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당신의 초경을 축하합니다!

part 1. 나의 친애하는 자궁에게

by 선량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두 달 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기분 나쁜 복통을 느꼈다. 몇 시간 후 끈적하고 검붉은 것이 팬티에 묻어났다. 생각했던 것보다 검은색에 가까운 물질을 보며 2년 전에 언니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거, 짜장면 먹다 묻은 거야….”

나보다 두 살 많은 언니는 나보다 조금 더 일찍 초경을 시작했고, 그게 뭔지 몰랐던 나는, 언니가 먹다 묻힌 짜장면이 먹고 싶었을 뿐이었다.


열세 살이 되자마자 시골집을 떠나 언니들이 살고 있던 도시로 전학을 갔었다. 이제 막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시작하던 때였다. 유방이라고 하기엔 많이 빈약한 멍울이 가슴에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2차 성징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엄마는 논과 밭일로 너무 바빴고, 언니들도 각자분주했다. 20대 초반이었던 큰언니는 직장 생활하느라 바빴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둘째 언니는 공부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셋째 언니는….. 격하게 사춘기를 보내느라 바빴다.

나는 언니들의 외적인 여성의 모습과 언니의 책장에 꽂혀있던 19금 소설책을 읽으며 나름대로의 사춘기를 맞이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초경을 통해 일찌감치 배울 수 있었다.

“난소에서 배란된 난자가 정자를 만나지 못해 으스러져 갈 때, 수정란을 태아로 키우기 위해 비옥해졌던 자궁벽이 수정란을 만나지 못해 저절로 떨어져 나간 것이 생리”라는 정의는,

“태양계에는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이라는 천체가 존재하며 이 별들이 태양을 공전하고 있다 “는 사실만큼이나 현실감이 없었다.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했거나 직접 보지 못한 것들을 교과서로 배우고 달달 외워 시험을 치른 후 의심도 하지 않은 채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는 이론은 참으로 난감하다.

하지만 초경을 함으로써 단 한 번도 눈치채지 못했던 난소와 자궁의 존재를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여름날 어스름한 밤하늘에 홀로 반짝이는 금성을 목격하며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태양계에 속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처럼.



큰언니가 알려준 대로 팬티 중간 정도에 생리대를 놓고 양쪽 날개에 붙어있던 찍찍이를 팬티 뒤로 접어 붙였다. 배도 아프고 기분도 나빠서 따뜻한 방에 누워있었다.

두 시간 정도 누워있었을까? 갑자기 바지 아래로 뜨거운 것이 느껴졌다. 엉덩이 아래로 손을 넣어보니 빨간 피가 묻어났다.

“언니…. 피가…. “

“아이고, 가서 얼른 씻어!”

나는 빨간 피도 당황스러웠고, 그 피가 이렇게나 쉽게 밖으로 흘러내릴 수 있다는 사실도 당황스러웠다. 생리대만 하고 있으면 되는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피가 흥건하게 묻은 팬티를 빨며 이불에 묻은 피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언니, 피가 너무 많이 나오는데?”

“원래 그래.”

“그럼 어떻게 해야 해? “

“생리대를 자주 확인해 줘야지.”

“힝…. 너무 힘든데….”

“그게 싫으면 화장실에 하루종일 앉아 있던지.”


그날 저녁, 큰언니가 초경을 축하한다며 생리 패티를 선물해 주었다. 이렇게나 힘든데 이게 그렇게 축하할 일인가…. 의문이 들었지만, 아이라는 껍질이 조금씩 떨어져 나가고 여성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좋기도 했다.


그날 이후 나는 매달 찾아오는 월경기간 동안 편안히 누워 자지 못했다…..



“피가 계속 나오는 거야? 몇 시간에 한 번씩 시간 맞춰 나오는 거 아니고?”

“엥? 그게 무슨 소리야? 생리가 어떻게 시간 맞춰 나와. 그냥 흐르는 거지.”

“소변처럼 참을 수 있는 거 아니야?”

“잘 봐봐. 칼에 손가락을 베어서 피가 나올 때 어때? 내가 참는다고 해서 피가 나오는 게 참아져? 그냥 흐르잖아. 생리도 마찬가지야. 그냥 흘러. 양이 적게 흐르거나 양이 많게 흐르거나. 양의 차이지, 생리 기간 내내 피가 자궁에서 그냥 흐른다고. 얼마나 불편하겠어?”


형제라고는 형 하나뿐이었던 남편은 여자의 몸에 대해 무지한 편이었다. 그래서 생리가 시작하기 전 나타나는 **생리 전 증후군(PMS: premenstrual syndrome. 월경 전에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정서적, 행동적, 신체적 증상들을 특징으로 하는 일련의 증상군으로 유방통, 몸이 붓는 느낌, 두통 등의 신체적 증상과 기분의 변동, 우울감, 불안, 공격성 등의 심리적 변화 등이 흔한 증상이다)을 이해하지 못했다.

생리 전의 신체적, 정신적 불균형을 이해시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유튜브에서 한참 유행하던, 남자가 여자의 생리를 경험해 보는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얼마나 많은 여성이 생리 전증후군으로 힘들어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계도 보여주었다.


나는 생리 전에 주로 아랫배 통증과 두통이 있는 편이었다. 기분이 축 처지고 날카로워져서 조그마한 일에도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났다.

최근에는 가족들에게 선전포고를 먼저 하는 편이다.


“엄마, 그날이야~ 다들 조심해!! “


이렇게 선전포고를 하면 아이들은 슬슬 내 눈치를 보며 엄마 방에서 좀 쉬라고 배려를 해주었다. 그런 날엔 남편도 나 혼자 편히 자라며 자리를 비켜주곤 했다.




“자궁 떼어내고 나면 생리 안 하겠네? 엄청 편하겠다. “

내가 자궁적출수술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지인이 이렇게 말했다.

“그러게요. 이제 편하게 지내겠어요.”

나는 진담반 농담반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생리 전증후군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홀가분한 마음과,

이제 더 이상 한 달에 한번 가족들의 배려를 받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교차한다.



이제 4학년인 내 딸아이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할 것이다. 엄마가 매달 생리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목격한 딸은 벌써부터 생리가 무섭다고 말한다. 나는 아직 오지도 않은 아이의 미래를 염려하며, 내 딸의 건강한 생식기를 위해 면생리대와 생리팬티를 마련해 줄 계획을 세운다. 물론 초경을 맞을 내 딸에게 축하파티도 해줄 생각이다.


나는 너무 무지했기에 초경을 기쁘게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이 세상의 수많은 딸들의 초경은 마음껏 축하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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