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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17. 2023

한국에 편의점이 있다면, 밀라노엔 Bar가 있다.

밀라노 에세이

우리가 사는 곳은 밀라노 서쪽, 서울로 치자면 강서구 즈음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외곽지역이다 보니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밀라노라는 도시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한두 시간 이면 밀라노 시내를 쉽게 돌아다닐 수 있다.


이탈리아 대부분의 도시가 그렇듯 밀라노 역시 오랜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도시이다.

북부 이탈리아의 중심지로 꾸준히 발전하여 기원후 286년에는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서로마 제국의 수도로 삼았고,

313년에는 콘스탄티누스 1세가 이곳에서 그리스도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선언인 ‘밀라노 칙령’을 발표했다. 402년에 라벤나로 수도가 옮겨질 때까지 서로마 제국의 수도이기도 했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후 밀라노는 오도아케르의 지배를 받다가 곧 동고트 왕국에 흡수되었고 유스티니아누스 1세의 고토 수복 전쟁으로 다시금 로마 제국의 품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뒤이어 들어온 랑고바르드족이 세운 랑고바르드 왕국에 의해 569년경 다시금 함락되어 랑고바르드 왕국의
주요 도시로 기능한다. 이후 774년에 카롤루스가 랑고바르드 왕국을 정복하면서 밀라노는 프랑크 왕국에게 항복하고, 이후 신성 로마 제국의 일부가 되었다.
출처 : 위키 패디아



지역적으로 다른 유럽 국가와 가깝다 보니 이탈리아를 차지하려는 여러 유럽 국가들이 꼭 지나가는 도시였다고 한다.


역사를 안고 있는 밀라노 시내의 오래된 가옥의 모습은 참 신비롭다. 적게는 100년, 많게는 300년이 된 집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도 참 신기하다.

더욱이 밀라노의 오래된 아파트들은 그 자체로 역사이기 때문에 함부로 보수공사를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시내에 사는 친구 말에 의하면 인터넷 연결을 위해 구멍을 하나 뚫는 것조차 허가가 나지 않아 몇 달을 기다려 인터넷을 연결했다고 하니, 옛 것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에 탄복하다가도 한국이었으면 하루면 될 일인데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것에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


밀라노에 1년을 살며 느낀 점은, 이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삶의 질은 한국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는 것이다.

 학군이나 집값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집 근처에 커피 한잔 할 수 있는 Bar가 있는지, 그리고 반려견을 산책시킬 수 있는 공원이 있는지 인 것 같다.


집집마다 반려견을 키우고 시시때때로 반려견을 데리고 다닌다. 지하철, 쇼핑몰은 물론이거니와 식당에도 반려견이 함께 한다. 처음 밀라노에 와서 가장 놀란 부분이었다. 공원마다 반려견 놀이터가 따로 마련되어 있으니 이곳은 분명 개들의 천국이다.


또 하나, 어딜 가나 Bar가 있다.

‘바’라고 하면 분위기 있는 술집을 떠올리겠지만, 이탈리아에서 ‘바’는 커피와 술, 젤라또나 아이스크림, 스낵이나 크루아상을 파는 곳이다.

나는 바에 가서 커피를 마실 때마다 이곳은 우리나라의 편의점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침 출근길에 잠시 들러 카푸치노와 크루아상을 먹으며 아침을 깨우는 사람들.

나른한 오후에 잠시 들러 에스프레소를 후루룩 털어 넣고 정신을 차리는 사람들.

아이들과 우르르 몰려가 젤라또를 하나씩 손에 들고 나오는 사람들.

어스름한 저녁에 삼삼오오 앉아서 맥주나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


바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하루의 피로가 저만치 밀려나곤 한다.


밀라노에 산지 이제 겨우 1년 되었지만, 나는 이미 풍성한 거품의 카푸치노와 쓰디쓴 에스프레소의 맛을 알아버렸다. 이 맛은 한국에선 맛볼 수 없는 맛이다.


얼마 전 이탈리아로 여행 왔던 형부가 에스프레소를 한잔 시킨 후 세 모금 이상 마시지 못하고 절반을 남겼다.

에스프레소를 세 모금에 원샷하는 나는 일 년 만에 이탈리아 커피에 제대로 길들여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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