둥절했다.

이게..... 고마울 일인가?


안이는 두 달동안 교실에서 말을 하지 않았다. 선생님이 물어봐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2달 동안 관찰만 했다. 그리고 두 달 후, 아이는 완전히 변하게 되었다. 어느 날부터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토미를 보더니 달려가 그의 품에 안기는 지안이를 보고, 너무나 깜짝 놀랐다. 토미는 그런 지안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절대 애정 표현을 하지 않는 아이이다. 선생님을 저렇게 포옹하는 것은, 정말 좋아한다는 의미였다. 아이는 선생님을 너무나 좋아하고 있었다.



토미는 정말 열정적인 선생님이었다. 그의 첫인상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사진으로 찍어 매주 letter를 만들어 부모님께 보내주었다. 아이의 프렌치가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주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에 대해 물어보면 칭찬을 해주고, 긍정적인 말을 해주었다. 모든 아이들이 토미를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었다.

토미선생님이 보내준 영상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절대 큰 소리를 내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컨트롤 할 때 목소리를 높여 화를 내는것이 아니라 단호하고 엄격한 말투로 아이들을 훈육했다.


나이가 2살 많은 에이단이라는 남자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평소에도 행동이 거칠어서 다른 선생님들이 힘들어 하는 프랑스 아이였다. 그런데 토미는 그 아이를 통제할 수 있었다. 에이단도 토미의 말을 들었다. 그 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토미를 사랑하게 되었다.


어느 날, 지안이와 집에서 책갈피를 만드는 활동을 했다. 종이에 예쁘게 그림을 그려서 손 코팅지를 이용해 책갈피를 만들었다. 지안이는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준다며 3개를 더 만들었다. 그리고 토미에게 주겠다며 하나를 더 만들었다. 지안이는 수줍은 얼굴로 토미에게 자기가 만든 책갈피를 선물했다. 기쁘게 받아주는 선생님의 표정이 아이처럼 해맑아 보였다. 토미 덕분에 지안이의 프렌치도 많이 늘게 되었다.

토미는 아이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안이에 대해서도 항상 좋은 말을 해주었다.

"지안이는 두 달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두 달 후부터 완벽하게 말을 하는 아이입니다. 지안이의 성장은 놀라워요. 교실에서 내 말을 아이들에게 통역 해주기도 한답니다. 교실에서는 프렌치만 사용해야 하는 규칙이 있어요. 어느 날 제가 깜빡 있고 영어를 썼더니, 지안이가 그러더군요."


토미, 농 엉그레( no, English)




토미와 함께 했던 1년은 참 감사한 한 해였다. 힘들어 질 수도 있었던 시기에 최고의 선생님을 만났다. 다카를 떠나게 되었을 때 가장 아쉬웠던 것이 토미와 헤어지는 일이었다. 그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가장 감사한 선생님이다.


토미는 방학때면 세계 여기 저기를 여행하고 다닌다. 일을 할 때는 열정적으로 일하고, 쉴 때는 열정적으로 여행을 한다. 그의 열정과 젊음과 에너지가 참 멋있었다.

지난 가을에는 한국으로 여행을 갔는데, 부산과 제주도가 너무 좋다며 트위터에 사진을 올렸다. 그에게 한국이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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