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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08. 2021

12.  영원한 사랑, 도라지꽃

순수한 아이의 사랑이여


시골집 마당 구석의 작은 화단엔 엄마가 심어 놓은 여러 종류의 꽃이 있었다.

 이름도 모르는 꽃부터 붉은 작약 꽃, 봉숭아 꽃, 장미꽃….

 스승의 날이면 봄날에 피는 꽃을 꺾어 작은 꽃다발을 만들어 선생님께 드렸다.

그 꽃다발엔 시골 아이의 순수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여름이 되면 그 화단에 영롱한 보랏빛의 도라지 꽃이 피었다.


도라지꽃 @goodness

도라지는 해가 잘 드는 양지에 길쭉하게 자랐다. 뿌리는 고작 두세 개뿐이었지만, 끝에 맺힌 꽃망울은 온 집안을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활짝  꽃보다 아직 웅크리고 있는 꽃망울을 좋아했다.  꽃망울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소리가 나며 터졌다. 손가락 으로 전해지는 폭스러움이 간질간질  모든 꽃망울을 터트렸다.



도라지 꽃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다. 에키네시아의 꽃말이 영원한 행복으로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했는데, 영원한 사랑이라는 꽃말도 마찬가지이다.

영원한 사랑이라니.


 



내가 드라마를  때마다 아이들은 무슨 드라마냐고 물어본다. 그럼 나는 “사랑 이야기라고 말한다. 엄마는  맨날 사랑 이야기만 보냐고 한다. 그럼  이렇게 말한다.


“사랑 이야기가 제일 재밌어. 이 세상에 사랑 빼면 아무것도 없어. 사랑이 최고야. 너희들도 그런 사랑을 하렴.”


어느 날 큰아이가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엄마, 나 사실은 티아 좋아해.”

그러더니 얼굴이 빨개져서는 쉿~하며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티아는 같은 반 여자 아이로 꽤 예쁘게 생긴 친구이다. 밸런타인데이를 4일 앞두고 있던 날이었다.



함께 마트에 가서 초콜릿을 골랐다. 너무 화려한  조금 부담스러워 보였고, 네모 반듯한 초콜릿은 조금 성의 없어 보였다. 그나마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키세스 초콜릿을 골라 집에 와서 함께 포장을 했다. 그리고 내일 학교 가서 준다며 가방에 넣어 두었다.


다음날 아이는 그 초콜릿을 티아에게 주며, “나 너 좋아해.”라고 말했다고 했다.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이 많던 아이가 언제 저렇게 컸을까?


“엄마, 이제 엄마가 사랑 드라마를 보는 이유를 알겠어.”

아이의 감정이 조금씩 성숙해지는 모습을 보며 아이가 자라고 있음을 알았다.






활짝 핀 꽃 보다 꽃망울이 좋은 이유는,

손끝 전해지던 폭스러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설렘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은 아직  익은, 어리숙한 모습이다. 

 아이의 감정이 활짝 피기 전의 도라지 꽃망울 았다. 언젠간 그걸  터트러줄 사람이 나타나겠지? 



좋아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는 아이는 고백은 했지만,  후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르는 모양이다.

여자 친구, 남자 친구 하기로 했느냐 물어보니 그건  아니라고 한다.

학교에서 만나면 어떻게 하느냐 물어보니 그냥 같이 뛰어 논다고만 한다.

가끔은 학교 벤치에 함께 앉아 있기도 하면서.

이런 순수한 영혼을 봤나....  잡을 줄도 모르는 녀석이 덜컥 고백부터 했으니....



아이의 순수한 이 모습이 영원히 기억되길….

영원한 사랑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은 영원히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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