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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Apr 24. 2021

힘든 환경에서도 처연하게 피어나는 연꽃처럼

당신의 꽃

이른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로 나갔다.

럭 다운으로 멈춰버린 세상은 고요했고, 어디선가 이름 모를 새가 초롱초롱 울었다. 

이미 한여름이  계절이지만, 새벽 공기는 청량했다.

하늘 너무 맑아 눈이 부셨다. 파란 하늘에 괜히 심술이  툴툴대며 혼잣말을 했다.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나가지도 못하게. 에잇, 코로나.'



럭다운 5일째가 되었다.

인간이 멈추면 자연은 살아나는 .

미세먼지 세계 1위의 도시가 오늘따라 너무 맑아 베란다에 한참 동안 앉아 멍을 때렸다. 

맞은편  아줌마가 베란다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까? 




"카톡"

뉴델리 한인교회 구역 단톡 방에서  메시지였다. 


"한국에 갈 수 있을까요?"

"글쎄요... 5월에 특별기가 있다고 하던데요."

"하지만 아이들 데리고   있을지 모르겠어요. 대기시간도 길고, 인천공항에서 코로나 검사하고 결과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데...”

"그러니까요... 전 이번에도 포기했어요. 오고 가는   힘들어요.”

"어떤 집사님이 코로나에 걸리셨는데, 열이 오르락내리락하신데요. 기도 부탁드려요."

"아이고.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백신 맞아도 될까요? 5월부터 맞을  있다고 하던데..."

"아는 분이 맞았는데, 한분은 괜찮고 한분은 열이 나서 타이레놀 계속 드셨대요. 맞는 게 좋겠죠?"

"그럼 맞아야겠네요."



이곳 뉴델리에 회사 주재원, 정부기관 주재원, 사업하는 사람들, 유학 온 사람들.... 정말 많은 한국 사람들이 산다.

뉴델리에서 지내는 것이 힘들다가도 비슷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보면 위로가 된다.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삶을 우리는 서로 이해한다.  

너무 밀접한 한인사회가 피곤하기도 하고 시끄럽기도 하지만, 힘들 땐 가장 힘이 되어준다. 







연꽃은 더러운 환경에서도 처연하게 피어나는 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연꽃을 속세에 물들지 않은 사람으로 비유하기도 하고 힘든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피어나는 꽃으로 우상시되기도 한다.

그도 그런 것이 더러운 연못에서 피어나는 연꽃이 너무나 아름답다.



옛날 전래동화 중의 하나인 심청전에서는 심청이가 아버지 심봉사를 위해 임당수에 몸을 던졌다가 다시 살아 돌아올  연꽃에 휩싸여 돌아왔다고 와있다. 


힘든 역경을 이겨내고 살아 돌아올  함께 해준 .  꽃은 아마도 심청이에게 위로였고, 위안이었고, 죽음에서 삶으로 돌아온 통로였을 것이다.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상황.

 이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있을 거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에 부딪히니,  좌절되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가족들과 안전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좌절된 마음을 재빠르게 추스르고, 통제된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힘든 환경에서도 처연하게 피어나는  연꽃처럼.




인도는 더러운 나라로 유명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도의 국화가 연꽃이다.



5월부터 시작되는 18세 이상 백신 접종이 새로운 희망이 되길.

연꽃처럼 활짝 피어나길.



가족들이 일어나기 전에 아침밥을 하려 주방으로 들어갔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먹고  자야 한다는 말에 하루 세 번 꼬박꼬박 밥을 하고 있다.

집밥이 지겨운지 짜장면 노래를 부르고 피자, 치킨 노래를 부르지만 시켜줄 수가 없다. 


몸과 마음은 힘들지만, 여전히 안녕하다고 말할  있어서 감사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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