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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Nov 22. 2022

새벽 0시, 책 쓰기 코칭을 했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밀라노는 한국보다 8시간이 느리다. 

썸머타임이 적용되었을 때는 7시간이었는데, 11월부터 다시 8시간의 격차가 생겼다. 그렇다 보니 한국보다 반나절 늦게 하루를 시작한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이 밀라노이니,  이탈리아의 표준 시간대에 맞춰 째깍째깍 살아가면 그만이다. 가끔은 팽팽하게 조여진 시간에 맞춰 부산을 떨고, 또 가끔은 느슨하게 풀어진 시간에 여유를 띄워 둥실둥실 떠다니며 게슴츠레 눈을 꿈뻑이면서. 

하지만 나는 매번 이탈리아의 시각에 8을 더하느라 여념이 없다. 내 몸은 이탈리아에 있지만, 내 마음은 한국에 있기 때문이다. 



'선량한 글방'이라는 온라인 글방을 만든 후 몇 가지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글쓰기 모임, 슬로우리딩 북클럽, 초고클럽, 책쓰기 일대일 코칭 등이다. 온라인 모임이기 때문에 해외에 사는 분들도 여럿 참여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멤버는 한국에 계신 분들이다. 줌 모임을 자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씩 날짜와 시간을 정해 작은 노트북 화면으로 멤버들을 만난다. 

글방 가족들 중에 직접 만나 얼굴을 본 사이는 한 분뿐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그럼에도 1년 넘게 모임을 유지하고 있으니, 참 감사하다. 


최근에는 책 쓰기 코칭을 다시 시작했다. 그림책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두 분의 단독 저서를 함께 준비하기로 한 것이다. 


출간을 하기 위해서는 책 한 권 분량의 원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원고 이전에 더욱 중요한 것이 바로 내 책에 대한 방향성이다.  어떤 내용의 책을 어떻게 쓸 것인지 기획하고, 주제를 정하고, 대략적인 목차를 정하는 일이 가장 우선 되어야 한다. 

물론 이미 써 놓은 원고를 잘 버무려 한 권의 책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원고 역시 확실한 주제와 일관성 있는 방향이 필요하다. 

문제는 출간 기획서를 쓰는 것이 꽤 어렵다는 점이다. 기획서 한 장에 내가 쓸 책에 대한 매력을 적당히 어필해야 하니, 고치고 고치고 또 고쳐도 부족해 보이기만 하는 것이다. 또는 너무 과하거나.... 

하지만 이 첫 단계만 잘 넘어가면 목차에 따라 글을 쓰기만 하면 되니까 한고비 넘은 셈이다. 그래서 책에 대한 기획서를 쓰는 단계부터 코칭을 해주고 있다. 



한국에서 바쁘게 엄마의 일과 강사의 일을 하시는 두 분과 온라인 미팅 시간을 잡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또다시 8시간 시차가 내 발목을 잡는 것 같았다. 

고민 끝에 밀라노의 시간을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지속적으로 이 일을 하려면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조금은 넘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시간으론 아침 8시, 밀라노 시간으론 새벽 0시에 온라인 줌 미팅을 했다. 


워낙 저녁잠이 많은 나는 저녁 10시만 되면 다음 날을 위해 침대로 들어간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두 눈을 부릅뜨고 깨어 있었다. 나를 믿고 코칭을 신청해 주신 두 분을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두 분의 기획서와 목차를 보며 피드백을 나누고, 방향을 다시 잡고, 글쓰기에 대한 열의를 다지고, 파이팅을 외쳤다. 그리곤 새벽 1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다. 


누군가에겐 새벽 1시가 대수롭지 않은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꽤 대단한 시간이다. 애를 쓰지 않으면 절대 깨어있을 수 없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다음날 새벽 기상을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일찍 자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곤 했다. 


새벽 0시 코칭은 내가 만들어 놓은 한계를 조금 넘은 것 같아서 뿌듯하다. 그리고 한국에 살지 않아도 이렇게 나를 찾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도 너무 감사하다. 이제 더 이상 시차를 핑계 대지 않으려 한다. 여전히 밀라노의 시간에 손가락 여덟 개를 접으며 한국의 시간을 헤아리겠지만. 


시간과 공간의 한계 때문에 남들처럼 활발하게 일을 할 수는 없지만,

그 덕분에 좀 더 진중하게 글을 쓰고,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것 같다. 

그 길에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 역시, 더욱 소중하게 여겨진다. 





안녕하세요. 밀라노에서 살고 있는 선량 작가입니다. 

이번에 진아 작가님, 정아 작가님과 함께 온라인에서 만나 함께 글을 쓰다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글을 쓰기 시작한 곳이 바로 이곳, 브런치인데요. 

브런치가 희망고문이라고 비판을 하기도 했지만요, 함께 쓰는 친구를 만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공간임엔 틀림이 없습니다. 


이번에 출간한 책, '쓰다 보면 보이는 것들'은 저희 세 사람이 글을 쓰며 마주하게 된 나, 곁, 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해외에 있어서 서점에 다정하게 누워있는 책을 볼 수가 없어 많이 아쉬워요. 

혹시나 서점에서 '쓰다 보면 보이는 것들' 책이 보이시거든, 애정을 담아 한번 쓰다듬어 주시길 바라요. (내용이 마음에 드신다면 쓰윽 계산대로 가져가셔도 무방합니다.)


해외에 살면서도 이런저런 온라인 활동을 이어가며 수익도 만들어가고 있는 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저희 책에서 확인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쓰다 보면 보이는 것들 : 네이버 도서 (naver.com)

쓰다 보면 보이는 것들 | 진아 - 교보문고 (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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