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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May 30. 2021

천천히 읽기 위한 방법

빠른 세상 속에서 천천히 읽고 씁니다.

어느 SNS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책의 모든 문장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만 얻어가면 된다. 처음부터 끝가지 다 읽을 필요도 없다. 중요한 단어만 캐치하면 된다.
 그러면 하루에 한 권, 3개월에 백 권 읽기가 가능하다."


나 역시 하루 만에 읽어버린 책들이 있다. 그건 대부분 소설책이다. 나는 소설책을 읽을 때 매우 빠르게 책장을 넘긴다. 위의 말대로 모든 문장을 읽지 않는다. 대화만 읽고 넘기기도 하고, 결말이 궁금해 쓸데없게 느껴지는 단락은 건너뛰기도 한다. 소설책은 재미를 위해 읽기 때문에 빠르게 읽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 외의 책들은 그렇지가 않다. 무심코 걸어가다 툭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려 엉거주춤 발을 헛디디는 것처럼, 문장의 돌부리에 걸리면 한참 동안 그 자리를 맴돈다. 아무래도 나만의 독서법을 찾아야겠다 생각했다. 

남들이 하는 방법을 따라 했다간 뱁새처럼 가랑이만 찢어질 판이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걸 몸소 체험해 봐야겠다. 나만의 슬로우 리딩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준비물 : 읽을 책, 노트, 두 가지 색깔 펜, 빨간 색연필


방법 

매일 최소한의 분량을 읽는다.

중요한 문장을 필사한다. 

공감 가는 문장을 적는다. 

낯선 단어나 사물, 장소 등을 적어보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다.  

 필사한 문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는다. 

- 공감 가는 이유 쓰기

- 내 상황과 삶에 비유해서 써 보기  

- 낯선 단어를 사용하여 나만의 문장 만들어 보기 

- 나무, 식물 또는 떠오르는 이미지를 간단하게 그려 보기 

필사한 문장과 내가 쓴 글을 바탕으로 긴 에세이를 쓴다. 

 주의사항 

 절대 3 챕터 이상 읽지 않기 

 내용이 짧은 경우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 보기 

쓸 말이 생각나지 않을 때 조차도 단 한 문장, 단 한 단어라도 내 생각을 적기 



책을 천천히 읽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냥 천천히 읽으면 되니까. 

하지만 이것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책만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깊이 사유하고, 복기하며 삶에 적용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천천히 읽는 것이 어떤 도움이 될까? 

이게 과연 내 글쓰기에 영향을 끼칠까? 

내 삶이 변화되긴 할까? 


오래된 노트에 필사하고 생각을 적으며 혼자 하던 슬로우 리딩은 나만의 독서법이 되었다.

여전히 책을 많이 읽지 못한다.

하지만 더 이상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다. 

천천히 읽고 쓰는 동안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미친 실행력을 갖게 되었고, 사고의 루틴을 만들었다. 


몇 년 동안 고민하던 온라인 글방을 지난달에 시작했다. 고민만 하다 끝나버렸을 일을 실행하니, 오히려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혼자서 하던 슬로우 리딩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 졌다. 

뭔가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자 생각은 온통 그것으로 쏠렸다. 결국 "슬로우리딩 클럽" 기획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모집공고문을 만들어 올렸다. 

몇 명이나 지원할지 자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나처럼 책을 빨리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공개적인 슬로우 리딩을 위해 선택한 책은 바로, 헤르만 헤세의 어쩌면 괜찮은 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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