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고 함께 씀.
참으로 분주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10년간 해외생활을 하는 동안 가족이나 친구가 찾아온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언니와 형부, 두 조카가 이탈리아로 여행을 왔습니다. 로마와 피렌체를 거쳐 밀라노에 있는 저희 집까지.
긴 시간 여행하는 동안, 제 두 아이와 두 조카는 세상이 떠나갈 듯 떠들고 웃고 장난을 쳤어요. 게임을 하고, 베개 싸움을 하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고,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웃고 떠들었지요.
아이들이 그러는 동안 우리 어른들은 함께 밥을 하고, 두오모를 걷고, 피사를 오르고, 함께 술잔을 기울이고 수다를 떨다 잠을 청했지요.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언니네 가족이 떠나고 난 후, 제 아이들은 많이 울었어요. 너무 서운하다며 조금만 더 함께 있고 싶다고 엉엉 울었지요. 그 마음이 어떤 건지 너무 알 것 같아서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니까요.
이렇게 제가 가족들과 여행하는 동안 우리의 책은 완성되고 있었습니다.
과연 완성이라고 말해도 될지 의문이 들지만요.
며칠 전 드디어 우리의 손을 떠나 인쇄소로 향한 책을 보며, 진짜 끝이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작가님들은 어떠셨어요?
저는 지금 생각보다 담담합니다.
첫 책을 내기 전에는 하루에도 열두 번 가슴이 콩닥 거리고 얼굴에 열이 올랐어요. 기대보다 걱정이 컸던 책이었습니다.
책만 준비되었지, ‘나’는 작가로 설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도 평온합니다. 혼자가 아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책 표지에 살포시 놓은 저자 이름,
“진아, 정아, 선량. 마음을 나누고 함께 씀”
이 부분을 볼 때마다 진아 작가님이 자주 사용하시는 어휘가 떠오르곤 합니다. 바로 “달뜬 마음” 이요.
그게 어떤 마음일지 잘 몰랐어요. 사실은 이 단어의 의미가 궁금해 검색도 해보았어요.
달뜨다
1.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조금 흥분되다.
2. 열기가 올라서 진정하지 못하다.
언니와 여행 중에 콜로세움 위로 휘영청 뜬 달을 보면서도 진아 작가님의 “달뜬 마음”을 떠올린 건 너무 과한 걸까요?
얼마 전에는 이곳에서 만난 일본 친구 나오꼬에게 정아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을 보여주었어요. 내 친구인데 도쿄에 살며 일본어를 이렇게나 잘한다고요. 그리고 이번엔 책을 함께 썼다고 자랑을 막 했답니다. 나오꼬는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과 이렇게 책까지 썼다는 사실에 꽤 놀라는 것 같았어요. 자신도 프랑스인 남편과 함께 오랫동안 해외생활을 했는데 책을 써보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서요. 그리곤 자기도 한번 글을 써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작가님과의 물리적 거리는 멀지만, 정서적 거리는 꽤 가까워서 어딜 가나 작가님들의 문장과 삶을 떠올립니다. 그래서 책 표지에 쓰인 “마음을 나누고 함께 씀” 이 더욱 뭉클해요.
저희 세 사람이 인스타그램에서 만나 무료 매거진을 만들다가 이곳 브런치에 공동 매거진을 만든 게 딱 1년 전이더군요.
“글쓰기를 글쓰기”로 시작해 “우리가 글쓰기를 말해도 될까요?”를 거쳐 100가지가 넘는 책 제목 후보를 물리치고 “쓰다 보면 보이는 것들”이 되기까지.
우리의 시간도 차곡차곡 쌓였겠지요.
이제 우리의 손을 떠나 인쇄소로 향한 책을 보며,
사촌 언니를 떠나보낸 제 아이의 마음을 헤아렸습니다. 대성통곡까지는 아니고 감격의 눈물 한 방울 흘리면서요.
이제 곧 독자님들께 전해질 우리의 진심이
부디 왜곡되지 않기를,
우리의 책을 읽은 모든 분들이
부디 글을 쓸 수 있기를,
우리가 글을 쓰며 보았던 것들을
부디 독자님들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