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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28. 2019

38살 아줌마의 영어 도전기

엄마 성장 스토리 -2

33살에 해외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영어는 몇 마디 되지 않았다.  

영어를 못해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살아가는데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간단한 벵골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고, 나중에는 유창한 벵골어로 무슨 말이든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 조차 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프랑스 학교를 다니게 된 순간, 난 말문이 막히게 되었다. 프랑스 선생님들은 벵골어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학교의 외국 엄마들은 모두 영어가 유창했다. 나만 빼고.......


아침마다 선생님과 얼굴을 맞대고 인사를 해야했다. 아이들을 픽업 할 때도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을 들어야했고, 가끔 아이에 대해 상담을 해야했다.

학교에 가면 여러 외국 엄마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하고 있었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그 옆에 우두커니 서있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말 한마디 못하는 내 모습이 점점 초라하게 느껴졌다.  초라한 내 모습이 너무 싫어 영어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과외를 해볼까 했지만, 기초가 너무 없어 무턱대고 과외를 시작할 수도 없었다. 여기 저기 찾아보니 쉐도잉을 하면 좋다고들 했다.

유투브를 보며 따라해 보려 노력했지만, 아무리 들어도 무슨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기초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도대체 중, 고등학교때 배운 영어는 무엇이었단 말인가.......


가장 급한 불부터 꺼야 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기름 뿐이었다. 불을 끄기 위해 물을 구해야했다. 누구한테 물을 구하지? 어떻게 구하지?


유투브를 보고 따라해보고, 단어를 외우고, 책을 봐도 머리에 남는 것은 없었다.


몇날 몇일 영어공부에 대해 검색만하고 정작, 시작하지 못했다. 어느것 하나 나에게 맞는 것이 없었다. 여러 어플을 다운 받고, 영어에 대한 유투브 채널 여러개에 구독을 눌렀다. 하지만 난 공부하지 않았다. 그냥 손가락만 움직여 클릭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팟 캐스트를 틀었다. 뭐라도 들어보자는 심정으로, 그날도 여전히 손가락 운동만 하며 클릭을 했다. 몇년 전에 다운받아 놓은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다. 결혼 전, 엔지오에서 일할 때 영어공부를 해볼 심산으로 다운을 받아놓았었나보다. 하지만 다운만 받아놓고 정작 한번도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었다. 무심결에 클릭을 했다. 중후하면서도 명랑한 남자 선생님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남자 선생님은  어리숙해 보이는 고등학생 남자 아이를 데리고 기초영어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이건 좀 쉽네. 나도 할 수 있겠는데?'

기초중에 기초, 명사에 대한 수업이었다.

그리고 그 수업은 동사, 형용사로, 부사로, 의문사와 관계대명사로 이어지고 있었다.

한번 들어나볼까? 하고 시작한 그 강의는 나에게 '물'을 주었다. 그 물로 영어에 대한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되었다.


원래는 책을 보며 팟캐스트를 듣고 공부하는 방법이었지만 책이 없었기 때문에 무작정 듣고 노트에 필기를 했다. 집에 있는 동안에는 하루종일 그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달달 외웠다. 내 마지막 영어공부라 생각하고 매달렸다.


그렇게 우연히 시작된 공부법을 1년동안 계속했다. 1강부터 5강 까지 다 듣게 되니, 머릿속에 영어에 대한 구조가 생기게 되었다.

처음에 어리숙하던 그 학생도 5강이 끝나니 어느새 영어로 말을 하고 있었다. 그의 성장을 직접 보며 아는 동생처럼 기뻤다. 무엇보다 나도 영어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팟케스트를 들으며 배운 말을 학교에 가서 써먹었다. 외국 엄마들에게 한번씩 말을 걸어보고, 아이들끼리 플레이 데이트(play date)를 할때 함께 가서 엄마들과 대화 하려고 노력했다.

점점 얼굴이 두꺼워져 문법이 틀리고, 말을 잘 못해도 창피해하지 않는 대범함이 생기게 되었다.


그렇게 영어를 전혀 못하는 아줌마에서, 영어도 조금 하고, 벵골어도 할 줄 아는 조금은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의외로 영어를 잘한다. 그들은 뇌구조가 특이한지 언어 습득력이 뛰어났다. 알파벳을 전혀 모르면서  유창하게 말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건물 청소부, 집안일들 도와주는 아야들 중에도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식당이나 가게를 가면 모든 점원들이 영어로 말을 했다. 벵골어나 영어, 둘 중 하나만 말할 수 있는 사람보다, 두 언어 다 할 줄 아는 사람에게 좀 더 호감을 보였다.그리고 가격 흥정할 때 훨씬 더 유리하기도했다.  



아이들 학교 때문에 시작한 영어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되고있다. 지금 살고있는 인도에서는 영어가 필수이다. 이곳에 와서 조금이나마 덜 힘든것은 영어로 말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 친구들을 만나고, 학교 선생님과 대화하는 일들, 인도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들 모두 영어를 할 수 있어서 가능했다.


여전히 유창한 실력은 아니다. 그저 영어와 함께 대범함이 자랐다. 잘  못해도, 실수해도, 문법이 틀려도 얼굴색 변하지 않고 계속 말하는 대범함.


내가 공부한 방법이 너무 좋아 여러사람에게 소개를 해주었지만,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마다 맞는 방법이 다른 것 같다.




영어 공부의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 환경 그리고 의지이다.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아무리 해도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없다면 늘지 않는다.

영어공부를 시작은 하되 끝까지 못하는 것은,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경우를 봤을때, 난 동기와 환경, 의지가 모두 충족 되었다.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되지 않기 위한 동기, 해외에 살고 있기에 영어로 말해야 하는 환경, 그리고 이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의지.


가끔 아이들이 공부때문에 힘들어하면 이렇게 말한다.

"하지마. 너가 하고 싶을때 해. 엄마도 나이들어서 이제 공부 하잖아. 너도 너가 하고 싶을때 해."


아이들이 영어로 말을 잘 못해 속상하다고 말하면,

"엄마도 영어 한마디도 못했는데, 공부하니까 지금은 말 할 수 있게 됬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해. 그러니 너도 할 수 있을거야. "


난 오늘도 영어책을 펼친다. 비록 책만 펼치고 다른 일을 할지라도.......

유투브를 튼다. 영어 쉐도잉을 해본다. 몇마디 따라하다 다시 bts영상을 볼 지라도.......


놓지않고 계속 하는 것! 그것이 나의 영어공부법이다.

나의 영어책 @so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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