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은 움직이는 거야!

글과 나. 5

by 선량

얼마 전 꽤 유명한 책을 전자책으로 구입했다. 이 책은 1993년에 초판 출간했으며, 얼마 전에는 한국어판 50만 부 출간 기념 에디션이 나오기도 했다. 법정 스님이 가장 사랑하는 책이고, 한비야가 추천한 책으로도 유명하다.


도대체 50만 부가 어느 정도인지 전혀 감이 없다.

이런 대단한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작가로서의 소임을 저버리는 일이기에 책 분량이 엄청나다 하더라도 천천히 꼭꼭 씹어 읽으며 소화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첫 챕터의 문장들이 자꾸만 걸려 책이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어휘나 단어가 어렵진 않았다. 문장을 천천히 다시 읽어보고 곱씹어 보았지만, 여전히 문장은 글씨로만 남아 있었고,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다. 한번 걸린 문장의 턱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나만의 윤문을 했다.

쓰기 공부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말았다.


"위대한 작가 가라사대 명사형 문장을 쓰지 말고 동사형 문장을 쓰라 하셨으니, 이는 곧 문장이 술술 잘 읽히기 위함이니라" (글쓰기 잠언 1장 1절 말씀)



명사형 문장과 동사형 문장을 알게 된 것은 여러 글쓰기 책에서였다.

좀 더 생동감 있는 문장. 끊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술술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동사형 문장을 써야 한다고 했다. 명사형 문장과 동사형 문장은 도대체 뭘까?


명사는 사람의 이름, 나라, 지역, 사물의 이름 등 굳이 애쓰지 않아도 듣기만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을 말한다. 명사는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독자의 상상을 더할 틈이 없다. "밥, 라면, 김치, 피자, 치킨"등이 명사이다. 내 이름이 선량인데 왜 선량이냐고 물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동사는 모든 움직임을 말하는데, 행위에 대한 목적이나 이유 따위가 필요하다. 정확한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정확한 목적어와 동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먹다"의 동사에도 여러 가지 목적어가 필요하다. "밥을, 라면을, 김치를 , 피자를, 치킨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설익은 밥을, 매운 라면을, 김장김치를, 핫소스 크리스피 치킨을" 먹을 수 있기도 하다.

이렇듯 동사형 문장에는 상상할 수 있는 틈새가 많이 남아 있다.


글을 쓸 때 주로 사용하는 명사형 문장에는 "것, ~음, ~함, ~기"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것"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그 이유는 "~것"으로 끝나는 문장이 좀 있어 보이기도 하고, 쉽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것"으로 끝내 버리면 문장이 확장되기 어렵다. "것" 뒤에서 딱 멈춰버린 느낌이랄까!



명사형 문장을 쓰지 말고 동사형 문장을 쓰라는 작가님들의 권유에 따라 내 글의 명사형 문장들을 잡아 낸다. '도저히 바꾸기 힘든 것'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것"을 쓰기도 하면서.

문제는 다른 책을 읽을 때마다 이 습관이 발동한다는 데 있다. "~것이다"로 끝난 문장 앞에서 자꾸만 서성이며 윤문을 한다.


'나라면 이렇게 썼을 텐데, 나라면 다른 동사를 썼을 텐데.'

자꾸 내가 그 글의 주인공이 되어 글을 새로이 쓰고 있다.

하지만 곧바로 현실을 깨닫는다. 이 책은 무려 50만 부가 팔렸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유명한 작가가 쓴 글이 가장 좋은 문장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난 언제 좋은 글을 써 볼까??


유명한 책을 읽다 자꾸만 윤문을 하고 있는 습관 때문에 아직도 그 책은 완독 하지 못했다.



<나만의 윤문 예시>

그들의 가슴에 무한한 감동을 주기도 하는 살아있는 글인 것이다 --> 그들의 가슴에 무한한 감동을 주기도 하는 살아있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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