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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량 Jan 18. 2023

우리 동네 사랑방,블루 아이스 바(blu ice bar

우리 집은 도심과 시골의 경계에 있다. 조금만 걸어가면 산시로 축구 경기장이 있고, 조금만 걸어가면 넓은 들판이 있다.

가장 가까운 바는 걸어서 10분. bar세권(Bar가 가까이에 있는 곳)엔 실패했다. 집 바로 옆에 넓은 공원이 있어서 공세권엔 성공한 편이다.

넓은 호수 공원엔 사람도 많고 반려견도 많다. 여러 이유로 우리는 반려견을 키우지 못한다. 대신 공원을 오가다 만난 강아지들에게 하트를 날리며 대리만족 한다.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아도 되고, 밤에 재워주지 않아도 되는, 아는 사람의 아기가 가장 예쁜 것처럼 봉지를 들고 다니며 싸질러놓은 똥을 치우지 않아도 되는 옆집 강아지가 제일 예쁜 것 같다.



밀라노에 온 후 10개월 동안 집을 구하지 못해 숙소에서 숙소로 전전긍긍했다. 학교에서 가까운 집, 걸어서 학교에 갈 수 있는 집을 찾다 보니 쉽지 않았다. 학교가 역세권에 있었기 때문이고, 근처에 큰 쇼핑몰도 있어서 학교 주변의 월세가 꽤 비쌌기 때문이었다.


근처에서 숙소 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주변의 맛있는 바를 알게 되었다. 밀라노에 와서 에스프레소를  처음 마셔본 내가 점점 그 맛을 알아버렸다.  그리곤 참새가 방앗간에 드나들듯 바를 찾았다. 에스프레소 한 잔에 1유로, 카푸치노 한 잔에 1유로 20센트 유혹은 꽤 컸다.

“운 카푸치노 콘 카카오!”( 카카오 가루 뿌린 카푸치노 한잔)를 외칠 수 있게 되었고, 에스프레소의 쓰고 깊은 맛과, 설탕을 넣은 에스프레소의 쓰고 단맛도 알게 되었다.



숙소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집으로 이사를 한 뒤,

가장 먼저 찾아본 곳이 바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바였다.  가장 가까운 곳이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마침 젤라또도 함께 팔고 있어서 더운 여름, 아이들을 데리고 그곳으로 향했다.

우리 동네 유일한 바 답게 이곳은 언제나 사람들로 분빈다. 특히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은 죽치고 앉아 잡담을 나눈다.


블루 아이스 바의 주인은 중국계 이민자 부부로, 이탈리아 말을 꽤 잘한다.

우리가 처음 이 바를 찾았을 때 우리에게 중국말로 말을 걸고, 이탈리아 말로 말을 걸었다. 중국말도 이탈리아 말도 못 알아듣는 우리는 영어로 말했고, 그들은 영어를 못 알아 들었다.


그냥 마주 보고 웃었다…..

자리에 앉아있던 손님들과 주인아주머니가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대화를 하며 우리를 가리켰다.

나는 그들을 향해 “논 치네지, 노이 씨아모 코레아니 (중국 사람 아니고 한국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어설픈 이탈리아어와 손짓과 발짓으로 주문을 했다. 에스프레소와 젤라또를 먹으며 이곳을 단골 가게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른 이탈리아어를 익혀야겠다고 다짐을 여러 번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내 이탈리아 실력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대신 눈치만 100단이 되어 말을 못 알아 들어도 대~~ 충 알아먹고, 말을 못 하면 구글번역기를 사용한다.

기술이 좋아져도 인간의 지적 능력은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는….. 아, 이건 나에게만 해당하는 말인 듯하다.

얼마 전 아이들과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둘째 아이가 뒤를 돌아보며, 저기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우리 동네엔 한국 사람이 우리뿐인데 아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고개를 돌려보니, 블루 아이스 사장님이 우리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챠오!”

“챠오!”

아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며 뭐라 뭐라~~ 말을 한다. 대충, 짐작하기로 학교가 어디에 있느냐는 말 같다. 나는 영어로 “지하철 타고 가야 한다. 세제스타 역에 학교가 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그녀는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다.

그녀는 다시 이탈리아 말로 뭐라 뭐라 했다.

이번엔 나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구글 번역기를 꺼내고 싶었지만, 버스에서 이제 내려야 할 때다.

“쏘리~~~  이탈리아 말 못 해~“

그녀는 아직도 말을 못 하냐는 표정이었다. 우리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중국인처럼 생긴 두 사람이 말이 통하지 않는 걸 희한하게 쳐다보았다.

나는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표정을 지으며 버스에서 내렸다……


우리를 단번에 알아봐 준 블루 아이스 바 사장님이 참 고마웠다. 드디어 우리도 이곳의 단골이 된 것인가!!

이젠 정말로 이탈리아어를 배워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래야 좀 더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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