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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Dec 09. 2021

해시태그 말고 문장 쓰기

[글쓰기를 글쓰기] 선량 이야기

  요즘 들어 사진 찍는데 재미 들렸다. 좋은 카메라는 없지만 제3의 손인 스마트폰으로 일상의 다양한 모습을 찰칵찰칵 찍는다. 어플을 이용해 편집을 한 후 인스타그램에 조심스럽게 올린다. 밀라노에서는 대충 찍어도 유럽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 된다. 짧은 글과 함께 사진과 가장 관련 있는 해시태그를 남긴다.


sns에서는 굳이 긴 글을 쓸 필요가 없다. 오히려 개성 있는 사진과 짧은 글, 재치 있는 해시태그가 더 주목받는 것 같다. 실제로 최근에 밀라노 사진과 짧은 글, 해시태그만 올린 게시물이 예전에 정성스럽고 길게 쓴 글에 비해 반응이 더 좋을 뿐만 아니라 정체되어있던 팔로워도 확 늘었다.


일 년 전 혼자서 인스타그램 공부를 할 때 주로 봤던 영상은 드로우 앤드류 님의 유튜브 영상이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퍼스널 브랜딩에 성공한 일인기업가인 드로우 앤드류 님은 게시글과 해시태그의 상관관계가 중요하다고 했다. 즉, 사진과 아무 관련 없는 해시태그를 달면 오히려 알고리즘에 의해 저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해시태그는 글쓰기에서 말하는 '글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감은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글감이 없으면 글을 쓸 수 없고, 글을 연결할 수 없으며, 뭘 써야 할지 방황하게 된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어."라는 말은 곧 "글감이 없어."와 같은 말이다.

하지만 글감이 아닌 해시태그를 쓴다고 생각한다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은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주제는 글의 몸통이 되어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는 글 가지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중심을 잡아 준다. 한 게시물에 여러 개의 사진을 업로드할 수 있는데, 가능하다면 서로 관련된, 일관성 있는 사진을 올리는 것이 좋다. 마찬가지로 한 꼭지의 글 속엔 하나의 주제가 있어야 하며, 여러 이야기 또한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전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나머지 여러 주제를 섞어서 쓴다면 정작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독자는 헷갈릴 수 있다.


사진과 함께 짧은 해시태그를 남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게시할 사진과 꼭 관련 있는 해시태그를 다는 것이다. 밀라노 사진을 올리면서 달 수 있는 해시태그는, "#밀라노 사진 #이탈리아일상 #유럽감성 #사진스타그램"이 될 수 있겠다. 사진은 밀라노 일상 사진인데, 요리나 패션 관련 해시태그를 단다면 너무 생뚱맞을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하나의 주제를 정했다면, 그 주제와 연관된 글감을 모아야 한다.


이 공동 매거진의 제목은 "글쓰기를 글쓰기"이다. 제목은 뿌리에 해당한다. 제목의 뿌리 위로 곧게 뻗어 나가야 할 몸통이 되는 주제는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다."이다. 이 하나의 주제를 위해 여러 개의 글 가지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글감이고 글감은 곧 목차가 된다.  

 


사실 글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앞서 진아 작가님께서 언급했듯이, 글감은 삶 속에 있다. 내 일상에 이미 존재하지만 너무 흔해서 소중함을 눈치채지 못하는 공기나 물, 가족처럼 글감도 그렇게 숨어있다.


이런 하찮게 느껴지던 일상이 글감이 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뭐라도 써보고 싶은 간절함의 순간이다.

매일 습관적으로 아이들에게 하던 말이, 엄마의 말공부가 되는 순간!

남편과의 일상적인 대화가, 부부의 관계가 되는 순간!

건강을 위해 뛰기 시작한 달리기가, 습관의 힘이 되는 순간!

sns에 올리던 해시태그가, 글감이 되는 순간!

결국 일상이 글감이 되는 순간은 일상을 쓸 때 시작된다.


당신의 sns엔 어떤 해시태그가 많이 달려있나?

그것이 바로 당신이 쓸 수 있는 글감이다.


글감을 발견했다면 이제 쓰는 일만 남았다. 글감과 관련 있는 내 경험을 쓰고,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를 쓰고, 책에서 읽은 내용을 쓰고, 내 의견을 쓴다면 해시태그 말고 문장과 문장이 연결 된 한 편의 글이 될 것이다.


글쓰기를 글쓰기 공동 매거진은

읽는인간, 진아 ,선량 세 명의 작가가 글쓰기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쓰는 공간입니다.

서로 출발한 항구가 다르다 보니 다양한 글쓰기의 항해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드넓은 활자의 바다를 건너 글쓰기라는 같은 곳을 향하게 될 것입니다.

글쓰기에 대한 세 작가의  글이 궁금하시다면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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