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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05. 2021

11. 당신을 사랑합니다, 동백꽃

척하지 않고 솔직하게 살아가기

시골 동네 어느 담벼락에 피어있던 동백꽃을 하나 따서 가운데 수술을  빼면 꿀이 따라 나왔다.


빨갛게 물든 꽃잎을 하나하나 따서 하늘 높이 던지면 빨간 눈처럼 후두두 떨어졌다.

땅에 떨어진 꽃잎을 발로 즈려 밟기도 하고, 돌멩이로 콩콩 찧어 소꿉놀이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유독 동백꽃이 많이 피어있던 집은 뒷산 언덕배기에 살던 해피네 집이었다.

 집에는 어떤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아내가 먼저 죽었다. 나중엔  마을  마을 떠돌아다니던 여자를 데려다  집에 살게 했다고 했다.


우리  바로 뒤에는 대나무 숲이 있었는데  언덕 집과 연결되어 있었다. 바람이 불면 대나무가 서로 부딪히며 스산한 소리를 냈다. 나는  소리가 무척이나 무서웠다. 밤이 되면  무서워 뒷문을 꼭꼭 궜다.


하지만 날이 밝으면 마을을 빙 돌아 그 언덕배기로 올라가곤 했다. 거기엔 빨간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공효진과 강하늘 주연의 드라마 동백꽃  무렵은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동백꽃의 꽃말을 너무나  보여준 드라마이다.

촌므파탈 용식이의 직진 사랑법은 마흔이 넘은 아줌마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고, 안타까운 동백이의 삶은 엄마로서 애단 마음을 갖게 했다.


 드라마를 보며 마음을 아끼지 말고, 재지 말고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매번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마음을 아끼고만 있으니,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는 너무나 크다.





어떻게 하면 마음을 아끼지 않고 표현하며   있을까?


나는  아이를 통해 솔직하게 표현하는 동백꽃같은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방 정리를 한 후, 꼭 엄마를 불러 확인을 시키고 칭찬 한마디를 받길 원한다.

요리를 하다 지쳐 앉아있는 엄마에게 얼음물을 타주며

"엄마, 나는 칭찬받을 때가 좋아."

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자기 전엔 꼭 뽀뽀를 해달라고 하고, 꼭 안아주면 가장 좋아한다.

솔직한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나에게도 저런 때가 있었나.... 되돌아보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나에게는 동백꽃의 솔직함이 불편스럽다.


솔직한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너무  아는 어른이 되었다. 

알아도 모르는 ,

들리지 않는 ,

보지 않은 ,

겸손한 척하며 살아간다.






동백꽃 꽃잎 하나 그리며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하나 그리며 친구들을 떠올리고,

빨간 꽃잎을 색칠하며  옆의 가족을 떠올렸다.



올해는 황용식이처럼,  아이처럼, 동백꽃의 꽃말처럼  아끼지 말고 사랑해볼  있을까....


동백스러운 솔직한 고백을 

아끼지 말고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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