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하지 않고 솔직하게 살아가기
시골 동네 어느 담벼락에 피어있던 동백꽃을 하나 따서 가운데 수술을 쪽 빼면 꿀이 따라 나왔다.
빨갛게 물든 꽃잎을 하나하나 따서 하늘 높이 던지면 빨간 눈처럼 후두두 떨어졌다.
땅에 떨어진 꽃잎을 발로 즈려 밟기도 하고, 돌멩이로 콩콩 찧어 소꿉놀이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유독 동백꽃이 많이 피어있던 집은 뒷산 언덕배기에 살던 해피네 집이었다.
그 집에는 어떤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아내가 먼저 죽었다. 나중엔 이 마을 저 마을 떠돌아다니던 여자를 데려다 그 집에 살게 했다고 했다.
우리 집 바로 뒤에는 대나무 숲이 있었는데 그 언덕 집과 연결되어 있었다. 바람이 불면 대나무가 서로 부딪히며 스산한 소리를 냈다. 나는 그 소리가 무척이나 무서웠다. 밤이 되면 더 무서워 뒷문을 꼭꼭 잠궜다.
하지만 날이 밝으면 마을을 빙 돌아 그 언덕배기로 올라가곤 했다. 거기엔 빨간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공효진과 강하늘 주연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동백꽃의 꽃말을 너무나 잘 보여준 드라마이다.
촌므파탈 용식이의 직진 사랑법은 마흔이 넘은 아줌마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고, 안타까운 동백이의 삶은 엄마로서 애단 마음을 갖게 했다.
그 드라마를 보며 마음을 아끼지 말고, 재지 말고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매번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그 마음을 아끼고만 있으니,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는 너무나 크다.
어떻게 하면 마음을 아끼지 않고 표현하며 살 수 있을까?
나는 내 아이를 통해 솔직하게 표현하는 동백꽃같은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방 정리를 한 후, 꼭 엄마를 불러 확인을 시키고 칭찬 한마디를 받길 원한다.
요리를 하다 지쳐 앉아있는 엄마에게 얼음물을 타주며
"엄마, 나는 칭찬받을 때가 좋아."
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자기 전엔 꼭 뽀뽀를 해달라고 하고, 꼭 안아주면 가장 좋아한다.
솔직한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나에게도 저런 때가 있었나.... 되돌아보는데 좀채 기억나지 않는다.
나에게는 동백꽃의 솔직함이 불편스럽다.
솔직한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아는 어른이 되었다.
알아도 모르는 척,
들리지 않는 척,
보지 않은 척,
겸손한 척하며 살아간다.
동백꽃 꽃잎 하나 그리며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또 하나 그리며 친구들을 떠올리고,
빨간 꽃잎을 색칠하며 내 옆의 가족을 떠올렸다.
올해는 황용식이처럼, 내 아이처럼, 동백꽃의 꽃말처럼 아끼지 말고 사랑해볼 수 있을까....
동백스러운 솔직한 고백을
아끼지 말고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