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글쓰기, 선량 이야기]
진아 작가님처럼 오랫동안 일기를 쓰지도 않았고, 읽는 인간 작가님처럼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던 나.
글과 관련된 활동이라고는 고작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주야장천 읽어주는 일뿐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글을 쓰고 싶었을 때 가장 궁금했던 것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였다. 그걸 모르니 아무것도 시작할 수가 없었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글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던지.... 하지만 내 주위엔 글을 쓰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누군가 붙들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글쓰기 강의"는 또 얼마나 비싸던지.
매일 밤 아이들을 재워놓고 "글 쓰는 법", 또는 "작가 되는 법"을 검색해 보았다. 수많은 정보들이 둥둥 떠다녔지만, 정작 내 손에 잡힌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너무너무 너무 글을 쓰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절대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은 간절함. 나는 그렇게 멘땅에 헤딩하듯 글쓰기를 시작했다.
언제 : 먹고사는 일 말고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하고 싶은 바로 그때!
사람이라면 한 번쯤 진~한 자기 앓이를 한다. 그건 정체성을 찾아가는 사춘기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더 이상 정체성의 혼란을 겪지 않아도 되는 나이!
그때 찾아오는 "자기 앓이"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처럼 이미 만들어진 세상의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흔히 진짜 어른이라고 인정되는 마흔을 앞두고 시작되는 것 같다. 나 역시 마흔이 되기 몇 년 전부터 공허함이라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 댔다.
아이들이 잠든 후, 늦은 밤이 되면 핸드폰을 들고 조용히 거실로 나갔다. 아이들에게 읽어 주었던 그림책, 아이들과 그렸던 그림,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블로그에 쓰기 시작했다. 노트에 쓰는 일기 대신 블로그에 육아 일기를 썼다. 그것이 내 첫 글쓰기였다.
어디서 : 글쓰기 모임에서
혼자 블로그에 쓰는 것이 지루해질 때 즈음 글 쓰는 한량 작가님의 "메모 모임" 모집 글을 보게 되었다. 글 쓰는 방법과 내 글에 대한 피드백을 너무나 받고 싶었던 나는 메모 모임에 들어가서 세 달이 넘게 메모 모임을 했다. 긴 글을 쓰진 못했지만, 짧은 메모를 매일 쓰다 보니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회원들과의 소통이 너무 즐거워 꾸준히 쓸 수 있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SNS에도 짧은 글을 계속 쓰게 되었다. 글에 대한 찐한 피드백을 받아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sns에 달린 긍정적인 댓글만으로도 글쓰기를 이어가는 데 큰 힘이 되었다.
무엇을 :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글을
육아일기로 시작한 블로그에 지금은 일상적인 글과 정보성 글을 쓰고 있고, 인스타그램엔 짧은 글을 쓰고 있으며 브런치엔 좀 더 에세이다운 글을 쓰고 있다. SNS 외에도 레터링 사이트를 이용해 개인적인 매거진을 만들어 발행하는 등 다양한 채널에서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곳에서 글을 쓰는 이유는 각 채널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SNS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한 곳에 하나의 주제로만 글을 쓰는 것보다 다양한 곳에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쓰는 것이 글쓰기를 연습하는데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에 쓴 짧은 글이 글감이 되어 브런치에 다시 쓸 때는 뼈를 잇고 살을 붙여 좀 더 완성도 있는 에세이가 될 수 있다.
SNS에 남긴 모든 문장들이 글감이 되고, 긴 글의 시작이 되며, 결국 책이 될 수 있다.
어떻게 : 글쓰기 관련 책을 읽고 필사하고 대입해 보면서
드디어 글이 아닌 책이 쓰고 싶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글을 쓰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 그때 내가 쓰고 싶은 분야의 책을 사다가 비슷하게 써보았다. 기존에 나와있는 에세이의 목차를 그대로 가져와서 내 것으로 바꿔 보거나, 다른 책의 흐름을 따라 그대로 써보기도 했다. 그때 썼던 글이 책이 되진 않았지만, 나중에 다른 글을 쓸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을 알지 못했을 때는 글쓰기 관련 책을 잔뜩 사서 읽고 필사했다. 글을 쓸 때마다 필사해 놓은 문장을 들춰가며 문장을 다듬었다. 그 필사 노트는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몇 달 전, "선량한 글방"과 "슬로우 리딩"모임을 온라인을 진행했었다. 천천히 책을 읽고 매일 쓰며 한 편의 에세이를 써보는 모임이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슬로우리딩 3기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은 새로운 곳에 정착하느라 글방을 잠시 쉬고 있지만 언젠가 다시 시작해 보고 싶다.
최근에 글방에 대한 문의가 여러 번 있었다. 그만큼 글쓰기에 대한 갈급함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다.
혼자서 시작하기 힘들다면 "함께"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혼자서는 시작하기 힘들었던 것들이 "함께"라면 나도 모르게 시작하게 되어, 어느새 여러 편을 글을 쓰게 될 것이다. 그렇게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컴퓨터 앞에 앉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혼자라면 시작하기 힘들었을 테지만, 함께 시작하니 꾸준히 쓰게 되는 "글쓰기를 글쓰기" 공동 매거진처럼 말이다.
글쓰기를 글쓰기 공동 매거진은
읽는인간 진아 ,선량 세 명의 작가가 글쓰기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쓰는 공간입니다.
서로 출발한 항구가 다르다 보니 다양한 글쓰기의 항해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드넓은 활자의 바다를 건너 글쓰기라는 같은 곳을 향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